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658]포은시-동문선偶題(우제)-포은집奉使日本作(봉사일본작)11수
東文選卷之十 / 五言律詩
偶題
今日知何日。
春風動客衣。
人遊千里遠。
鴈過故山飛。
許國寸心苦。
感時雙淚揮。
登樓莫回首。
芳草正菲菲。
우제(偶題)
정몽주(鄭夢周)
오늘이 무슨 날인고 / 今日知何日
봄바람이 객의 옷을 날리네 / 春風動客衣
사람은 천 리에 놀아 멀어졌고 / 人遊千里遠
기러기는 고국의 산을 지나 나네 / 雁過故山飛
나라에 바친 촌심은 괴로운데 / 許國寸心苦
시절을 느끼어 두 줄기 눈물을 뿌리네 / 感時雙淚揮
누에 올라 머리를 돌리지 말지라 / 登樓莫回首
꽃다운 풀이 바로 우거지고 우거졌네 / 芳草正菲菲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8
포은집 제1권 시(詩)
洪武丁巳。奉使日本作。校正。此下十二首。
大抵皆春日所作。而題係之丁巳。
未穩。當去洪武丁巳字。只曰奉使日本作可也。
詳見年譜戊午下。
홍무 정사년(1377, 우왕3)에 사명을 받들고 일본에 갔을 때 지은 시
〔洪武丁巳 奉使日本作〕 교정:
이하 12수는 모두 봄날에 지은 것이어서
제목을 정사년으로 붙인 것은 온당하지 않으니
응당 ‘홍무정사’라는 글자를 없애고
‘사명을 받들고 일본에 갔을 때 지은 시’라고만 해야 할 것이다.
〈연보고이〉 무오년(1378) 조에 상세하게 보인다.
海島千年郡邑開。
乘桴到此久徘徊。
山僧每爲求詩至。
地主時能送酒來。
却喜人情猶可賴。
休將物色共相猜。
殊方孰謂無佳興。
日借肩輿訪早梅。
바다 섬에 천년토록 군읍이 열렸으니 / 海島千年郡邑開
뗏목 타고 여기 와서 오래도록 머무네 / 乘桴到此久徘徊
산승은 번번이 시를 구하러 찾아오고 / 山僧每爲求詩至
고을 원은 때때로 술을 보내오기도 하네 / 地主時能送酒來
그래도 기쁜 것은 인정이 믿을 만함이니 / 却喜人情猶可賴
풍물이 다르다고 서로 꺼리지 말았으면 / 休將物色共相猜
타국에 좋은 흥취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 殊方孰謂無佳興
날마다 가마를 빌려 이른 매화 찾아가네 / 日借肩輿訪早梅
僑居寂寞閱年華。
苒苒䆫櫳日影過。
每向春風爲客遠。
始知豪氣誤人多。
桃紅李白愁中艶。
地下天高醉裏歌。
報國無功身已病。
不如歸去老烟波。
적막한 타국살이로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 僑居寂寞閱年華
뉘엿뉘엿 창살에는 해그림자가 지나가네 / 苒苒窓櫳日影過
매번 봄바람 속에 먼 곳 나그네 되고 보니 / 每向春風爲客遠
호기가 사람 많이 그르침을 비로소 알겠네 / 始知豪氣誤人多
붉은 복사꽃 흰 오얏이 시름 속에 고우니 / 桃紅李白愁中艶
땅 낮고 하늘 높음을 취한 중에 노래하네 / 地下天高醉裏歌
보국할 공로도 없이 몸 이미 병들었으니 / 報國無功身已病
고향에 돌아가 강호에서 늙느니만 못하리 / 不如歸去老煙波
水國春光動。
天涯客未行。
草連千里綠。
月共兩鄕明。
遊說黃金盡。
思歸白髮生。
男兒四方志。
不獨爲功名。
섬나라에 봄빛이 이미 감돌건만 / 水國春光動
하늘가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네 / 天涯客未行
봄풀은 천 리를 연이어 푸르르고 / 草連千里綠
달빛은 타향과 고향에 함께 밝네 / 月共兩鄕明
유세하느라 황금 모두 바닥나고 / 遊說黃金盡
돌아갈 생각에 백발이 생겨나네 / 思歸白髮生
사나이 사방을 유람하려는 뜻 / 男兒四方志
공명만을 위한 것이 아니리라 / 不獨爲功名
平生南與北。
心事轉蹉跎。
故國海西岸。
孤舟天一涯。
梅䆫春色早。
板屋雨聲多。
獨坐消長日。
那堪苦憶家。
평생토록 남과 북을 오고 가지만 / 平生南與北
마음먹은 일은 갈수록 어긋나네 / 心事轉蹉跎
내 고향은 바다 서쪽 언덕이요 / 故國海西岸
외로운 배는 하늘 끝에 있도다 / 孤舟天一涯
매화 핀 창엔 봄빛이 빠르고 / 梅窓春色早
판잣집에는 빗소리 요란하네 / 板屋雨聲多
홀로 앉아 긴 날을 보내노니 / 獨坐消長日
집 생각 괴로움 어찌 견딜까 / 那堪苦憶家
夢繞雞林舊弊廬。
年年何事未歸歟。
