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언제적 만화냐.. 라고 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을 본 것 외에는 요번에 처음으로 다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뭐, 조금 열받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고, 완전 코미디 같은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의외로 진지하게 봐줘야 할 구석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이죠.
"혐한류"는 일본 사회의 두 줄기 기운이 만나는 절묘한 타이밍을 만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하나는, 예전부터 재등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일본의 극우적 민족주의의 기운입니다. 이거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혐한류를 성공하게 만든 또다른 기운은 바로, 우리들의 극우 민족주의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드라마틱하다고 해야 할까요. 서로에 대한 극단적인 배척과 적대, 자국인의 절대적 우월성에 대한 믿음, 서로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이러한 것이 서로 만난 덕분에 (정치적인 입장은 완전히 배재하고 순수하게 만화로써 평가할 때) 좀 치졸한 이런 작품이 날개 돋힌듯 30만부나 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게 만든 것입니다.
혐한류를 보면서 그나마 가장 따갑게 자극받는 부분은 한국인의 통상적인 단점들, 같은 한국인으로써 낯뜨럽게 만드는 장면들인데 그것은 항상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에게 충만해있는 배재적 민족주의의 모습입니다.
* 스포츠 응원이 도를 지나쳐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는 심성, 아니, 스포츠 경기 자체를 한일'전', 태극'전사', 따위의 적대적, 전투적으로 파악하는 대중적 심성...
* 한국의 고유문화에 대한 자랑이 지나쳐 그것을 쉬지도 않고 외국인에게 떠들어대며 '세계제일'을 어떻게든 의식시키려고 하는 처량한 모습...
* '전통무예', '전통무술'에 구애되어 스스로의 기원을 속이거나 하는 한국의 무술단체들의 모습..
* 그리고, 많은 경우에 보이는 일본인에 대한 원초적인 혐오감 - 우리 까페에서도 이런 분들 몇 번 본 적 있죠? 일본 사람 나오면 무조건 "쪽바리"부터 입에 나오는 사람들.
뭐, 기타 등등 여러가지가 있죠.
우파 지식인들이 제공해준 자료들로 만든 만화인 만큼 일본 우익의 정치적/경제적 입장에 대한 정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혐한류"를 성공하게 만든 것은 그런 냉정한 비교론이 아니라 바로 위와 같은, 감정적 거부감에 대한 호소입니다. 서로의 입장,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고 이해할 여지를 없애고, 처음 부터 격렬한 혐오와 증오로 대립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감정적 충돌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감정적 충돌은 어느 한 쪽 만으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진정한 아이러니는, 혐한류는 어느 면에서는 한국인의 거울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한국인의 실체를 비추기 때문에 거울이라는게 아니라, 혐한류에서 보이는 일본 우익들의 어이없는 주장, 기가막힌 행동, 논리적 궤변 - 이러한 모습은 반대로 일본에 대한 '반일', '극일'을 외치는 사람들과 쏙 빼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똑같기 때문에 똑같은 저차원적 개싸움을 벌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내재된 적대적 민족주의, 식민지시대의 원한에 대한 집단적 기억, 그리고 군사문화로 인해 증폭된 폭력적/극단적 성향... 우리 한국인들 중에 존재하는 암덩어리를 혐한류는 아프게 콕콕 찌른다는 것이죠. 그들이 그렇게 이 아픈 곳을 찌를 수 있는 이유는,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일본인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일본인들의 암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혐한류에 맞서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우익 사이트에 사이버테러를 해야 하나요? 자신의 인터넷 글에 반일 짤방이라도 달아둘까요? 일본인들의 더러운 근성을 폭로하기 위해 전면적 문화전쟁을 선포할까요?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컴퓨터 부품 중에 상당 수가 일본 부품이고, 지금 일본인 친구들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혐한류는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혐한류는 그 제목에서부터 자신의 태생을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嫌" - 싫어할 혐! 증오와 미움입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 우익의 증오와 미움을 잉태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화입니다. 그것을 우리도 같은 만큼의 증오와 미움으로 대적할까요? 사생결단으로 전쟁이라도 일으켜야 할까요? 이현세의 "남벌"처럼 말이죠? 혐한류 일고 한국인들이 속이 뒤집어진다면, "남벌" 읽어 본 일본인들은 어떨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거죠.
증오를 증오로 싸기 위해서는 그 증오를 등에 업은 무력으로 상대를 짓밟는 수 밖에 없습니다. 증오는 해답일 수 없습니다. 성인군자라서가 아니라, 증오를 등에 없고 싸움을 벌이는 짓이 수지가 너무나도 안맞는 것은 물론이요 비인간적이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그들과 똑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격하시키기 때문입니다.
