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FTA 타결]양허안 주요 내용 살펴보니…
민감 88개·초민감 34개품목 개방 공습
천연꿀 15년, 건조마늘·생강 10년후 관세철폐
빗장 풀리는 양봉·열대과일 가격 경쟁력 커져
쌀·쌀제품은 협정대상 제외로 보호수준 높여
과일주스·인삼음료·들깨등도 3~5년후 풀려
우리나라는 베트남과 2007년 6월 발효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미 FTA를 체결했다. 하지만 개방 수준이 낮아 추가적인 FTA가 필요하다고 판단, 베트남과 2009년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 간 FTA를 추진해 왔다. 2012년 8월 한·베트남 통상장관 회담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총 9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10일 타결을 선언했다. 기존 한·아세안 FTA에서 합의된 민감·초민감품목 525개를 대상으로 협상을 벌인 결과 민감 88개, 초민감 34개 등 총 122개 품목을 추가 개방하게 됐다. 양허안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주요 고관세 품목 관세 철폐=천연꿀·생강·마늘·고구마전분·팥 등은 지금까지 우리가 체결한 14번의 FTA에서 상대국의 줄기찬 요구에도 고관세율을 지켜냈던 품목들이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과의 FTA에서 일시에 무너졌다. 관세율이 243%에 달했던 천연꿀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내리다 결국 없어진다. 건조마늘(360%)과 생강(377.3%) 관세는 10년간 철폐되며 다른 품목도 비슷하다. 팥(420.8%) 관세는 15년 철폐다.
고추(270%)와 양파(135%), 신선·냉장 마늘(360%)은 양허제외됐지만 대체작물 관계에 있는 생강의 관세가 철폐된다. 관세 철폐로 값싼 베트남산 생강이 수입돼 국내 생강 가격이 하락하면 생강 농가가 작물을 고추·양파·마늘로 옮기게 되고 결국 주요 양념채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대과일도 빗장 풀려=망고(30%)·파인애플(30%)·두리안(45%) 등 열대과일의 관세는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파인애플 주스(20%)는 불과 5년 후 관세가 없어진다. 다만 두리안의 경우 검역 문제로 수입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과일은 기존 한·아세안 FTA 양허를 유지하며, 베트남산 열대과일이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필리핀·태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망고는 2839t(2012년 기준)이 수입됐는데 태국산이 1319t, 필리핀산이 1085t을 차지했다. 베트남산은 거의 없다. 바나나도 수입량 36만7673t 중 거의 전량이 필리핀산이었다. 베트남산은 29t에 불과했다. 구아버·망고스틴·파파야·파인애플·두리안은 베트남산 수입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산 모든 열대과일은 10년에 걸쳐 30~45%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기존 필리핀·태국과 함께 베트남이 한국 과일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전반적인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물 피해 장기적으로 나타날 듯=냉동 돼지고기(25%)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소 식용 설육(18%)은 3년 철폐, 닭고기(냉동 닭간 등, 20%)는 즉시 철폐다. 그 이외의 축산물 대부분은 한·아세안 FTA 양허가 유지된다.
돼지고기의 경우 10년 철폐로 관세가 없어지지만 국내 양돈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최근 4년간 구제역이 1400여건이나 발생했을 정도로 구제역 상시 발생국으로, 지금도 베트남산 돼지고기는 수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구제역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베트남 양돈산업의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못해 수출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돼지 사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돼지 1마리당 생산비가 28만원가량으로 우리의 31만4000원에 견줘 크게 낮지 않다.
더구나 우리는 미국·캐나다 등과의 FTA를 통해 돼지고기 시장을 이미 개방했기 때문에 베트남산 돼지고기가 수입된다 해도 이들 나라의 돼지고기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봉산업은 큰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43%에 달하던 천연꿀의 관세를 15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타=단순 가공품 관세도 빠르게 철폐될 예정이어서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쌀과자·과일주스·기타소스류·인삼음료는 5년, 곡류가공품은 3년 내로 관세가 철폐된다. 식품용 대두유(5%)는 5년, 들깨(20%)는 3년 철폐다. 간장(8%)·춘장(8%)·위스키(20%)·포도증류주(15%)도 개방의 파고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5년 철폐로 결론이 났다.
고구마(385%)·대두(487%) 등은 기존 한·아세안 FTA 양허를 유지한다. 김치(20%)와 혼합조미료(45%)도 마찬가지다. 특히 쌀 및 쌀 관련 제품(16개 세번)은 양허제외보다 높은 ‘협정대상 제외’로 변경해 보호 수준을 높였다. 인삼도 이번 추가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한편 쌀 관련 제품 가운데 쌀가루의 관세가 ‘5년 철폐’로 발표됐으나,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단순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륜 기자
출처: <농민신문> 201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