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아의 다양한 산업
페니키아 인들은 유능한 상인이자 선원이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농업과 제조업에도 능했다. 1차 산업인 농업을 보면 밀과 보리 등 곡물 생산에도 일가견이 있어 카르타고 배후지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상업작물인 올리브와 무화과. 포도를 대규모로 재배했다. 식용과 조명용으로 사용되는 올리브유와 포도로 빚은 와인은 최고의 상품 중 하나였다. 상등품 와인 5리터가 황소 한 마리와 거래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2차 산업인 제조업도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장기인 조선업은 물론이요 앞서 이야기한 자주색 염료 산업, 그리고 상아와 보석을 가공한 공예품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유리도 페니키아 인들의 발명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유리의 발명에 대해 처음 기록한 문서는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인데, 그 기록과 주변 상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이집트인들은 미라 보존 재료 중 하나로 천연소다를 사용했는데, 이를 실어 나르던 페니키아의 상선이 지중해 연안 강 하구에 이르러 식사 때가 되어서 취사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주위는 모래사장이고 솥을 걸 만한 돌이 없어 배에 적재한 소다 덩어리를 받침으로 솥을 걸고 요리를 했는데, 불길이 세지면서 소다가 모래와 융합하게 되었다. 이 때 처음 보는 반투명의 액체(보석물)가 몇 줄기 흘러내려왔는데 이것이 유리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자주색 염료의 발견처럼 반 이상 전설화 된 것으로 보이고 유리의 발명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만들어지고 발견된 유리 공예품이 대부분 페니키아 양식이기에 페니키아 기원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어쩌면 발명은 이집트인들이 했지만 고대의 ‘이코노믹 애니멀’인 페니키아인들이 상품화에 성공하고 그럴 듯한 ‘발명 신화’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놀랍게도 모세는 <신명기> 33장 19절에서 모래에 감추어진 보배를 예언했는데 이것이 유리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1차 산업(농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상업)을 모두 갖춘 페니키아는 번영의 절정에 올랐고 훗날 《구약성서》의 3대 예언자 중 하나인 에제키엘(에스겔)은 그의 예언서 27장에 그 모습을 잘 묘사해 놓았다.
너에게는 온갖 재물이 많아 타르시스가 너와 무역을 하였다. 그들은 은과 쇠와 주석과 납을 주고 네 상품들을 가져갔다. 야완, 투발, 메섹도 너와 장사를 하여, 노예와 구리 연장을 주고 네 물품들을 가져갔고, 벳 토가르마에서는 말과 군마와 노새를 주고 네 상품들을 가져갔다.
드단 사람들도 너와 장사를 하였고, 또한 많은 섬이 너의 중개상으로 일하면서, 그 대가로 너에게 상아와 흑단을 지불하였다. 너에게는 온갖 제품이 많아서 아람도 너와 무역을 하여, 석류석, 자홍 천, 수놓은 천, 아마포, 산호, 홍옥을 주고 네 상품들을 가져갔으며, 유다와 이스라엘 땅도 너와 장사를 하여, 민닛 밀, 기장, 꿀, 기름, 유향을 주고 네 물품들을 가져갔다. 너에게는 제품도 많고 온갖 재물이 많아, 다마스쿠스도 헬본 포도주와 차하르의 양털을 가져와 너와 무역을 하고, 단과 야완 머우잘도 너와 상품을 교환하였는데, 그들이 네 물품 값으로 가져온 것은 망치로 두드린 쇠, 계피, 향초였다. 드단은 말을 탈 때 안장에 까는 천을 가져와 너와 장사를 하고, 아라비아와 케다르의 제후들도 너의 중개상으로서, 새끼 양과 숫양과 숫염소를 가져와 너와 무역을 하였으며, 스바와 라마 상인들도 너와 장사를 하여, 온갖 최고급 향료와 보석과 금을 주고 너의 상품을 가져갔다.
하란과 칸네와 에덴, 그리고 스바의 상인들과 아시리아와 킬맛도 너와 장사를 하였는데, 그들은 화려한 의복, 수놓은 자주색 옷, 여러 색으로 짠 융단, 단단히 꼰 밧줄을 너의 시장으로 가져와서 너와 장사를 하였다. 그리고 타르시스의 배들이 너의 물품들을 싣고 항해하였다.
이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다르싯(타르시스)의 은과 철, 구리, 납, 주석 외에도 야완(이오니아), 카프카스 일대에 사는 산악민족인 두발과 메섹인들은 노예와 청동기가, 유다와 이스라엘에서는 밀과 기장, 꿀, 기름, 유향이, 아라비아 반도의 중부의 드단에서는 말안장에 까는 천이, 아라비아와 케달(지금의 요르단 일대)에서는 양과 염소가, 세바와 라마(지금의 예멘)으로부터는 향료와 보석, 황금이, 다마스쿠스로부터는 포도주와 양모가 들어왔다고 한다. 지금의 이라크 북부인 하란과 아시리아에서는 화려한 의복과 융단, 단단한 밧줄을 가지고 티레와 교역을 했다고 한다. 말 사육지로 유명한 벳-도르마(지금의 아르메니아)에서는 군마와 노새를 상품으로 거래했고, 아마도 로도스로 추정되는 ‘섬’에서는 상아와 흑단을 거래했다. 이집트의 곡물을 식량이 부족한 그리스 남부로 실어 날랐다는 정황도 있으며, 심지어 나일강 삼각주에서 대량으로 재배되던 양귀비 즙 즉 아편을 크레타 섬과 그리스, 그리고 서지중해 지역에 팔기도 했다. 현대의 대형 종합상사를 방불하게 하는 거래목록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에제키엘서> 28장에서는 티레가 “나는 신이다. 바다 한 가운데에 앉아 있다.”라고 교만을 경계하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