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자격 따진 학생에 일침…이문열 “나 한가한 사람 아냐”
이문열, 시대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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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대학 중퇴자가 대학 교수 되다
『맹자(孟子)』에 “사람의 환란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人之患 在好爲人師)”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생 노릇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다는 말이다. 나는 사범대를 중간에 그만뒀지만 몇 군데서 교편을 잡아 보았다. 군 제대 후 대구에서 학원 강사로 일한 것까지 치면 선생 노릇을 꽤 많이 한 편이다.
작가가 되고 나서도 뭔가 가르치는 자리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이곳 이천 장암리에서 부악문원을 열었던 시절에는 6기까지 30여 명을 헤아리는 원생들이 다만 『소학(小學)』 몇 마디라도 내게서 배워가곤 했다. 어찌 생각하면 직업으로서 가장 많이 한 일이 가르치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옛 제자들 가끔 찾아와, 나쁜 선생 아니었던 듯
젊어서야 내게 교사관(敎師觀)이랄 게 있었겠나. 내가 좋은 선생이었는지, 나쁜 선생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옛날 제자들이 찾아왔던 것을 보면 아주 나쁜 선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1990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한 이탈리아 잡지(Linea D’Ombra)와의 인터뷰에서 ‘내 작품에 사제간의 관계가 자주 나오는데 어떤 이유에서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금시조’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작품들이 이탈리아어로는 먼저 번역 소개되다 보니 사제 관계 소설이 많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금시조’의 관심사는 예술의 본질에 관한 문제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지식인과 권력관계를 다룬 것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내게 있어 중요한 소설적 모티프는 아니라고 답해 줬다.
90년대 중반 3년씩이나 세종대에서 교편을 잡았던 것도 반드시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병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가 대학교수가 됐다고 해서 화제였는데, 한 잡지 인터뷰에서 “비록 중도에서 포기하긴 했지만 사범대학을 택했던 것을 보면 나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본능적인 친화력이 있는 것 같다. 후학을 가르치고 키우는 일은 군자나 장부의 할 일이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말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