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의 수행법-3
소릉선사 진수어록(少陵先師 眞修語錄) - 1
아래의 글은 선불(仙佛)이 서로 융합된 것으로 우리 조선의 문종 시
태백산승의 글이라 했다. 조선 문종 때라면 1451~1452년이니 조선
선맥(仙脈)의 거두인 김시습보다 약간 앞선다. 한무외의 [해동전도록]보다 앞선 것이니 신라 때 당나라로부터 선도(仙道)를 전수 받았다는 의상대사의 도맥을 계승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달마의 선종(禪宗)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지기도 한다.
단순히 수련적인 차원에서 보면 아래의 글은 매우 정리가 잘되어 있고 핵심요지만 간추려 놓은 것이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단어가 약간
낮설 수도 있지만 조금씩 수련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면 아래의 글만큼 좋은 수련 지침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보국정정지법'과 일맥상통하니 음양 짝으로 읽어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선(仙: 신선)과 불(佛: 부처)은 그 경계가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상제님께서도 '나는 선불(仙佛)이니라(개정판)' 하셨고,
'선매숭자(仙媒崇子)' 도수로 후천으로 가는 길목에 '불가지(佛可止)'
도수가 있는 것은 불(佛: 부처)의 과정을 밑자리로 삼아 후천 조화선경(造化仙境)으로 가는 길을 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불가지 도수도 여러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겠지만, 유불선(儒佛仙)의 모든 진액을 뽑아 모아 궁극의 선(仙)세계로 가는 과정상 불(佛)의 과정은 필수적인 과정임에는 틀림없다하겠다. 일단 그렇게 이해하고 3회에 걸쳐 연재되는 불가 수련의 핵심인 소릉선사의 가르침을 읽어보도록 하자.
← (진묵대사 영정)
대저 초심자初心者는 먼저 모름지기 망상을 없애고 적정寂靜으로 돌아와 모든 인연을 끊고 침착하고 조용히 좌선해야 하니 그 법은 머리를
바로 하고 허리를 꼿꼿이 하며, 혀는 윗천장을
받치고 조용한 눈을 하고 합수(合手: 왼손을 오른손에 얹는다)하며, 다리를 겹쳐 바로 앉고 이목구비를 닫고 두 눈으로 안을 들여다봐서 빛을
머금고 말없으며 가늘게 호흡하여 언제나 성性과 명命이 서로 교합하는 것이니라.
매일 두세 번을 편리한 대로 좌선에 들되 점점 더 길게 하는 것이 좋으니라. 매양 침을 삼킬 때에는 입 안의 탁한 기를 내보내고 앉은 자리는 밀실에 휘장을 치고 사람들이 보지않게 하는 것이 좋고, 음탕한
짓을 하지 말고 죽은 시체에 가까이 하지 않음이 가장 중요하며 배가
고프거나 부를 때에는 좌선에 들지 말고 좌선을 마치고는 두 손을 뜨겁게 비비기를 눈에서 안화(眼火: 눈이 피로해서 흐릿함)가 나가게 일곱 번을 하고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려 전신운동을 한 차례 함이 좋다.
좌선의 공부가 무르익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연후에 뜻을 오로지
하나로 세워(다른 일에는 관여 않음) 지성으로 '금강반야바라밀다金剛般若波羅密多'에 귀의 하여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함께 닦아
나가되, 자나깨나 한 가지로 일심하여 잊지도 말고 도우지도 말며 급히 서둘지도 말고 게을리 하지도 말아서 잠깐이라도 떠나지 말아야
한다.
'금강金剛'이란 굳은 갑옷과 날카로운 칼날이요, '반야般若'는 성명(性命)의 근본이니 동(動)이면 움직여서 수련하고 정(靜)이면 고요히
수양하여 흰빛(白光)이 몸 바깥으로 드러난 연후에 겨우 쓰임이 있게
되느니라. (이는 영보국정정지법에서 말하는 허실생백虛室生白의 경계이다. 빈방에 빛이 생긴다는 뜻으로 대주천이 완전히 된 후에 명상을 하고 있으면 하얀 빛이 자기의 주위를 덮고 있는 것 같은 현상을
말한다.)
