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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림사건 피해자인 이호철(가운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후퇴하는 요즘,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 잡아준 재판부의 판결에 감사드립니다."
부산지법 재심서 무죄 선고
"민주공화국 가치 후퇴 막아야"
부산지역 최대 공안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면서 널리 알려진 '부림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모처럼 9일 환한 웃음을 지었다. 33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기 때문이다.
이 전 수석은 이날 부산지법 형사 2부(최병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부림사건 항소심 재심 선고 공판에서 혐의 전체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무려 30여년 만에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리자 이 전 수석은 물론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보던 그의 동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조서와 압수물 등의 증거 능력은 배척하면서 이 전 수석이 받아온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사라졌다며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설령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해도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최 부장판사는 이날 "30년이 넘었지만 늦게나마 명예가 회복이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당시 공안당국이 부산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체포해 수십일 간 감금하고 고문해 19명을 구속한 부산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호석, 설동일, 노재열, 최준영, 이진걸 등 5명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열린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수석은 부림사건 3차 구속자로 1982년 구속돼 1983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같은 해 12월 가석방됐다. 선고 직후 그는 "저와 동료, 가족은 물론 당시 사건을 맡았던 판사와 변호사까지 그 사건으로 인생 자체가 바뀌었다. 33년이 흘렀으나 (이번 판결이 내려져) 매우 기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고,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후퇴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글·사진=김영한 기자 kim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