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 버스
김혜연
빈자리가 없어 거의 서서 가야 하는 100번 버스는
꽉 차 있는 몸 앞뒤 예고 없이 흔들며 뒤뚱거리지만
손님은 개의치 않는다
모두 놀이기구 타듯이 즐겁게 목적지를 향해 간다
가끔씩 나도 100번 버스의 불편을 타고
시인에게 간다
딱히 시인은 만나지 않아도
도심 한 가운데 놀이공원 같은 5일장 보러 간다
5일장이 열리는 동네에 사는 시인은
그런 나를 위해 국밥을 사 준다
때때로 자리가 없어 먹고 오지 못하는
오랜 전통 장터 옆 국밥집
하지만 100번 버스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날씨가 궂은 날도 주어진 번호에 걸맞게
정류장마다 지나치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5일장이 서고 국밥집이 있고 시인이 사는 아름다운 동네를
행복하게 지나가는 100번 버스는
날마다 꽃피는 장날이고
뜨겁게 끓고 있는 선지국밥이고
나를 기다려주는 백점 만점 시인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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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혜연 시인의‘100번 버스’라는 재밌는 시를 소개할게요. 사실 100번 버스는 212번 버스, 710번 버스, 그 어떤 버스라도 상관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그곳으로 나를 태워주는 버스는 모두 오늘 소개해드릴 시 속의 100번 버스 같을 테지요. 사실 만원버스는 짜증이 나지요. 이리저리 흔들리고 급정거하고...그런데 시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태워주는 버스를 ‘백점 만점에 백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또 100점 버스는 참으로 성실하네요. 정류장마다 지나치는 법도 없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래요. 오늘은 놀이기구 타듯 버스를 타고 돈벌러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자식을 만나러 가고, 또 부모님을 뵈러 가고... 그래서 복잡하고 흔들리는 버스는 좋아하는 이를 만나러 가니‘꽃피는 장날 ’같은 거고,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삶을 태우고 가는 버스라서‘뜨겁게 끓고 있는 선지국밥’같은 거고... 그곳에 가면 좋아하는 또 다른 시인을 만날 수 있으니 ‘시인’버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지금 여러분이 은아를 만나러 가는 버스를 타고 있으면‘은아 버스’고,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면‘엄마 버스’가 되는 거지요. 지금 여러분은 어떤 버스를 타고 계신가요? 모두 놀이기구 타듯 즐겁고 행복한 버스였으면 좋겠어요. 자가용이나 트럭은 또 어떤가요? 그 어떤 것이든 모두 좋은 하루를 태우고 달려가시길 바랍니다. (박서영)
- MBC경남 창원본부 사이트, <FM아침의 행진> 중 '시가 있는 아침'에서
첫댓글 저도 100번 버스 자주 타는데, 이제부터 탈 때마다 우리 부회장님 떠올리게 생겼네요.
100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소답동. 예전 창원의 모습을 그나마 많이 지니고 있는 정다운 동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