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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계엄도 그랬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뒤집어진 여론이다. 계엄을 선포할 때만 해도 바닥이었던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진실은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과연 틀리지 않았다.
희한한 것은 40대와 50대들이다. 이 세대는 줄기차게 대통령에 부정적이다. 30대와 60대, 70대 이상 등에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40대와 50대는 큰 움직임이 없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전교조다. 40대와 50대는 소위 전교조 키즈들이다. 전교조 선생들한테 제대로 배운 세대들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전교조 선생의 가르침이 뼛속 깊이 박혀 있다.
그 이전의 학교는 불의했고 선생들은 인자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차별했고 모욕하고 두들겨 팼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지 않았고, 우러러 볼 것도 없었다. 참되거나 잘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세상이 불의하고 부정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할 뿐이었다. 진짜 고마운 선생님들이 손에 꼽을 만큼 있기는 했지만.
그런 즈음 참교육 한다고 선생들이 들고 일어나자 사람들은 두 손 들어 반겼다. 진짜 좋은 교육을 하는 줄 알고 좋아했다. 촌지도 없고 폭력과 차별도 사라지는 줄 알았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고마웠다.
그런데 웬걸,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었다. 이준석이 대통령을 상대로 양두구육(羊頭狗肉) 운운하며 거품을 물었는데, 참교육이라는 게 그런 것이었다.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았다.
김일성을 항일 투쟁 애국지사, 존경하는 지도자라 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독재자로 낙인찍었다. 대한민국을 미국이 내세운 반공의 깃발 아래 살아남은 군국주의자들과 친일파들의 잔치판, 미국의 식민지라고 가르쳤다. 빨치산을 칭송했다.
미군 장갑차 사고로 여중생이 사망하자 한국 여자들이 미국의 성노리개라고 했다. 미국이 분단의 원인제공자이고 6·25전쟁 당사자이며 우리 민족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미국의 꼭두각시인 보수 정권을 때려잡고, 통일의 걸림돌인 미국을 몰아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미FTA로 우리 농민들이 다 죽고,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우리 아이들 다 죽는다고 난리를 피웠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라며 아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mbc는 미국의 다우너 소가 비틀거리며 주저앉는 충격적인 장면을 내보내며 그것이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거짓말을 했다. 한 연예인은 미국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털어 넣겠다고 했다.
소주 ‘참이슬’은 ‘진로’(眞露)를 순우리말로 풀어 지은 이름이다. ‘진로’는 일제시대인 1924년에 처음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주 브랜드다. 진로가 진화 과정을 거쳐 참이슬로 만들어졌다.
참이슬이 진로의 한자 훈에서 따온 것처럼, ‘참교육’도 일본 사회당 계열의 극좌 교원노조가 내세운 ‘진교육(眞敎育)’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된다. 진교육이란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의 자식들에게 세상의 주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깨부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단어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내용이 문제다. 사회주의 건설이야말로 전교조가 모델로 삼을 만한 기막힌 캐치 프레이즈 아닌가. 여기에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미국과 국내의 보수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아이들의 적개심을 키웠다.
그렇게 교육받고 훈련 받은 전교조 키즈들이 오늘날 언론사 국장이 되고 군대의 지휘관이 되고 경찰 간부가 됐다. 그러나 장강(長江)의 앞물도 뒷물에 밀리듯, 이들도 밀려나고 있다. 2030 세대들이 깨어난 시민으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다. 진실을 깨달은 젊은 세대들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주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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