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27) 생상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연전에 어떤 교수님이 기업가들 앞에서 강의 하시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업문화는 좀 독특한데, 항상 몇 글자로 압축된 추상적인 구호들이 난무하는 식이지요. ‘혁신’, ‘창조’, ‘미래비전’ 같은 말들이 유행가 가사처럼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반복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교수님 왈 “자꾸 혁신, 혁신 하시는데 진짜 혁신을 하고 싶으세요? 그럼 먼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십시오. 그런 용기가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아니 사람(고객)들을 만족시키기는커녕 불쾌하게 만들라니...
그러나 이는 상당히 예리한 지적입니다. 우리가 지금 감동적으로 즐기고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과 인류의 다양한 창의적 결과물들은 사실 ‘불쾌’라는 첫 인상과 친숙했으니까요. 동시대에 그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수준의 불쾌감, 혹은 최소한 당혹감이라도 안겨준 것들이 지금 우리가 ‘명작’이라 부르는 것들입니다.
베토벤의 <영웅>이 그랬고, 현대에 와서는 거의 대중문화급 인기의 반열에 오른 고흐와 클림트의 그림 또한 당대 주류사회에서는 불쾌와 멸시, 조롱의 대상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