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정기애 국립장애인도서관장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한다”
“장애인 서비스 활성화와 대체자료확보 위해 노력할 것”
지난 2007년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로 출범한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12년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정식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그리고 2020년 6월 4일,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독립해 문화체육관광부 1차 소속기관으로 지위가 승격됐다. 정기애 관장을 만나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에 대해 들었다.
Q. 문화체육관광부 1차 소속기관이 됐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애독자와 함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A. 감사합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 1차 소속기관이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입니다. 장애인 정보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능동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5%에 이릅니다. 그러나 장애가 본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비장애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면, 장애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보편화된 장애인 정보복지 서비스를 위해 지금보다 더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활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역할이 더 커졌습니다.
A.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고민하는 국내 유일의 정부기관입니다. 장애인의 정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대체자료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직접 도서관을 찾아오는 이용자 수는 월평균 560여 명입니다. 온라인 전자파일과 무료 택배로 이뤄지는 ‘책나래 서비스’ 이용자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2019년 기준 약 1만 300여 명이 8만여 건의 자료를 이용했습니다. 현재는 대중교통의 연계성이 다소 떨어지고 국립중앙도서관 시설을 일부 사용하다 보니,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진행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별도의 독립청사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측면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외국의 장애인도서관은 상황이 어떤가요?
A. 장애인 정보접근권 관련 정책이나 방법론은 국가마다 다릅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국회 혹은 의회도서관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두고, 정책을 수립하고 장애유형별로 특화된 대체자료를 제작합니다.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별도의 독립된 기관으로 장애인도서관을 운영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의 경우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 앞장서 장애인 정보접근권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 복지 관련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Q. 대체자료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분야의 책이 선정되나요?
A. 대체자료 전환 비율은 지난해 연간 출판량 5만 8,635건을 기준으로 7,233건을 제작해 약 12.3% 정도에 이릅니다. 대체자료는 ‘이용자 맞춤형’과 ‘장서개발형’으로 나눠 선정하는데, 이용자 맞춤형은 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이용자가 도서를 신청하면 자료의 중복 여부 등을 검토해 제작합니다. 장서개발형은 학계·도서관계·출판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선정단이 추천한 도서를 제작합니다. 대체자료는 이미 발간된 도서로 진행하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또 제작 단가도 높은 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판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자출판물은 전환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발간과 동시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립장애인도서관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전자책 접근성 인증 시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 주요 출판사를 대상으로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한 전자출판물 제작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Q.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십시오.
A.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면 낭독 프로그램’과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손책누리’를 들 수 있습니다. 매년 9월에는 장애아동·청소년의 독서 의욕을 높이기 위한 ‘장애아동·청소년 독후감대회’를 개최합니다. 또한 공공분야에서 장애인 독서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령 장애유형별 독서지도 전문강사 인력을 구축해 특수학교나 공공도서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파견하거나, 대학 문헌정보학과에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강의 지원사업’ 등을 열고 있죠. 아울러 약 40여 개 지역 장애인도서관과 협약을 맺고 각종 대체자료와 원문을 공유하는 ‘드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여러 도서관에 분산된 자료를 드림 시스템에 접속해 컴퓨터 또는 모바일 웹을 통해 보다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Q. ‘점자도서’와 관련한 프로그램도 있나요?
A. 안타깝게도 시각장애인 사이에서 점자 사용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데이지도서 외에도 각종 음성지원 독서기기가 개발되는 덕분이지요. 점자도서는 데이지도서와 달리 다양한 형식의 기술이 가능하고, 텍스트 전체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점자를 익히고 활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고, 점자도서의 두께 또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요. 점자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단체와 맹학교,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질 수 있는 ‘점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장애인 정보접근권 향상을 위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보급에 앞장설 계획입니다. 또한 장애인의 독서역량 강화를 위해 풍부한 대체자료를 확보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습니다. 도서관이 장애아동·학생을 위한 문화적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장애 관련 연구자들을 위한 지식자원의 아카이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국립장애인도서관
위치: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201
이용 시간: 월요일~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화·목요일은 오후 6시~9시 야간운영) 코로나19로 방문예약 실시
정기 휴관: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관공서의 공휴일
문의: 02-3483-8887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55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