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콧병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이 판국에
나는 코로 나온다 썩은 피 고름이
이비인후과 선생이 코를 들쳐보며
단언한다 “코로나보다도 나쁜 코”
20211217
이상한 12월
눈이 와서 덮어줘야 하는데
마른 비닐 조각만 펄렁펄렁
내려놔야 새싹도 틀 터인데
비우지 못한 마음만 무겁네
20211217
발이 시려워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서도 무심결에 양말을 벗는다
나는 발이 후끈거려 집안에서 양말 신은 기억이 없다
10대소년기엔 맨발로 눈밭을 뛰어 놀다가 할아버지께
거정을 듣기도 했는데 지금은 잘 때도 양말을 신는다
20211222
지상으로 나오기 힘들어요
어천역에서 가락시장역 가락본동 연세치과에 가자면 나는
왕십리행을 타고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지하3층에서 지하2층 암사방면 타야지(잘못 타면 모란행)
가락역에서 하차 지하1층 승강기 찾아 타고 다시 3번출구
20211220
길 잃은 미아처럼 방황했어요
왕십리 인천행 지하철을 타보셨나요
수원 버스환승센터로 나와 보셨나요
지하3층에서 지하2층 다시 지하 1층
지하에서 지상의 동서남북 가려내기
20211220
사실에 감사합니다
어제 눈감은 너는 영영 다시 못 보는 빛을
오늘 아침 나는 눈을 떠 빛을 본다는 사실
가족을 보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생명이여 숨 쉬고 밥 먹고 일할 수 있다는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