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한 군데 소개합니다. 맛 소개가 아닙니다.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특별히 소개할 필요도 없는 식당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훈훈한 이야깁니다. 너무 착해서, 마음 씀씀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개합니다. 마산시 회원동 마여중 앞에 있는 식당 「마산할매곰탕」이야깁니다.
<아름다운 식당 - 마산할매곰탕>
개업할 때부터 이 식당에 가끔씩 드나들었습니다. 저의 집과 직장이 이곳에서 멀지 않거든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곰탕 한 그릇하려고 들렀습니다. 주차를 해놓고 식당 쪽으로 가는데, 식당건물 뒤쪽 입구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줄을 쭈욱 서있더라고요. 이상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점심 얻어먹으려 왔지” “그냥 줍니까?” “그럼,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데, 토요일마다 곰탕을 공짜로 먹여줘”
식당에 들어가 주인을 찾으니 종업원이 ‘어르신들 음식차려 준다고 아래층에 내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곰탕을 한 그릇 시켜 먹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땀을 닦으며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소에 낯이 익었던 분이었는데, 그 날은 힘든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점심식사’의 전후 사정은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산할매곰탕」이 어르신들께 무료식사를 시작한 것은 작년, 그러니까 2008년 5월 부터였습니다. 우연한 일로 시작되었답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과 딸인 듯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을 손님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곰탕을 먹으면서 딸의 손을 잡고,
“야아 야, 이리 마싯는 고움탕, 니 가삐고 나모 운제 또 무우 보것노” (경상도표준말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서울표준말로 사족 답니다) “얘야, 이렇게 맛있는 곰탕, 너 가고나면 언제 또 먹어 보겠니” 라는 말을 들었답니다.
먼 곳으로 딸을 시집보낸 가난한 친정어머니와 가난한 딸이었답니다. 그 짧은 말이 이 식당 이용원사장의 가슴을 내려 앉혔답니다.
이용원 사장은 친정어머니와 함께 이 식당을 운영합니다. 「마산할매곰탕」의 할매는 바로 이용원 시장의 친정어머니입니다. 자신의 친정어머니는 건강하게 곁에 계시고 가난하지도 않지만, 그 가난한 모녀의 대화에 이용원 사장의 가슴이 그만 내려앉았답니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오지 않으면 곰탕 한 그릇도 못 먹는 어머니가 계시다니······’
이 ‘아름다운 점심식사’는 그 때 시작되었답니다.
처음에는 격주로 하다가 지금은 매주 준비한답니다. 한 번에 적게는 400명, 많게는 500명까지도 오신답니다.
소문이 나서 내서나 신마산에서도 오신답니다.
힘들지만 보람 있다고,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친정어머니 김옥남 할머니도 좋아하신다고, 많이 도와주신다고 수줍은 듯 말했습니다.
여태 몰랐습니다. 내가 가끔 다닌 식당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는지. 여태 몰랐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 제 가까이 계셨다는 것을. 저는 여태 몰랐습니다. 희망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
<줄지은 어르신들>
<맛있게 곰탕 드시는 어르신들>
<곰탕 한 그릇씩 드시고 땀을 식히시는 할머니들>
<일하다 막 올라온 '아름다운 식당' 이용원 사장님>
[출처 : 허정도와 함께 하는 도시이야기, 2009/12/24 13:42 in 사는 이야기] |
첫댓글 몇 번을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다니 더 자주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