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식 / 바람을 이식移植하다 『사유의 폭풍 시』... 아태문학 2023년 제9호... 2023.11.24. 발행
■ 안재식 『사유의 폭풍 시 』
- 바람을 이식 移植 하다
。 아태문인협회 사화집 2023년 제9호
。 2023년 11월 24일 발행
。 정가 25,000원
사유의 폭풍 시
바람을 이식移植하다
안재식(1942~)
소년의, 그날도 그랬다
굶주린 달은 38만4천 킬로미터를 달려와 용두동 들판 무밭을 휩쓸고 바람의 뼈를 심었다 홀머니는 품삯으로 얻어 온 바람 든 무로 밥 대신 깍두기국 저녁을 차리셨고 국그릇엔 희멀건 별들이 동동 떠다녔다 나는 가난을 슬퍼하거나 분노할 겨를도 없이 그 별들을 후~후 불며 들이마셨고 밤새 뒷간을 들락거리다가 쥐방울만한 마당에서 밤도둑과 맞닥뜨렸다 도둑의 눈에 들어앉은 달빛이 하도 슬퍼 보여 내 별들을 퍼주려 머뭇댔는데…
임진년 칠석*, 그날도 그랬다
오래 된 달의 바람이 오작교를 건너 달려오더니 순식간에 내 몸의 반쪽에 뼈를 심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바람 든 무처럼 굳어 가고 구멍이 숭숭 뚫렸다 나는 오늘도 무기력을 슬퍼하거나 분노할 겨를도 없이 국그릇에 동동 떠다니는 별들을 후~후 불며 들이마신다 여전히 뒷간을 들락거리며…
헐렁한 도둑의 눈에 들어앉았던 슬픈 달빛을
도둑처럼 스며든 바람의 뼈를
발가벗은 슬픔의 공간을
어루만진다, 어정어정 맴돌며
*임진년 칠석 : 2012년 8월 24일 뇌경색 발병
| ▶안재식(安在植) 약력 1942년 서울 신설동 출생.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지도위원, 「소정문학」 동인, 중랑문학대학 출강. 수상 : 환경부장관 표창(1997. 문학부문),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외 시가곡 : 「그리운 사람에게」 등 20여곡 저서 : 『야누스의 두 얼굴』 등 20여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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