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계룡문고’와 나의 ‘글쓰기 인생’
― 경영난으로 문 닫는 ‘단골 서점’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 지적 호기심, 문학에 대한 열망 충족시켜줬던 명소
― 창작과 저술 활동의 원동력이었던 ‘단골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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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계룡문고’와 나의 ‘글쓰기 인생’
― 경영난으로 문 닫는 ‘단골 서점’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 지적 호기심, 문학에 대한 열망 충족시켜줬던 명소
― 창작과 저술 활동의 원동력이었던 ‘단골 서점’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ysw2350@hanmail.net
충남 도경(대전 선화동)에서 근무할 때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급히 마치고 나면 곧장 향하는 곳이 서점이었다. ‘계룡문고’(옛 ‘문경서적’)였다.
▲ 대전의 대형서점 ‘계룡문고’(옛 ‘문경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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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의 이런 모습을 대전매일신문(현 충청투데이) 한남희 기자는 ‘지역 문인탐방’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전략)… 윤 작가의 점심 시간은 채 5분이 넘지 않는다. 구내 식당에서의 짧은 식사 시간이 끝나면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 신간을 섭렵하기에 바쁘다.
비록 목차나 머리글 읽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그에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하고 가슴 벅찬 시간이라고 한다. …(하략)…』 (2004.9.10. 대전매일신문 <지역 문인탐방>)
▲ 대전매일신문(현, 충청투데이) <지역 문인탐방> 수필가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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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등단에서부터 글쓰기 의욕과 힘의 원천이 됐던 ‘지식의 보고(寶庫)’. 글을 쓰고 책을 펴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준 ‘창작과 출판’의 길라잡이.
격동과 혼란의 시대. 관내 치안 상황이 악화하여 서점에 가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오늘은 어떤 신간이 진열됐을까? 서점에 들르지 못하는 날은 조바심했다.
늦은 퇴근길,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사 들고 집에 오는 날은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한국문학》 지(誌) 200호 기념 전국 공모전에서 영예의 장원 상을 받던 날 쓴 에피소드[後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선 소감 형식의 이 수필은 1990년 KBS1 라디오 문학 프로그램 ‘시와 수필과 음악과’에서 방송됐다.
『…(전략)… 늘 심신이 피곤하다고 하는 내가 글을 왜 쓰는가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 년 내내 비상근무가 계속되는 직업을 가진 자가 가질만한 취미는 못 된다.
그러나 술과 담배도 즐기지 못하고 어디 느긋하게 앉아 화투놀이 같은 오락은 더구나 못하니, 나는 밖에서 조금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간 서적이 꽂혀있는 책방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두 권 사서 들고 귀가하는 날은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다.
나는 문학을 삶의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거친 생활을 정제하고 위안을 받고 싶어서 틈만 나면 읽고 또 쓴다. … (하략) … (1990년 12월 19일) KBS1 라디오 ‘시와 수필과 음악과’』
▲ 필자의 방송 녹음테이프 ‘한국문학 공모전 장원 당선 記’(KBS1 라디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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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적이 꽂혀있는 책방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라는 대목이 이 수필 속에 나온다. 바로 충남 도경에서 5분 거리인 ‘문경서적’(현, 계룡문고)를 말한다.
이렇게 ‘계룡문고’는 나의 삶의 일부였다.
이 서점의 벽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서점을 가까이하는 것은 만 명의 스승을 가까이 모시는 것과 같다.”
▲ 계룡문고 입구 벽에 걸렸던 인상적인 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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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여기서 수많은 스승을 만났다.
그 만남의 가교 역할을 하던 서점이 경영난으로 안타깝게 문을 닫는다니, ‘스승’은 변함없이 지켜보는데, ‘지식의 만남 공간’만 사라지는 것이다.
▲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대전의 큰 책방 ‘계룡문고’(옛 문경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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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나의 책임은 없는가.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책을 펴내어 서점을 찾는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문학적 열망을 충족시켜 드렸더라면 문을 닫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문단에서 그런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나의 책임도 적지 않다.
30여 년 넘게 글을 쓰고 책을 펴내면서 나름대로 활발하게 문단 활동해온 나 역시 ‘종이책 독자’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안타깝게도 대전의 명소로 꼽혔던 ‘대형 서점 문 닫기’와 필자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 작품활동 역시 무관하지 않은 것만 같아 미안하게 생각한다. ■
2024. 9. 30.
윤승원 ‘단골 서점’ 추억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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