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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8년 11월 10일자 <경제시평> "미국 대선으로 본 민주주의 시장경제" 글입니다.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후보가 공화당의 메케인 후보를 큰 차이로 누르고 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 의회 상원과 하원 역시 모두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앞서며 다수당을 차지했다. 이로써 공화당 부시 정부의 8년은 실패작으로 평가받아 미국 국민들로부터 통렬한 심판을 받은 결과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현재 미국 통계청이 밝힌 인구시계에 의하면 3억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흑인은 3,93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9%에 불과하다. 또 아래의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의 18세 이상 인종별 인구분포를 살펴보면 백인이 전체의 72.2%로 압도적으로 많고 흑인은 10.8%로 히스패닉계 12.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흑인인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전체 투표자의 53%에 해당하는 6,534만 표(선거인단 364명)를 얻어 5,735만 표(선거인단 163명)에 그친 메케인 후보를 800만 표의 큰 차이로 이겼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CNN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 후보는 남녀 모두에게서 메케인 후보를 앞섰는데 특히 여성 유권자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메케인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18-29세의 청년층으로부터는 메케인 후보의 2배 이상 지지를 얻었으며 30-44세 중년층으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18-44세 인구는 18세 이상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과 하원 선거결과도 민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상원은 33명의 改選의석 중 민주당이 18석을 차지하여 기존의 51석보다 6석 늘어난 총 57석을 차지하였으며, 전원 선거를 치른 하원은 255석을 차지하여 공화당을 압도하였다. 이처럼 대선과 상하 양원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한 것은 93년 클린턴 대통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행정부와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당선자는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에 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표1> 미국의 인구분포 및 2008 대선 결과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흑인인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발전에 있어서도 시대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 자체만으로는 절대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 반드시 민주주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생성해주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전 역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 세계경제는 중상주의적 시장경제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아담스미스, 리카르도, 밀 등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분업이론과 교역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가내수공업 생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가내수공업 생산시스템 하에서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내수공업 경제의 소비자는 왕족과 귀족 계층에 한정되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농노이거나 농민으로 소비할 경제적 여력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증기를 새로운 동력으로 하는 산업혁명이 발생함에 따라 공장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만일 18세기 말의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시민혁명 등을 통하여 새로운 평민계급의 탄생이 없었다면 산업혁명도 무위로 끝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공장제 대량생산 체제하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막대한 공산품을 소비해줄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 계층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통하여 구시대의 특권계층이 붕괴되고 새로이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평민 계층의 형성은 산업혁명을 통하여 획기적으로 증대된 생산력을 지탱해줄 수 있는 수요를 형성하였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혁명과 더불어 시장경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공장제 대량생산 체제를 바탕으로 왈라스, 제본스, 멩거 등 오스트리아학파를 중심으로 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탄생하게 된다. 이 신고전파 경제학은 오늘날 미시경제학 가격이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발전과 시장경제 성장간의 상호 관계는 20세기에 들어와서도 계속된다. 19세기 후반부터 여성의 참정권이 확대되고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을 위한 헌법수정이 이루어짐에 따라 여성을 새로운 수요자로 하는 시장이 성장 발전했다. 그런가 하면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을 통하여 흑인들의 권리가 신장됨에 따라 스포츠, 음악, 패션 등의 영역에서 흑인을 수요자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성장 발전했다.
그런가 하면 2차 대전 후 제국주의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의 길을 걸어감에 따라 세계 2위의 거대한 시장경제가 새로이 탄생했다. 한국 역시 90년대 민주화 정부가 들어서고 시민사회가 발전하면서 시민들의 자유가 확대됨에 따라 그와 연관된 시장경제도 급속히 확대 발전하였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과 함께 인민들의 민주적 권리가 신장되고 부의 축적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폭발적인 시장경제의 성장을 보였다. 구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서도 민주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이들 지역경제는 이른바 이머징 마켓으로 불리며 급성장을 하였다. 중남미 국가들 역시 2000년 이후 민주주의 정권이 등장하면서 일반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중남미 각국의 시장경제도 급속한 성장을 보였다.
