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한적 이중국적 허용 추진 |
7월 공청회 후 11월 입법안 제출키로 |
정부는 외국에 거주하는 국내 고급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동포나 귀화 희망자가 국내에서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이중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성의 경우에는 병역 의무를 다한 사람일 경우, 여성이나 군 미필자는 일정한 사회봉사활동을 한 경우에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인은 2년이상 국내 체류자에 대해 허용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중국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나라의 국적을 이중 취득하는 건 계속 불가능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오는 7월까지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11월 입법안 제출을 할 계획이다”면서 “7월 공청회에는 국적법에 정통한 학계 인사들, 실무진들과 해외동포들 중 대표성이 있는 분들도 참석시킬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부가‘제한적’이라는 접근을 통해 사회적으로 민감하게 다뤄졌던 병역문제와 이중국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가 계획한 11월까지 이중국적 입법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설득시켜야만 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외교통상부가 조사한 자료에도‘우리나라가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의 64.4%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것은 이와 같이 악화된 국내여론을 반증하는 것.
이번 이중국적 허용 발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뉴욕 교포간담회에서 갑작스러운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이후 이중국적 허용 방침이 법무부의 후속조치 형식으로 진행돼 쇠고기 수입 파동, 영어공교육, 한반도 대운하사업 등과 마찬가지로 국내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은 세계화 추세에 맞게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신혜식 바른사회국민행동 대표도 “병역 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아직까지 충분하고,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이중국적 허용이 인사검증 회피 수단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정치권의 반대여론도 거세다.
특히 단일 국적만을 허용해 온 법률을 바꿔야 하고, 병역뿐만 아니라 납세의 방법, 투표 문제 해결까지 남은 기간 동안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는 등 정부가 이중국적을 올해까지 통과시킬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실정이다.
법무부의 관계자는 “공청회를 열었는데 국민들이 '이중국적을 왜 허용해야 하느냐'고 하면 아닌 거고, 잘 되면 11월에 개정안을 내는 것이다”며 “100% 입안하는 걸 전제로 추진하는 게 아니다”고 아직까지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상황과는 반대로, 이중국적 부여를 한결같이 주장해온 동포사회에서는 이번 발표를 적극 환영하면서 동포들에 대한 전면허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북미 등 재외동포 사회는 “이중국적 허용이 동포들에게 모국과 동포사회의 끈을 연결할 수 있는 계가가 될 것이다”며 이번 정부 발표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동포사회에서는 이중국적 허용이 우수인재 유치뿐만 아니라, 동포사회의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봉섭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은 “이중국적을 통해 자신의 뿌리와 근거를 유지한 채 타국에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체성을 갖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면서 “이중국적은 국가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이며, 가장 효과적인 동포정책일 수 있다”고 이중국적 도입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또 이번 발표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정부의 끊임없는 설득과 함께 재외동포사회에서도 이중국적을 통해 국민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장기적으로 이중국적 도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신문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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