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禪軒 독서일기 2025년 8월 24일 일요일]
《『대동야승』 中 조경남 『난중잡록』 趙慶男 亂中雜錄
1608년 영상 이원익 상소》 [121]
○ 영상 이원익은 다섯 번 사표를 냈으나 사관(史官)을 보내어 회유하여 출사하도록 하였다. 그 상소는 다음과 같았다.
삼가 아룁니다. 노쇠하고 쓸모없는 신이 세상에 다시 없는 대접을 받아 특별한 은혜와 특이한 예의가 전후로 겹쳤습니다. 내의는 약을 싸 가지고 와서 밤낮으로 간호하고 대복(大僕)은 죽을 달여 날로 계속 보내주며, 또 중사(中使)가 찾아와 고기를 내려주었습니다. 또 성지(聖旨)를 선유하되 그 뜻이 반복 정녕하여 곡진하고 간절하심이 다정한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돌보는 것에 비할 뿐만이 아닙니다. 신이 비록 지극히 완고하다 하나 역시 마음이 있는 바에 어찌 격앙하고 분발하여 보답할 바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만, 신의 사정이 너무도 절박한 것은 6ㆍ7년 내에 오랫동안 난치의 병에 걸려 한가히 요양함으로써 근근이 목숨을 이어오던 차에 몇십 일 동안 힘을 써서 일을 하자 옛 병이 갑자기 일어나 쇠약해진 말년에 다시 소생할 희망이 없습니다.
성지(聖旨)에 이르시기를, “이후에 다시 사표를 내지 말라.” 하셨는데, 신이 오히려 연달아 소장을 올려 사면을 애걸하며 번거롭게 말하면 신하의 도리상 불안한 일이며, 그렇다고 다시 소장을 올려 사면을 애원하지 않고 몸소 중임을 띠고서 편안히 집에서 오래 누워 있다는 것도 신하 된 도리상 감당할 수 없는 일이오며, 비록 죽을 힘을 다하여 사람에게 부축받고 수레에 실려서 조정에 나아가 사은숙배한다 하여도, 사은숙배한 뒤부터는 계속 병을 칭탁하고 공청의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면 이 또한 신하의 도리상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모두가 다 온당하지 않은 일이니, 신의 사정은 이토록 낭패가 되어 황공하고 망극하여 몸 둘 바를 모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지금 바야흐로 역적을 다스리는 옥사가 일어나 사건이 지극히 중대한데, 신이 수상으로 있으면서 오래 국문(鞫問)에 참여하지 못하면 신하의 도리가 또 어떻겠습니까? 삼가 듣건대, 요사이 국문을 받은 사람 중에는 혹 불측한 사실을 말한 자가 있다고 하는데 그 자세한 곡절을 비록 알지는 못하나 말을 들을 때 절로 머리칼이 치솟고 몸이 떨립니다. 옥사가 지친(至親) 사이에서 났으니 전하의 지극한 우애로 볼 때 그 걱정과 상심이 이를 데 없이 통박할 줄 압니다. 은혜와 덕의가 함께 극진하신 전하이시니 반드시 이미 정한 계획이 계실 줄 아니, 신이 감히 말씀드릴 수 없는 일이나 그 역당(逆黨) 중에 죄상이 뚜렷한 자에 대하여는 마땅히 형률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니 또 무슨 이의가 있겠습니까? 다만 곤강(崑岡)의 불이 옥석(玉石)을 함께 태우듯 큰 옥사에는 원통하게 죽는 자가 반드시 많다는 것을 염려하는 바입니다. 죄명이 매우 많고 사실을 캐는 것은 대단히 엄격하여 연루자들을 하나 하나 국문하게 되면 혹 사실이 명백하지 않은 자가 있는데, 법관은 마음속으로 의심이 가더라도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을 알지 못하면 쉽게 무죄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 성상으로부터 친히 죄상에 따라 벌을 내리시고 실정에 따라 죄를 정하시어 떳떳한 법의 밖에서 신축성을 가지시면 죄 없는 사람이 형옥에 빠지는 것을 모면할 수도 있을 것이어니와, 그렇지 않고서 형장이 한번 가해지면 끝내 살아나는 도리가 없을 것이니, 이 어찌 가엾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가 잠저(潛邸)에 계실 때부터 어진 마음과 어진 소문이 원근 백성들에게 전파되어 모두 전하의 백성을 사랑하고 살리기를 좋아하는 덕을 우러러온 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지금 왕위를 이어받은 초기에 행여 한 사람이라도 횡액을 입을까 두려워 감히 이 말씀을 올리는 것입니다. 옛 사람의 말에, “은혜로 대우해 줬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중인(中人) 이하 사람의 하는 짓이다.” 하였는데, 신은 용렬한 사람으로 본래 충절이 결핍된 자로서 지금 어리석은 말로 전하께 충성을 다하려 하는 것은 이 또한 전하의 은혜로운 대우에 감격했기 때문입니다.
답하기를, “경의 글을 보니 그 정성이 매우 아름답기는 하나, 내가 애통하는 몸으로 전에 없는 변을 당하여 은혜와 의리의 가볍고 중함을 따져야 할 때에 처리할 바를 모르다가, 지금은 단서가 이미 잡혔으니 연좌된 사람들을 묻지 않을 수 없으나 마땅히 대신들과 상의하여 처리할 것이니 경은 안심하고 잘 조섭하며 차비를 기다려서 나오도록 하라.” 하였다. 20일 올림.
○ 《비망기》에, “대신은 기쁨과 슬픔을 나라와 한가지로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계속 내고 있으니 모양새가 좋지 않다. 내 무슨 잘못이 있어 대신들에게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정원은 나의 뜻을 이해하고 그 잘못을 바로잡아 돕도록 하라.” 하였다. 22일 내림. [한국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