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중 보너스를 만난 것 같은 곳이 있다.
아마도 오늘의 여행지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벌써 여행 마지막 날이다.
무엇을 끝낸다는 것은 완성의 의미도 있지만
언제나 아쉬움을 동반한다.
남프랑스, 스위스 지역을 돌아본다는 생각으로 많은 상상을 했지만
오늘 둘러볼 '에즈빌리지'와 '모나코'는
생각보다 큰 선물이었다.

에즈빌리지에 오르기 전에 들는 향수가게.
담을 예쁘게 덮은 저 꽃이름이 하도 궁금하여
'모야모'라는 앱으로 물어보니
'백화등' 이라고 한다.
'아시아 재스민'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그래 향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가게라면
이정도의 외관은 갖춰야지.


향을 제조하는 전통방식의 기구들인가보다.
향수 제조의 고장이라는 '그라스'가 이곳에서 가깝다는 가이드의 말에
갑자기 쥐스퀸트의 소설<향수>가 생각난다.
그 소설에서 그라스라는 지명이 아주 자주 나왔었다.
가장 아름다운 향을 얻기위한
주인공의 엽기적인 행각에 가슴을 졸이며 읽었던 소설이다.
마지막까지 너무 끔찍하게 끝나 영 뒤끝이 좋지 않았던 소설.
그런데 그가 단두대에 오르기전 자신의 몸에 뿌렸던(들이부었던)
그 향은 정말 궁금하긴 했다.
무서운 살인마에 대한 원성을 일순간 가라앉히고
저사람은 죄가 없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 향은 대체 뭐였을까.



금방이라도 노란 향기가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결국 여기서도 지갑을 열었다
지인들한테 줄 향기비누와 포푸리 등등
이렇게, 보라보라 노랑노랑 이쁜데
어떻게 그냥 나오냐구요.
그렇지만 향수는 패스!
향을 맡는 사람들의 취향이 제각각이고 호불호가 갈린다.
아무리 좋은 향에도 머리아프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향수는 뿌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의 짙은 향수냄새에
고개를 저었던 적도 많았기에.

자, 이제 에즈빌리지로 올라가 볼까요?

니스와 모나코의 중간지점에 있는 에즈빌리지는
옛 성터 마을인데 해발400미터에 조성되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긴 리비에라로 이어진 지역이니
해상으로부터 적들의 침입을 피해 이렇게 고지대에 성벽을 쌓고
평온을 갈망한 것 같다.

마을의 전경을 이렇게 친절하게 그림으로 보여준다.
어느 길로 올라가든 앞엔 지중해의 긴 리비에라가 펼쳐져있고
잔잔한 물결이 평화스럽다.
지중해빛 바다가 햇살에 반짝인다.

너희들은 이 마을에 사는 고양이니?
엄마만 고양이 눈이고
아기들은 아직 순둥이 토끼눈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예쁜 가게들이
중세풍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보인다.
샤갈이 사랑했던 생 폴 드 방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미니 생 폴 드 방스라고 하면 에즈가 싫어할래나?








함께 찍은 사진 중에 유독 부심이님의 제스처가 활기를 준다.
손을 높이 올려 환호하거나
흔들어주는 모습이
사진의 구도를 더 완성시키면서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건강미인이 바로 이런모습아닐까요







같은 조각품 앞에서의 다양한 포즈가 참 재미있다.
가만히 말을 걸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있고
끌어안고
조용히 어루만지고
열정적으로 구애하고 .........




하나 사들일까요?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살 아래 도도하게 핀 꽃송이가
가방안으로 가득 들어와있다
강렬하다.
꼼꼼한 수공예품이라 제법 가격이 나갈 것 같다.

난, 이 빛바랜 벽도 사랑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실제로 이런 중세의 모습을 갖고 있는 낡은 건물들은
그냥 예쁘다.
깨어진 흔적, 긁힌 흔적까지도...


이런 예쁜 집이 내 집이라면
누구나 막 초대하고 싶겠어요.
"우리집 구경 오실래요?"
"지중해 바라보이는 발코니에서 차 마시고 가세요."
하며

정이 유난히 많으신 선배님
예쁜 기념품들 나눠줄 사람도 많으실게다
나, 기념품 좀 샀어요하는 표정이지만
실은 제꺼 까지 다 들고 다니신답니다.

카메라를 메고 있는 저와 부심이님 보고
"자기들은 예술활동 해야하니까 그 쇼핑백은 나한테 줘." 하시며
한사코 뺏다시피 가져가 들고 다니신다.
참 ~~~~
못이기는 척
선배님한테 짐 다 맡기고
예술활동이랍시고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저기요!
다른데 쳐다본 사람 있어서 다시 찍고 가실게요~~

앗, 저기요!
여길 보시라니까요.
에구, 시간없어서 그냥 가실게요~~~

우리의 자연스런 모습을 찍어주느라 분주하신 멋쟁이
사진 찍는 모습이 찍힌 우리보다 멋스럽습니다.
뻣뻣하게 폼잡고 찍은 사진보다
뒤에서 옆에서 자연스레 찍어놓은 사진이
얼마나 좋은지
부심이님과 자매님 정말 감사합니다.

난 또 그 모습을 찍고
서로에게 피사체가 되는 일은 즐겁다
여행의 즐거움은
돌아와서 반추하는 일이 더 길고 오래간다.

자, 이제 이 마을 구경도 잘하고
쇼핑도 잘 했어요
우린 모자 하나씩 사 쓰고 좋아라한다.
모자 산 사람들 모두 모여요.

같은 디자인, 다른색의 띠가 염색된 모자를 사서 오후내내 쓰고 다녔다.
여행갈 때 많이 이용할 듯하다
프로방스 에즈빌리지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러고 보니 이거 프랑스제야.
프랑스엔 입생로랑만 있는 게 아니라구.
단돈 몇만원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우리.

저 바구니에 담긴 보랏빛 라벤더 마그넷을 아를지방에서부터 사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이곳에서 발견하고 사려고 했더니
통째로 붙여놓은거라 하나씩 떨어지질 않는다
똑같은 것을 안에서 찾으니 없다
헹~~~
이렇게 쇼핑도 타이밍이 있는거다
5유로짜리 마그넷하나 살 타이밍을 놓쳐
지금도 아쉽다.
프로방스 지역을 다녀왔으면
저런 기념품 하나쯤은 데려왔어야지.

우린 올라왔던 예쁜 골목길을 다시 내려와
마지막 여행지 모나코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