半生苦被浮名縛。
萬里還同異俗居。
海近有魚供旅食。
天長無鴈寄鄕書。
舟回乞得梅花去。
種向溪南看影踈。
고향의 오두막집을 꿈속에도 맴돌건만 / 夢繞鷄林舊弊廬
해마다 무슨 일로 돌아가지 못하는가 / 年年何事未歸歟
반평생을 괴롭게도 헛된 명성에 얽매여 / 半生苦被浮名縛
만리타국에서 도리어 이속과 함께 지내네 / 萬里還同異俗居
바다가 가까워서 밥상에 오를 물고기 있지만 / 海近有魚供旅食
하늘이 멀어서 고향 편지 부칠 기러기 없네 / 天長無雁寄鄕書
고향으로 배 돌아갈 때엔 매화를 얻어 가서 / 舟回乞得梅花去
시내 남쪽에 심어 두고 성근 그림자 보리라 / 種向溪南看影疏
弊盡貂裘志未伸。
羞將寸舌比蘇秦。
張騫査上天連海。
徐福祠前草自春。
眼爲感時垂泣易。
身因許國遠遊頻。
故園手種新楊柳。
應向東風待主人。
담비 갖옷 다 해지도록 뜻 펼치지 못했으니 / 弊盡貂裘志未伸
한 치 혀를 소진에게다 견주는 게 부끄럽네 / 羞將寸舌比蘇秦
장건의 뗏목 위에는 하늘이 바다와 통하고 / 張騫査上天連海
서복의 사당 앞에는 풀이 절로 봄빛이로다 / 徐福祠前草自春
시절에 감개한 눈이라 쉽게 눈물 흐르고 / 眼爲感時垂泣易
나라에 바친 몸이라 자주 멀리 유람하네 / 身因許國遠遊頻
고향 동산에 손수 심어 놓은 새 버드나무 / 故園手種新楊柳
응당 봄바람 속에 주인 기다리고 있으리라 / 應向東風待主人
山川井邑古今同。
地近扶桑曉日紅。
但道神仙居海上。
誰知民社在天東。
斑衣想自秦童化。
染齒曾將越俗通。
回首三韓應不遠。
千年箕子有遺風。
산천과 촌락이야 고금에 다름이 없건만 / 山川井邑古今同
부상과 땅이 가까워서 새벽 해가 붉구나 / 地近扶桑曉日紅
신선이 바다 섬에 산다고 얘기할 뿐이더니 / 但道神仙居海上
하늘 동쪽에 민가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 誰知民社在天東
얼룩 옷은 진나라 동자로부터 변했을 것이고 / 斑衣想自秦童化
물들인 치아는 월나라 풍속과 교류한 것이라 / 染齒曾將越俗通
고개 돌려 보면 삼한은 먼 곳에 있지 않으니 / 回首三韓應不遠
기자가 남긴 좋은 풍속이 천년토록 전해 오네 / 千年箕子有遺風
客子年來已遠遊。
又尋風俗海東頭。
行人脫履邀尊長。
志士磨刀報世讎。
藥圃雪深新綠嫩。
梅村月上暗香浮。
自知信美非吾土。
何日言歸放葉舟。
이 나그네 근래에 이미 멀리 유람했는데 / 客子年來已遠遊
또 바다 동쪽 머리에서 풍속을 탐방하네 / 又尋風俗海東頭
행인은 신발 벗고서 존장을 맞이하고 / 行人脫履邀尊長
지사는 칼을 갈아 누대의 원수를 갚네 / 志士磨刀報世讎
약초밭에 눈이 깊어 새싹이 연하고 / 藥圃雪深新綠嫩
매화촌에 달이 떠서 암향이 감도네 / 梅村月上暗香浮
참으로 아름답지만 내 땅 아닌 줄 아니 / 自知信美非吾土
어느 날에나 돌아가는 조각배 띄울런가 / 何日言歸放葉舟
故國無消息。
經冬又見春。
只應千里月。
分照兩鄕人。
句帶梅花淡。
愁連草色新。
此行眞不意。
却訝夢中身。
고국에서는 소식이 없는데 / 故國無消息
겨울을 지나 또 봄을 맞았네 / 經冬又見春
응당 천 리 밖에 떠 있는 저 달이 / 只應千里月
두 고향 사람을 나누어 비추리라 / 分照兩鄕人
시구는 매화를 띠어 담박하고 / 句帶梅花淡
시름은 풀빛을 이어 새롭구나 / 愁連草色新
이번 행차 참으로 뜻밖이기에 / 此行眞不意
도리어 꿈속 몸인 듯 의아하네 / 却訝夢中身
今日知何日。
春風動客衣。
人浮千里遠。
鴈過故山飛。
許國寸心苦。
感時雙淚揮。
登樓莫回首。
芳草正菲菲。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 / 今日知何日
봄바람이 나그네 옷에 불어오네 / 春風動客衣
사람은 천 리 바다 건너 먼 곳에 와 있고 / 人浮千里遠
기러기는 고향 산을 지나서 날아가네 / 雁過故山飛
나라에 몸을 바쳐 마음이 고달픈데 / 許國寸心苦
시절에 감개하여 눈물 줄줄 흘리네 / 感時雙淚揮
누각에 올라서 고개를 돌리지 말라 / 登樓莫回首
방초가 참으로 향기롭고 향기로우니 / 芳草正菲菲
奉使遊桑域。
從人問土風。
染牙方是貴。
脫履始爲恭。
柳入新年綠。
花如故國紅。
客居殊寂莫。
喜聽足音跫。
사명을 받들고 일본 땅 유람하며 / 奉使遊桑域
