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사진
오빠의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똘란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돌을 맞이했다. 사진관에 가서 돌 사진을 찍었다. 내 손녀딸이니까 더 그렇겠지만 참 예쁘게도 나왔다.
똘남이 돌날에는 어미 아비가 일곡동에서 피자 가게 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여서 차분히 돌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나마 우리 집 거실에서 풍선을 달아놓고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고작이었다.
돌이 막 지난 어느 날 할미가 똘남이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관에 갔다가 퇴짜를 맞고 왔다. 아이가 사진 찍을 기분이 아니니까 푹 재운 뒤에 다시 오라는 거였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똘란이 돌 사진 덕분에 똘남이도 처음으로 사진관에 따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산뜻하게 나왔다. 역시 돌 사진은 사진관에서 찍어야 제격이었다.
몸으로 때우기
핸드폰 화면에는 온갖 모양과 소리가 나타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똘란이가 할미 핸드폰을 가지고 놀면 할미가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내놓으라니 어림없는 소리다. 텔레비전 리모컨으로 발바닥을 딱 때려도 그냥 몸으로 때운다.
말은 할 줄 몰라도 다 알아듣는다. 또 때리겠다고 발바닥을 붙잡고 리모컨을 높이 쳐들면 똘란이는 핸드폰을 더 다부지게 보듬고 요지부동이다. 발바닥에서 딱 소리가 나면 눈살을 찌푸리고 울상을 짓지만 한층 더 입을 앙다물고 볼을 실룩거리며 결사 항전의 결의를 꺾지 않는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결국 똘란이는 할미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도 할미가 쏘아보면 슬그머니 가져다 바친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
매파답게 할머니는 똘란이를 향한 귀여움도 요상하게 표현한다.
“아이고, 우리 이삔 똘란이. 이리 와! 으앙 한 번 하자.”
한사코 머리를 흔들며 할머니를 떠밀고 거부하는 똘란이를 기어코 끌어당겨 팔뚝을 살짝 이빨로 깨문다.
으앙! 아무 잘못도 없이 팔을 깨물린 똘란이가 억울해서 입을 한껏 벌리고 운다.
뱅기
똘남이와 두 살 터울로 태어난 똘란이도 비행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입이 찢어져라 웃는다.
오히려 밥을 깔짝거리는 똘남이보다 제 누이동생이 더 무겁다. 할아비가 아래쪽에서 떠받치고 둥개질하느라 숨 가쁜 줄도 모르고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 한 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듯 땅에 내려놓으면 금방 또 손 활짝 벌리고 할아비를 덮치며,
“뱅기, 뱅기.”
다시 태워주라고 떼를 쓴다.
미래의 역도 선수
똘란이는 제 오빠와 완전히 딴판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허벅지가 역도선수 장미란이처럼 토실토실하더니 젖살이 빠지고도 보듬아 보면 제 오빠보다 더 무겁다.
하루 종일 입에다 무엇을 물고 산다.
포크도 두 개씩 양손에 쥔다. 사과를 찍은 오른손 포크는 입 안으로 들어가고 다른 사과 조각을 찍은 포크는 왼손에 쥐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다.
무엇이든 야금야금 베어 먹으면 성에 차지 않는지 한꺼번에 볼때기가 미어터져라 몰아넣고 우물거리다가 목이 막혀 눈을 희번덕거리며 캑캑거린다.
하느님도 불공평하시다. 똘남이와 똘란이의 식욕을 좀 골고루 나누어주셨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