'바라밀波羅密'은 부처 설법을 넓히어 중생의 모든 번뇌와 사견邪見을 없애는 것을 이름이다. '다多'는 공을 쌓아 남에게 베품이다. 만약에 공행(功行)이 많지 않으면 대도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사부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수도자는 공덕을 쌓지 않고서 부처나 신선이 될
수 없다.) 덕행 높은 옛 고승이 이르되 "착한 행덕의 공덕을 지금 심지
않으면 어느 날에 싹틈을 보랴. 인생의 무상이 빨라서 삶과 죽음이 이리 크니 불자佛子된 사람이 지성으로 마음먹지 못하겠는가."하였다.
생로병사를 해탈한 대도는 탄탄하여 매우 간단하고 쉬우니 탐냄과 음탕함과 성냄과 어리석음(貪淫嗔痴)을 바로 끊고 부지런히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닦기를 다할 다름이라. 욕심을 없애고 근심하지 않도록
힘씀이 수도하는 입문이 되느니라.
성(性)은 비록 본래 고요한 것이나 잡념이 요란하고, 마음이 비록 본래는 고요하나 여러가지 욕심이 잡아당기므로 언제나 그 욕심을 잊어
버릴 수 있어어야 마음이 스스로 고요한 것이요, 잡념을 끊어야 성정性情이 스스로 고요해지니 한 생각이 섞여서 편한하게 선정에 들어가면 나고 죽음이 모두 끊어져서 명성삼매(明星三昧)가 앞에 나타나지
않을 수가 없느니라. 만약 욕심이 갑자기 일어나거든 억제하고 또 억제하여 오랫동안 순수하게 익으면 기氣가 저절로 왕성하게 생기고 신神이 스스로 화창하리라. '반야般若'란 지혜니 덕행 높은 옛 스님이
이르기를 "귀하다 할 천연물이 반려자가 없는 것은 오직 이 하나뿐이다" 했다.
무릇 정좌함에는 반드시 깊은 산에 들어가야 되는 것이 아니요, 반드시 번잡한 시장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 조각 한적한 땅에 도장을
차려놓고 법을 받을 재물을 넉넉히 쌓고 추우면 옷을 더 입고 배고프면 식사하며 의식에 대한 근심이 없어야 마음에서 홀연 싹이 트는 것이다.
정좌에 들어서는 대소변등 긴급한 일이 아니면 바깥으로 나오지 말고
해와 달 북두칠성을 향해서 똥오줌을 누지 말며,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서 마음을 산란하게 움직이지 말며, 잠은 옆으로 누우며 머리는
이불을 덮지 말고 또 입으로 말을 적게 하고 마음으로 생각을 적게 하고 뱃 속에 음식을 적게 먹고 밤으로 잠을 적게 자고 이 네가지를 적게 행하면 법받을 일을 성취할 수 있느니라.
앉는 자리에는 불결함과 추위, 더위, 습함, 바람, 벼룩과 이 등을 멀리하고 음식에는 아주 뜨겁고 아주 차갑고 기름기 많고 냄새 나는 것들
및 다섯 매운 것과 술 고기를 멀리 하며 방안에 거울을 세 개 걸고 벽에는 범어(梵語) 전서(篆書)를 쓰고(우리도 태을주나 운장주 액자를
걸어놓고 수도하면 더욱 좋겠죠^^), 오랬동안 진향(眞香)을 태우며,
겨울에는 막을 치고 여름에는 평상을 놓고 또 꽃을 보고 음악 듣기를
말고 곡소리와 말을 주고 받는 소리를 듣지 말 것이니라.
좌우와 앞면의 거울과 범어를 써 붙이는 것은 마귀魔鬼를 피하는 기구이고(복마나 귀신은 자기의 모습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하더군요. 옛날에는 거울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지금은 방에 거울없는 곳이 없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그 밖은 마음을 거두고 위생에
관한 것이니 배우는 사람은 실천할지어다.
좌정에 들어감에 반드시 마난(魔亂 - 복마의 발동)이 있으니, 부모나
스승과 친구나 형제가 병들어 죽는다든지, 도적의 병기나 뱀 호랑이가 침범한다든지, 부처 천선(天仙) 옥녀(玉女)가 하강하는 것 등은 모두가 진짜가 아닌 거짓이니 모두 보지 말고 듣지 말고 알은 체 않으면
저절로 없어지느니라.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