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큰 시험을 금방 끝낸 듯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지난 달 30일 관한 구청에 관리처분계획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오던 부산지역 A재개발 조합 간부는 이같이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월 한달 동안 부산지역 일부 재개발 현장은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재개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느냐 아니면 피할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중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꼼짝 없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된다. 일부 현장은 '초 스피드'로 사업을 진행해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내면서 편법 신청 논란에 휩싸이는 등 후유증도 예상된다.
11월에 최대 19곳 관리처분 신청
관련법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재개발 현장의 경우 8월 말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하고 11월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239개 재개발 대상지 가운데 모두 190개 현장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며 9월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34개 지역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곳은 5개 지역이고, 완공(2) 혹은 공사중(2)인 곳도 4개 지역이다.
다시말해 지난달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였던 현장은 34개 지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산시는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일선 구·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개 재개발 현장이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일단 해운대 우동 2, 6구역과 중동1구역이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부산진구 양정1 연지2 부암1 당감3구역 등도 분양상한제를 피하게 됐다. 양정1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았다. 북구의 금곡1구역도 분양가상한제를 피할수 있게 됐다.
구청별로 관리처분계획 서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서울 등지와는 달리 조합원 분양 비율이 최저 10%에 불과한 등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재개발 아파트 일반 분양분만 1만 가구를 넘을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또 지역내 최대 재건축 현장으로 관심을 모아온 북구 화명주공 재건축과 해운대구 AID아파트 재건축 현장도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화명주공의 경우 총 5242가구 가운데 1574가구를, AID아파트는 2030가구 가운데 약 300가구를 각각 일반에 분양하게 된다.
무리한 관리처분 신청 후유증 예상
그러나 지난 달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재개발 현장 가운데 상당수가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한에 쫓겨 무리를 해서라도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관리처분계획의 경우 30~60일 간의 주민 공람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으나 이를 무시하거나 기간을 줄인 곳이 많다.
부산의 경우 지역적 특성상 자신의 지분을 팔고 이주하려는 조합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토지 감정가격이 낮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의 관계자는 "인가 신청을 해놓고 추후에 보완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조합원 분양→관리처분 총회→공람공고→관리처분 인가 신청의 순서는 법에서 정한 강행 규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