21세기 초두에 세계 최강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세계 민주주의 시장경제 발전에 있어서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시대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미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아랍 및 제3세계 등 이른바 비기독교권 및 유색인종 빈곤국가들의 민주주의 발전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 민주주의 시민사회가 발전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경제의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 대선결과는 미국 국민들이 국가와 정파적 이념을 떠나 인종편견의 벽을 과거 민권운동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에서 뛰어 넘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사건이며 미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더욱 발전되고 시민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 할수록 그와 연동하여 시장경제도 더욱 고도화되고 건전하게 발전한다. 반대로 민주주의 발전 없이는 시장경제도 혼란을 겪게 되며 퇴보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침해 당하고 훼손될 때에 시장경제도 혼란에 빠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예컨대 제국주의가 팽배했던 시기에 항상 전쟁이 발생했으며, 자본주의 공산주의 체제를 불문하고 구소련과 냉전시대의 동유럽 국가, 북한, 아프리카, 미얀마, 20세기 중남미,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 등 독재 국가에서 시장경제가 성장 발전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독재는 항상 패망했으며 독재 패망 이후에 시장경제도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미국에 국한하여 볼 때, 시장경제가 혼란에 빠졌던 시기에는 반드시 민주주의 퇴보 현상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1970년대 초반의 변동환율제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시장경제의 혼란은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말의 버블 역시 레이건 정부의 1% 부자들과 기업들만을 위한 잘못된 비민주적이고 반 대중자본주의적 정책들이 남발된 결과물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의 금융위기와 경기불황 역시 네오콘으로 대변되는 부시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기만적인 일방주의 정책들의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말이 일방주의이지 네오콘 독재주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부시 정부와 네오콘들은 거짓 정보로 미국민과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전쟁을 일으켰으며 테러위협을 과장하여 헌법을 무시하고 미국민들의 인권을 제한했다. 또 대중자본주의를 희생하면서 1% 부자와 월가 및 석유자본을 위한 정책들을 남발해왔다. 그 결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수요기반을 형성하는 일반 대중들이 부동산투기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가난해져 버린 것이다. 시장경제를 지탱해주는 소비계층이 가난해져 버림에 따라 시장경제 자체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부시 정부의 이런 일방주의적 정책남발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앗아간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부정하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힘에 의해 무너져버린 것이다. 하루아침에 가난해져 버린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에 대해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심판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재하며 흑인 대통령을 선택할 만큼 질적으로 계속 발전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해갈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불황으로 미국경제는 당분간 혼란과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다. 이 타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가 오바마 차기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작금의 미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바마 차기정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난제인 것이다. 의료개혁 문제, 실업대책, 금융위기 대책 및 개혁, 기업파산 대책, 북한/이라크/이란 문제 등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으며, 오바마 차기정부는 이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려운 난국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자칫하면 실망도 커질 수 있다는 부담감 역시 높다. 예컨대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도입에 대한 기대가 높으나 막대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 대통령인수위원회 경제자문팀을 구성하여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 경제자문팀은 17명으로 구성되는데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뉴욕연방은행총재, 서머스(Lawrence Summers) 전 재무장관, 볼커(Paul Volcker) 전 FRB의장, 워렌버핏(Warren Buffett), 퍼거슨(Roger Ferguson) 전 FRB부의장 등 이전 민주당 정부 시절의 참모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당선자와 바이든(Joseph Biden) 차기부통령 그리고 대통령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된 이마뉴엘((Rahm Emanuel) 민주당 하원의원이 참석한다.
외신에 의하면, 여론조사 결과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차기 재무장관 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미국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볼커 전 FRB의장은 10월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미국경제가 직면한 위기극복 방안으로 첫째, 작금의 위기가 글로벌 위기인 만큼 국제공조를 중시할 것, 둘째, 시장원리를 제한하더라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예금보험을 확대할 것, 셋째, 파생상품 계약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청산기구를 설치할 것, 넷째, 위기가 수습되면 조기에 시장원리로 복귀할 것 등의 4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공동체의 공동善을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동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 메커니즘은 민주주의적 방식을 통하여 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것이다.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민주주의는 시장경제가 실현코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목적인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수단인 시장경제 메커니즘만으로 공동체의 운명이나 가치를 정할 수는 없다. 그것도 소수 부자만을 위한 엉터리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워서 말이다. 소수를 위한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것은 무지함의 표시이며 대중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장을 만들어 준다. 민주주의적 자유가 확대되면 될수록 그에 비례하여 시장도 확대된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 역시 민주주의를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반대로 민주주의적 자유를 상실하게 되면 시장경제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 민주주의와 대중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공동운명체인 것이다.
1%의 부자가 만드는 시장은 99%의 일반 대중이 만드는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특정 소수세력만을 위한 엉터리 시장경제 정책을 남발할 경우 어떤 민주주의 보복을 받게 되는지는 이번 미국 금융위기와 대선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첫댓글 현재로선,소수를 위한 시장경제(자본을 위한 자본주의)가 다수를 위한 시장경제로 전환 되어야 된다는 점,100% 동감합니다.다만 한가지,지금의 시장경제는 극도의 이윤추구를 기본동력으로 무한경쟁을 펼치므로써,결과로 소수의 독점체가 발생하고 다수는 소수의 독점체에 종속되어 지는 시장경제입니다.그래서 이와같은 시장경제로 인해 엄청난 제반의 문제들이 확대재생산된다고 사료되는데,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물질적 풍요와 과학의 발전이 시장경제로 기인 한다는 점,또한 충분히 인정합니다.그런데 다른쪽으로는 인간소외및 자연파괴와 같은 부작용도 발생합니다.완화인지?조화인지?아니면 다른 대체제는 없는 지?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