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H. E. P. A 봉사단과 함께하는 당진역사탐방은 영탑사예요. 여름은 가을맞이를 하고 가을은 여름과 작별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짙은 녹색빛을 띠는 나무들은 천년고찰 영탑사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고 있네요. 영탑사 입구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는 100여년에서 400여년 수령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영탑사는 당진시 면천면에 위치한 사찰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천년 고찰이예요. 절 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웅전이 좌우로 멀찌감치 떨어진 요사를 거느리고 당당하게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방문한 날은 수능이 가까워서 그런지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어 관람을 하지 못했어요. 영탑사 대웅전은 1988년에 지어졌고 정면 5칸 측면 3칸입니다.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지장보살상과 삼존보살상 등 삼존으로 봉안되어 있어요.
대웅전 안에는 삼존불과 함께 영탑사 범종이 있습니다. 범종은 지금은 사라진 가야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안동 김씨의 쇄도정치가 극에 달했던 조선후기 왕족이었던 흥선 대원군은 제왕이 나올 것이라 알려진 명당 가야사를 불태웁니다. 그자리에 자신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쓰게 되는데요. 당시 가야사 스님들에 의해 금동삼존불, 동종, 석탑이 영탑사에 옮겨졌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영탑사 범종에는 1760년 2월 가야사 법당 금종을 백근의 쇠를 녹여 만들다라는 기록과 덕산,홍주, 면천지역에서 시주한 신도들의 이름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원복 문화관광 해설사가 영탑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영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해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지금의 대방 앞에 오층석탑을 세우고 영탑사라 했다고 합니다. 그 뒤에 무학, 자초가 지금의 법당 자리에 있던 천연 암석에 불상을 조각하고 절을 중건했다고 하네요.
영탑사 문화재 중에서 보물로 지정된 것이 있는데 바로 고려 중엽에 조성된 금동비로자나불 삼존 좌상입니다. 이 금동불상은 고려불상의 특유한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연꽃에서 출현한 삼존불이 나란히 연화대좌 위에 좌정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3차례 도난 당했다 회수하는 아픔을 겪고 지금은 유리상자 안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탑사의 유리광전 안에는 충남유형문화재인 약사여래상 석불이 있어요. 이 불상은 당당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석불로 세련미는 없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고려시대 지방양식의 마애불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말에 자초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던 중 갑자기 기암괴석이 나타났다고 해요. 그 상서로움을 신성하게 여겨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불상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전각에 걸려 있는 편액은 8살짜리 어린아이의 글씨로, 1835년(헌종 1)에 면천면 대치리에 사는 이씨 부인이 마애불에 백일기도를 올린 후 낳은 아들이 썼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유리광전 옆 돌계단을 오르면 영탑사칠층석탑이 보입니다. 이 석탑은 영탑사라는 절 명칭이 기인한 석탑으로 지대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자연 암반 위에 조성했는데요.
'당진군사' 에는 조선 정조 22년 연암당 지윤스님이 유리광전을 보수하면서 그 뒤 바위에 오층 석탑을 세운 후 절 이름으로 영탑사라 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7층석탑 옆에 서 있으니 울창한 나무사이 사찰 전경이 한눈에 보이네요. 누군가 마음을 담아 쌓은 돌탑에 낀 이끼가 마치 우리네 삶의 무늬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 문화재도 만나고 가을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영탑사 방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