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향적봉 설경
덕유산은 늘 가보고 싶은 산이었다. 덕유산의 설경을 처음 만난 것은 사진이었다. 사진작가였던 지인이 선물해 준 사진 속 덕유산은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설경이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나무의 고사목이 눈을 얹고 서 있는 모습이 신비해서 사시사철 우리 집 거실을 장식했었다. 그분이 지병으로 인해 하늘나라로 터를 옮겨간 후, 사진은 그리움을 간직한 풍경이 되었다.
2022년 2월. 가족여행으로 갔던 덕유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설천봉(1520m)까지 갈 수 있다. 도보로 20여분을 더 오르면 정상인 향적봉(1614m)에 도착한다. 늘 정상에 오르려면 힘들게 산행을 했던 것과는 달리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가까이까지 오를 수 있어서 아이들도 나도 즐거웠다.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위치한 덕유산은 1975년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행정구역 상으로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등 영호남을 아우르는 4개 군에 걸쳐 있으며, 총 229.43㎢의 면적이 공원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덕유산국립공원은 동쪽의 가야산, 서쪽의 내장산, 남쪽의 지리산, 북쪽의 계룡산과 속리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덕유산은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향적봉 1,614m)으로 아고산대 생태계의 보전가치 또한 높으며, 북쪽으로 흘러가는 금강과 동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수원지이기도 하다. - 덕유산국립공원 소개글 발췌
케이블카에서 보는 덕유산의 설경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었다. 때마침 내린 눈이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덕유산을 빛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으로만 바라보던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감격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무릇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오랫동안 잊지 못할 순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설천봉 휴게소에서 아이젠을 대여했다. 스틱도 없었기 때문에 눈길을 오르려면 아이젠이라도 대여해야 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줄지어 산행할 정도로 덕유산 설경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설날연휴 특수를 덕유산이 누리고 있었다.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 또한 절경이었다. 사방에 눈 쌓인 풍경이 눈꽃이 피었다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추위도 잊고 한사코 위로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이 나처럼 들떠 보였다.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가 반짝거려서 별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사진을 볼 때, 육안으로도 자잘한 별을 볼 수 있다. 다행히 눈은 그치고 날씨는 맑았다.
향적봉 정상에서 바로 본 풍경도 기억에 남는다. 추위를 뚫고 어렵게 오른 산이라 기념하려는 마음은 모두 똑같은 것 같았다.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한참을 기다려 겨우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동안 카톡 프사에 올리고 다녔다.
조금 한가한 평일에 덕유산의 설경을 보러 오자고 했었다. 농장일이 시작되면서 바빠져서 휴가도 여행도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날씨 탓인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던 덕유산의 설경이 그리워진다.
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도라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설천면 만선로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