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보고 왔지요.
예정대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반나절의 산행과
바다가에서의 진한 해풍으로 감싸는 오수와
그리고, 벗과의 취하는 저녁까지.. 잠시 시간을 잊은 여행이었지요.
바로 전날까지 자질구레하게 머리에서 얽히고 설키는 뫼비우스의 띠가 순식간에
모래처럼 흩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원숭이 학교의 수위 아저씨 ,
먹이를 향해 육중한 몸을 던지던 악어들의 악어박물관의 풍광도 있군요.
모임에는 애초 참석 불가능할 뻔했는데, 일정이 조정이 되어 연습을 할수 있었습니다.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채로 연습참여후 집에 돌아오니 아직 몸이 말을 잘 듣질 않습니다.
아래 빠달님과는 좀 다른 얘길 할까합니다.
대표님이 후기를 쓰라고 했는데,
제 후기는 쉽게 나오지도 않거니와 일단 읽기에는 괴로울수 있습니다.
일단 나오기 시작할때는 고여있는 둑이 터지는 형국이라 쉴새없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순발력없는 언변이 갑자기 달필이 됩니다.
그게 유쾌한 유머의 담화이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지요. 아마.
저같은 이도 있는게 모임에는 균형을 줄수도 있으니, 일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든 사람은 모르지만 난 자리는 안다고, 듬성듬성한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더군요.
전체 연습과 파트별 연습이 이루어졌고, 다시 전체 연습이 있었습니다.
장단을 치면서 씨실님은 뭔가 문제점은 느껴졌을 텐데 말씀을 아끼시더군요.
회비도 걷었구요.
가야금의 이은용님께서 저녁식사를 회원분들께 사셨습니다.
감사히 잘 들 드시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서로에 대한 친목 분위기는 이제 어느정도 조성이 된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피리와 아쟁은 산공부를 들어가신다고 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좋은 성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사석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약간의 변동사항이 있다면 모든 회원들은 매주 연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사항을
대표님께서 수정을 하셨습니다.
둘째주는 연습이 없다고 합니다. 그 다음 합숙과 그 다음 셋째주, 연습이 있고
그후 바로 연주회입니다.
그 와중에 회원님들의 열의를 무마하느라 대표님이 진땀빼는 상황도 연출이 되었었네요.
그림 스케치를 할때 초기단계에서는 한꺼번에 모두 자세히 그리려다 실패를 하게 됩니다.
그리는 과정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마음만 앞서게 되죠.
조금 알게되면 전체 윤곽만 잡고, 차츰 세부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세한 대상에 대한 관찰을 하게 됩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작업을 하게 되면 차츰 명암이 가해지면서 입체적으로 살아나게 되고 ,
부분 부분 디테일한 부분을 좀더 수정합니다.
디테일한 부분이 완성되더라도 다시 전체적은 부분을 놓고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디테일을 추가하고.. 전체를 보고 다시 추가하고..
수차에 걸쳐 반복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그림이 되겠지요.
산조합주는 지금 몇번째 디테일(세부묘사) 작업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봤으면 합니다.
개개인이 얼마나 이 음악을 타인에게 매끄럽게 선사할수 있는지 ,
매끄럽게 선사할 수 있는 분들은 음 속에서 어떤 특정한 느낌까지도 전달할수 있는지..
얼마나 합치된 소리들을 내고 있는지..
비록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약간의 프로페셔널한 사명감도 가지고 있는게 좋다고 봅니다 .
우리가 타인들을 초청해놓고 우리의 음악이랍시고,
대충대충 연주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음악에게 못할짓하는 것도 되는 겁니다.
현재 우리가 대충대충한다는 게 아니라,
그러한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이 결국 결과물의 질을 많이 높이는 초석이 될거라 믿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마음가짐 없이는 어느 한순간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해질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취미생활로서 국악의 경우 서양음악쟝르에 비해서 그러한 관대함이 훨씬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혹자는 그럴겁니다. 그럴필요가 뭐가 있는가 하고 말이죠.
우리가 프로도 아닌데.. 왜 그런생각을 하느냐..
정도와 환경과 절박함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업으로 하는 프로와 다른 절박함이라고 해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까지 마냥 관대하다면,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권태에 빠질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
그리고 좀 더 구체적인 이유는
다른 모임과 다르게 산조라는 음악 자체가 상당히 개인적이면서 전문적인 가락이 많습니다.
정악이나 창작관현악은 원래 합주적인 속성이 강한 음악이니 규모로서 디테일한 부분이 커버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산조는 원래 독주음악으로도 충분한 개성이 있습니다.
묻어서 갈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적으므로 음악적 기량 자체가 바로 쉽게 드러날수 있는 음악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도 소리여울의 어느 다른 소모임 못지 않은 관록과 짱짱한 실력으로 자부심을 가져도 될 날을
기약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우리가 지금 하는 음악은 산조모임의 이름으로,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국악의 이름으로
그날 오신분들께 선사될것입니다.
다음 모임때는 한층 성숙된 성음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이번주 토요일이 입추입니다. 벌써 가을의 문턱인 셈이지요.
꽃샘추위가 매서운 만큼, 늦 더위의 채찍끝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첫댓글 첫 사진부터 캬!~하는 탄성이 나오네요^^ 후기도 여러사람 돌아가면서 쓰는것을 아예 법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이렇게 서로의 글을 보면서 어떤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서로에대해 더 잘알게되는것 같아 너무 좋네요. 잘읽고갑니다. ^^
포로롱님의 후기가 기다려지는군요 ^^
하나를 이루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은 나의 몫이고
하나를 이룬다면 다른 하나를 기꺼이 던질 줄 앎은 님의 현명함입니다.
사랑 하나를 버릴 때마다 나는 아파서 절뚝거리고
소중함 하나를 던질 때마다 님은 자람에 기쁩니다.
같은 소리의 길을 가는 데 이리 마음자세가 다르니
저는 영원한 하수이며 변방이며 '나머지'입니다. ㅜㅜ
고개 숙입니다.
과찬이십니다. 다를 뿐이겠지요
훌륭한 덕담이십니다... 산조모임내에서 상대방에 대한 최상의 배려는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갈고닦아 협화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두가 자유자재로 시나위 합주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산조모임 화이팅~~!!!
한풀님 귀한 얼굴 구경, 소리 구경좀 시켜주시지요. ^^
아이들 어릴때 어름방학이면 매번 변산반도를 다녀오곤 했죠.지금도 눈에선한 내소사의전나무숲길, 격포항, 아름다운 곳이었죠.. 겸손한 글속에 하고싶은말은 꼭 챙겨서 다 하시는...ㅋ~
마치 방향지시등 같은 캐릭터시네요.. 산조모임을 아끼시는 훈훈함이 묻어나는듯 해요.. 감사요!!~ ㅎ
변산 ,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엊그제나 변함없는 모습에 포근했습니다.
방향지시등이라... 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
훈훈함은 따심이님에 비할바가 아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