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복향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늘 같은 생각을 한다. 계획대로 하지 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는 것을 넘어 자탄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무능한 자신을 탓하다가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거라 예상했다. 어느새 두어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는 순간 똑같은 상념들이 나를 괴롭힐 것으로 예감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숙제가 주어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런 나를 다독이고 추슬러 일으켜 세울 줄도 알았지만, 나이가 더해지면서 언젠가부터는 포기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또한, 그 숙제 덕분이다. <일상의 글쓰기> 수업에서 ‘한 해를 보내며’라는 주제로 2학기 마지막 글을 쓰도록 한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내게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하는 일에 생각을 두게 했다. 읽든지 쓰든지 간에 그동안에는 감각이 별로 없었다. 업으로 삼을 게 아니었기 때문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넋두리하듯 일상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게 일이었다. 적당히 읽고 쓰면서 마음에 쌓인 것들을 풀어내거나 세상 사람들과 어느 정도 교제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댓글 다는 이들과 몇 마디 주고받는 것으로 마음을 풀거나 환기시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남의 글을 읽다 보면 배운 것들이 눈에 띄었고, 글 쓸 때는 마음에 걸렸다. 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몇 번이고 더 읽어보게 된다.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굳이 어려운 단어 쓴 데는 없는지 살핀다. 그야말로 정성이 더해졌다. 만족감이 따라 왔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 이제는 그게 목표가 됐다.
수업에 참여했던 초반에는 갈등이 많았다. 시간에 맞춰 글을 쓴다거나, 정해진 시간에 강의를 듣는 일, 혹은 남의 글을 평가하거나 내 글을 향한 채찍질을 견디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늘 허둥대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믿음직스러워 보이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마음도 생겼다. 하나하나 배우면서 나를 채워가고 그것으로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건,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첫댓글 수업 때마다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복 선생님이 있어 교수님도 힘이 나실겁니다. 저는 수업을 잘 안 들어서 반성해야겠어요.올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누구나 겪는 과정입니다. 그래도 좋은 변화가 생겼으니 이제는 꿈만 이루면 되겠 습니다. 응원합니다.
하조나라에 가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가장 부지런한 분이시라는 걸,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일에는 몸에 익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따르지요.
이제 한 학기 지났으면 면역력이 생겨서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래도 글이 남으니까 한 해가 보람이었더라고요.
말씀처럼 남의 글을 보는 눈도 생기고요.
저도 언젠가 하조나라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곧 대가가 따르겠지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