한-일 문제의 해답은 한일교류의 확대입니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 돈이 되는 것들의 교류를 말하는게 아니라 정신적인 교류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양식있는 한국인들이 있듯, 일본도 다 같은 일본인이 아닙니다. 일본에도 양식있는 일본인들이 있고 이들은, 두 나라 국민 속에 내재해있는 적대와 증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동맹자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두 양식있는 갈래의 사람들은 서로 힘을 합쳐, 갈피를 못잡고 있는 두 나라 국민에게 같은 것, 같은 비젼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혐한류와 반일주의는 일본인은 다 같은 일본인, 한국인은 다 같은 한국인으로 생각합니다. 나라와 민족이 다르다는데에서 출발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생각을 하던간에 우선적으로 자기 국가 자기 민족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혐한류에게 일본 내의 시민단체와 좌익정당들은 "적"입니다. 그들은 매국노이자 배신자들이고 한국에 빌붙는 기생충으로 묘사됩니다. 한국의 반일주의자들도 자국 내의 평화주의자들과 개인주의자들에 대해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물론이고 말입니다. 국가주의, 군국주의의 기틀이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원하는 일본의 모습은, 박정희가 꿈꾼 한국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나라와 민족은 달라도 한 인간으로써 개인은 개인일 뿐. 국가와 민족 보다 개인의 우정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법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장 혐한류를 깨부수는 가장 손쉬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인 친구를 만드세요. 그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면 끝입니다. 그리고, 입장의 차이가 있다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그것을 이해하는 사이가 되면 되지요. 아주 간단합니다. 이런 작은 것만으로도 부서지는 것이 "혐한류"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실체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겁내기 때문에 극우들은 "무조건 싫어해야 한다"라는 사상을 주입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니까요.
국가, 민족.. 이 형체를 알 수 없고, 자신이 그것에 연연한다 한들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개인의 인생에서 정말 쓰잘데없는 개념인 이 두가지에 묶인 한국과 일본의 어두운 모습이죠. 국가와 민족이라는 콩깍지에 씌여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의 중년 이상쯤 되는 세대나, 일제시대에 크게 피해를 입어 지금까지 그 영향이 남아있는 일부 사람들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그저 흘러간 과거의 일들로 볼 필요가 있음에도, 전혀 그러질 못하고 있죠. 일본 극우세력이 80년대 후반부터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유를 상기해봐야 합니다.
다들 험한류에 무게를 두시는군요. 전 그냥 코미디 만화로 보는데... (월간조선도 즐기는데 이까짓꺼야...) 이런 저속한 도발에 감정이 흔들린다면 정말 우스운 일이겠죠. 이런 꼴통들에 대한 대처법은 일본내의 진보단체와의 연계나 활발한 교류가 가장 효과적이겠죠.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고...
독일인들은 스스로 팬저군단이라고 한 적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도 원래 일본에서 붙인 별명이에요. (사실, 스포츠를 전투와 비견하는 것이 원래 일본의 영향이긴 합니다만..). 'match'에는 '겨루다' 이전에 '짝을 맞추다'는 뜻입니다. 게임이나 경기는 공평하게 서로 숫자를 맞추고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경기를 하다'는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국가, 민족.. 이 형체를 알 수 없고, 자신이 그것에 연연한다 한들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개인의 인생에서 정말 쓰잘데없는 개념인 이 두가지에 묶인 한국과 일본의 어두운 모습이죠. 국가와 민족이라는 콩깍지에 씌여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의 중년 이상쯤 되는 세대나, 일제시대에 크게 피해를 입어 지금까지 그 영향이 남아있는 일부 사람들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그저 흘러간 과거의 일들로 볼 필요가 있음에도, 전혀 그러질 못하고 있죠. 일본 극우세력이 80년대 후반부터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유를 상기해봐야 합니다.
거 왜, 일본에 보면 가게가 3대째가 되면 말아먹는다고 하잖습니까. 마찬가지죠. 두 세대가 지나 3대쯤 되면 이미 과거에 의한 증오같은 것도 잊혀지기 마련인데, 그 자연스러운 현상을 지금 양국의 극우적 성향이 막고 있는겁니다.
그놈의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거.. 사실 굉장히 허망한거예요.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인지, 왜 그것에 연연해야 하는지.. 다들 이유는 모르지만,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박혀있던 것이라 버리기 싫은 것 뿐이죠.
다들 험한류에 무게를 두시는군요. 전 그냥 코미디 만화로 보는데... (월간조선도 즐기는데 이까짓꺼야...) 이런 저속한 도발에 감정이 흔들린다면 정말 우스운 일이겠죠. 이런 꼴통들에 대한 대처법은 일본내의 진보단체와의 연계나 활발한 교류가 가장 효과적이겠죠. 가장 현실적이기도 하고...
태극전사나 한일"전"에 대한 예는 잘못드신듯 합니다. 독일축구의 팬저군단은 뭐고, 한일"전"은 영어의 match가 겨루다르는 뜻도 되니, 겨루다라는 뜻도 되는 전을 사용해도 충분히 이해할만한것이라 생각합니다.
독일인들은 스스로 팬저군단이라고 한 적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도 원래 일본에서 붙인 별명이에요. (사실, 스포츠를 전투와 비견하는 것이 원래 일본의 영향이긴 합니다만..). 'match'에는 '겨루다' 이전에 '짝을 맞추다'는 뜻입니다. 게임이나 경기는 공평하게 서로 숫자를 맞추고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경기를 하다'는
뜻의 단어가 'match'로 굳어진 것이에요.
흐흐... 그 책에 닌자가 어쩌니 뭐니 나오던데... 그거 일본꺼 라는거 모르는 사람 있나요... 나참... -_-
쿨럭 군국주의라기보다 - -; 독재정권에 의해 변질된 거라고 봐야할듯 - -;
제가 이글을 퍼가거나 소장해도 됩니까? [원작자를 밝히는건 기본.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