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81회 청룡기 고교 야구 대회에서 발생한 배재고의 광주일고를 향한 지역 비하성 조롱 응원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심각한 경종을 울렸다. 고교 야구라는 순수한 교육의 장마저 타인의 역사적 아픔을 고작 경기 하나 이기기 위한 ‘유희와 조롱의 밈(Meme)’으로 소비하는 경박함에 오염된 현실은 단순히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 우리 학교 교육 현장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심각한 언어폭력, 그리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그것이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정서·인성 교육 부재와 그 뿌리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스포츠윤리학(Sports Ethics)의 거장 ‘로버트 사이먼’은 스포츠를 “탁월함을 향한 상호 동반자적 탐구(mutual quest for excellence)”라고 정의했다. 상대 선수는 내가 짓밟아야 할 괴물이 아니라, 나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주는 가장 고마운 ‘동반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정서 교육이 메마른 교실과 운동장에서는 오직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인 결과주의와 상대를 파괴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적대적 이분법만 판을 친다.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맨십과 정정당당한 응원 문화가 선진 스포츠 강국을 가르는 절대적인 척도임에도, 우리 아이들은 타인의 고통을 배설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는 셈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긍정심리학 수업을 이끈 ‘탈 벤 샤하르’ 교수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 반드시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현재의 즐거움을 주는 ‘재미(Pleasure)’와 미래의 가치를 주는 ‘의미(Meaning)’이다. 이 이론을 야구장의 조롱 응원과 학교 폭력에 대입해 보면 해답이 나온다. 타인을 비하하고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언어폭력은 말초적인 ‘재미’는 있을지언정,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가 완전히 결여돼 있다. 의미가 빠진 재미는 결코 진정한 행복이나 승리의 기쁨이 될 수 없으며, 도리어 자기 자신과 공동체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毒)이 될 뿐이다.
필자는 2009년의 뜨거웠던 프로야구 마운드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필자는 KIA 타이거즈의 멘탈트레이너로서 극심한 부진과 압박감에 짓눌려 있던 선수들에게 ‘웃음요가’를 통한 멘탈트레이닝을 지도했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분노와 강박은 근육을 경직시키고 시야를 좁히지만, 웃음은 뇌 내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급격히 감소시킨다.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타이거즈가 기적 같은 2009년의 우승 신화를 일궈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재미와 의미가 결합한 ‘웃음의 멘탈트레이닝’이 선수들의 심리적 무기력감을 깨워준 덕분이었다과 생각한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나눈 호탕한 웃음은 나를 비워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하는 ‘스포츠맨십’이자 신체적 기술을 넘어선 ‘주체적 감성 지능’의 발현이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나 미국의 메이저리그(MLB), 일본의 고교야구 등 선진 스포츠 강국들이 자랑하는 응원 문화의 핵심 역시 결코 상대에 대한 혐오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하게 응원하면서도 라이벌을 문화적 자산으로 존중하며, 저질스러운 비하 응원은 팬덤 스스로가 엄격하게 퇴출시키는 자정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자 선진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실과 경기장 모두에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웃음인성교육’과 스포츠윤리 의식의 확산이 시급하다.
조롱과 폭력에 똑같이 분노로 맞서 싸우면 우리 마음마저 황폐해진다. 이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민들과 교육자들은 광주다운 품격 있는 위트와 한층 선진화된 태도로 스포츠문화를 바꿔야 한다. “야구공은 둥글고 운동장은 넓다. 호탕한 웃음과 홈런 한 방으로 스트레스는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고, 우리는 재미와 의미가 가득한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으로 진짜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주자!”
운동장에서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알고, 타인의 아픔을 포용할 줄 아는 성숙한 인성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이다. 문득 어느 원로 야구 감독의 말씀이 떠오른다. “운동도 사람 되라고 하는 거다!” 대한민국이 조롱의 블랙코미디가 판치는 곳이 아닌,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과 진정한 행복, 그리고 호탕한 상생의 웃음꽃이 만발하는 K-스포츠 강국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