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가 생겼다

[백순원]

(안면도의 꽃지 해변의 소나무그늘에서 두 부부는 잠시 눈을 부쳤다)

이번에 언니가 올해 새로 출시된 삼성 르노SM6 를 언니의 생애 마지막 선물이라고 아들에게 사주면서

아들이 쓰던 차는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물려주고 엄마가 쓰던 차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떨어졌다.

1996년 현대 엑센트 소형차이다. 가격을 억지로 따지자면 20-30만원사이란다. 하지만 누구도 이 차를

사려고는 안하는 차, 폐차창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한 차!

하지만 그동안 언니와 형부는 교회에 갈 때만 사용했기 때문에 67000km 밖에는 안된 차이다. 엔진의 성능은

아주 좋았다. 네버 지식에 물어보니 한결같이 폐자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동안 난 이 차를 가끔 사용했다. 언니를 옆에 태우고 경동시장을 다녔고 용산의 e-mart 도 정기적으로 다녔다.

농산물 시장에서 물건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언니와 데이트를 즐긴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언니는 지난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다. 옛날 옛적 이야기들이다.

서울역 만리동에 김장시장이 열리면 그곳까지 가서 소달구지에 배추와 무를 잔뜩 

실어 눈발이 내리는 날, 한강을 지나 노량진까지 걸어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난 눈물지었었다.  

언니! 어떻게 그 먼길을 걸어올 생각을 했어? 그땐 힘든 줄도 몰랐단다.! 다 그러고 살았거든.....

60년대초에는 그러고 살았다고 했다.

이 차를 폐차를 시켜야하나...수리해서 잠시 써야할까?  버리자니 엔진의 성능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 1년만 쓰고 버리자..1년동안 이 차를 가지고 남한 구석구석을 돌아보리라...그리고 미련없이

버리자..맘을 먹고는  천안까지 몰고왔다. 라디오도 ...,양쪽문도 다 안열리는 차를 13만원 들여 수리했고

세차를 하는데 30만원들었다. 하루를 맡겨야했다. 시트를 다 걷어내고 빨래 빨듯이 했다고 ..세차장 아저씨의 말이다.

얼룩덜룩 너무 더러웠던 바디도 어떻게 닦았는지 새 차 처럼 말끔해졌다. 라디오에선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쓰지 않던 향수병을 차안에 두었더니 그동안 퀴퀴했던 냄새마저도 향긋해졌다.

 어제 모처럼 쉬는 날..옆동의 오빠부부를 태우고 우린 안면도로 드라이브를 했다.

내 스마트폰의 네비를 사용했다.

148km 이고 2시간이면 넉넉할 것 같았지만 3시간이 걸렸다.  가는길에 아직 지지않은 벗꽃길이 아름다웠으며

바닷길 드라이브는 환상적이었다. 바지락 칼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고 아직은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으며 마신 따뜻한 차 한 잔이 정말 맜있었다.  

월요일이어서인가? 안면도 자체가 너무 조용했다. 두 부부가 차에서 쉬는 동안 난 소나무 숲 길을 걸었으며

(이 곳의 소나무로 불타버린 남대문을 지었다고 한다).  송림숲이 깊었다.

 해변의 잘 보호되고 있는 사구지역의 스토리를 읽으며 텅빈 해변을 걸었다. 물이 빠진 해변은 정말 깨끗했다.

드문 드문 연인들이 조용한 해변을 걷는 모습은 차라리 한편의 영화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복잡한 여름해변보다 봄철의 적막한 해변이 정말 아름다웠다. 잘 왔다는 만족감에 행복한 하루였다.

올해의 나의 계획은 원없이 이 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만 70 이 되기전의 마지막 일년을 아직은 남았을 것 같은 에너지를 후회없이 사용하고 싶다, 

걸어서 마냥...다니기는 힘든 나이가 됐다. 그냥 편하게 차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배낭여행이 아닌 자유로운 Auto 여행을 하고싶다.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며 뱉어 놓은 게들의 작품과 꽃지해변의 사구지역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놓은

등나무 보호대.

[은퇴]

잔잔한 상상이 됩니다~~^^ 사진은 보이질 않네요~~

[잇쇼겐메이]

사진이 안보여요.ㅡㅡ

[들꽃자리]

저도 !997 년도 엑센트 아직 탑니다 26만 키로 탓구요. 정비소가면 엔진 상태가 한 10년 더 타도 된데요.

[운무(雲霧)]

무사고로 탄 정든 차를 왜 쉽게들 갈아치우는지 저는 엔틱을 좋아하고 골동품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다보니
정말 오래된 외국의 차도 우리나라의 차도 정말 멋지더군요
정비 기술만 있다면 저는 구형의 멋진 차를 타겠어요
잘 하셨어요 이쁜 차와함께 즐거운 삶을 누리시길빕니다

[김푸른]

아~한편의 수필이네요
진솔한 일상이라 더욱 끌렸습니다

[둥글둥글멀하하]

ㅎ 감동이네요

[GIRL]

오래 사용하시구 더욱 멋진 여행다니세요 글솜씨가 조으시네요 오래쓰면 너무 정이 드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