사람을 통해 이곳 풍습 물어보니 / 從人問土風
치아를 물들여야 바야흐로 귀한 것이고 / 染牙方是貴
신발을 벗어야 비로소 공경함이라 하네 / 脫履始爲恭
버드나무는 새해가 되어 푸르고 / 柳入新年綠
꽃은 고향과 마찬가지로 붉도다 / 花如故國紅
나그네살이 몹시도 적막한지라 / 客居殊寂莫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기뻐지네 / 喜聽足音跫
[주-D001] 이하 …… 보인다 :
〈연보고이〉에 의하면, 포은이 정사년(1377, 우왕3) 9월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이듬해 무오년(1378) 7월 고려로 돌아왔다
.[주-D002] 유세하느라 …… 바닥나고 :
전국 시대 유세객인 소진(蘇秦)이 진 혜왕(秦惠王)을 만나 유세하고
10차례나 글을 올려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입고 있던
검은 담비 갖옷이 해지고 가지고 갔던 황금 100근도 바닥나서
진나라를 떠나 낙양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戰國策 秦策1》
[주-D003] 성근 그림자 :
북송(北宋)의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에
“성근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에 떠다니네.[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고 하였다.
[주-D004] 담비 …… 부끄럽네 :
전국 시대 유세객인 소진(蘇秦)이 진 혜왕(秦惠王)을 만나 유세하고
10차례나 글을 올려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입고 있던
검은 담비 갖옷이 해지고 가지고 갔던 황금 100근도 바닥나서
진나라를 떠나 낙양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戰國策 秦策1》
[주-D005] 장건(張騫)의 …… 통하고 :
한(漢)나라 장건(張騫)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장건이 한 무제(漢武帝)의 명을 받고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나가 황하의 근원을 찾았는데,
이때 뗏목을 타고 은하수로 올라가 견우와 직녀를 만났다고 한다. 《荊楚歲時記》
[주-D006] 서복(徐福)의 …… 봄빛이로다 :
서복은 진 시황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동해로 떠난 서불(徐巿)을 가리킨다.
서불이 진 시황에게 글을 올려 말하기를 “바다 가운데에 삼신산이 있으니,
그 이름이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인데 선인(仙人)이 살고 있습니다
. 청컨대 재계하고 동남동녀와 함께 찾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니,
진 시황이 서불로 하여금 동남동녀 수천 명을 데리고 바다에 들어가
선인을 찾도록 하였다. 《史記 卷6 秦始皇本紀》 지금 일본 규슈의 사가현,
가고시마현 등지에 서복과 관련된 유적지가 전하고 있다.
[주-D007] 참으로 …… 아니 :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이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에 있을 때
성루에 올라 고향을 생각하며 지은 〈등루부(登樓賦)〉에
“참으로 아름답지만 내 고향이 아니거니,
어찌 족히 잠깐이나마 머무를 수 있으랴
.[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라고 하였다. 《文選 卷11 遊覽》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