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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 싱겁게 끓였으니까, 필요하면 소금 더 넣어먹구
보약 지어왔는데 술 마셔서 오늘 먹어도 되려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전에 새로운 학생 미팅이 있고, 저녁엔 소리 과외 있거든 ?
8시에 끝나니까 9시 까진 올게
먹고 싶은거 있음 문자 보내구 사올게
속상해도 힘내요 ! 화이팅 !
- 동글이가
" 이정도면 되겠지? "
소금까지 작은 종지에 넣어 셋팅을 끝낸후, 포스트잇에 메모를 써서 냉장고에 붙여 놓고 나니, 슬 나가야 할 시간이다.
어제 성미걱정에 늦게 잤더니 조금 피곤하지만, 일찍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졸린 느낌은 없다.
아침엔 날이 쌀쌀 하다. 하긴 곧 추석인데..
긴팔로 갈아 입을까 하다가, 옷갈아입는게 귀찮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대치동을 가려면..여기서 몇번을 타야 하나...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니, 한티역 가는게 있어 대충탔다.
일요일 오전에 버스는 생각 보다 한산하다.
가방안에 꼬깃 접어 졌던 영수증을 펼쳤다
뒷면에 역삼 푸르지오 103동 1001호 라고 갈긴 글씨가 보인다.
핸드폰을 열어 위치를 검색하니, 다행히 한티역 근처인것 같다.
여유 롭게 나왔으니, 좀 걷는것도 좋을듯 싶다
언뜻 창문을 바라보니, 하늘이 너무 맑다.
오후 11시라..애가 뭘 하길래 그 시간 밖에 안돼는걸까..
토요일에 놀지 말고 하루를 끼워 넣을까.
아냐 좀 무리하더라도 쉬는날 하루를 만드는게 좋아..
그래도 이틀 씩이나 단소가 데리러오는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이것저것 생각 하다 한티역을 지나쳐 버렸다.
결국 한정거장 지나서 내리려는데 문자가 온다
언제끝나요?
-윤현후배님
어째 요즘은 성미 보다 단소와 문자를 더 자주 보내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긴 성미는 요새 바쁘니까..
미팅 이니까 1시간 정도 걸린다고 답문을 보내놓고, 버스가 지나쳤던 곳으로 다시 걸어 간다.
어차피 시간도 남았는데 잘됐다고 생각 하니 맘이편하다.
핸드폰을 열어 시계를 보니 아직 10 시 15분 전이다.
슬 빨리 움직여야겠다.
-띵동
" 누구세요? "
" 네 과외 선생님 입니다 "
어떤 집이나, 첫 인사는 이렇다.
어색하기도 하고, 존재감이 없는 첫 미팅.
학생이 공부는 많이 하는데, 성적이 안오른다고, 어머님들 70%가 하시는 말씀을 내어 놓으신다.
학생을 들여 보내놓고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니, 외동아들인데 어떻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결국 눈물을 훔치고 만다.
" 잘좀 부탁 드릴게요 선생님 "
" 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
어머님들은 이런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실상 어떻게든 해봐야 한다. 죽이든 살리든.
너아니면 내가죽고, 나아니면 니가 죽는 빌어먹을 전쟁은 파도와도 같아...
갑자기 better than yesterday 의 아웃 사이더 랩이 떠오른다.
어머님과 상담을 마치고 학생 방으로 들어갔다.
학생과 시간 얘기를해보니, 어차피 주말 종합반을 다녀 토요일은 안된단다.
약간의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수업을 화 금으로 잡고 아파트를 빠져나오며 핸드폰을 켰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머님 하소연 하는거 들어주고 달래주느라 시간이많이 지났나 보다.
11시 45분이나 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핸드폰을 가방이 넣을라 치니 문자음이 울린다.
- 대치역인데어디로
가면돼요?
-윤현후배님
에이그..혀를 차면서 통화 버튼을 누르니, 여전히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김동률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 선배 어디에요? "
" 한티역인데 ? "
" 아..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한티역 어디 쪽이에요? "
" 아.. 이마트 쪽 "
" 음..그럼 이마트 정문에서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
단소는 내 기사 노릇을 하려나보다. 원래 처음에 차 사면 슈퍼도 차 몰고 나가고 싶다던데.. 그런게아닐까 싶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어 문자를 다시보니, 11시 7분에 와있어서 또한번 깜짝 놀랐다.
오래 기다렸겠네..
단소를 태운 쏘울이 귀엽게 달려온다
익숙하게 옆좌석에 타니,
" 일어나는거 안힘들었어요? " 라고 물어본다
왠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다.
" 집에가서 좀더 잘래요? "
" 하아.. 그럴까.. 너 배안고파? "
" 네 저도 더 자고싶어요, 다음 과외는 몇시에요? "
" 6시일껄.. "
" 그럼 4시정도 까지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가면 되겠네요 "
" 고맙다 "
" 뭐가요? "
" 그냥.. 다 "
" 뭐에요 싱겁게 "
어제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학교때도 이런적이 있었다
실제로 단소와 난 그때까지 손한번 안잡아본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 의심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어제 성미가 단소 때문에 화가 난건지, 화가 나 있는 상태로 들어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단소에게 화를 냈다는 거다.
미안해..
단소를 보며 속으로 되뇌어 본다
지난날의 일까지 모두 사과해 본다.
너도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건 싫을텐데...
" 그렇게 예뻐요? "
" 어 ? "
" 왜 그렇게 봐요 두근거리게 "
" 뭐.. 뭐야 "
황급히 창밖으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뜬금 없는 말에 놀랬는지 심장이 뛰는게 느껴진다.
" 갈아 입을 옷 줄까요? "
단소 오피스텔에 도착해 손발을 닦고 나오니, 단소가물어본다
티는 괜찮은데 바지가 스키니라 필요할것 같아서 고개를 주억 거렸다.
단소가 옷장을 뒤적거리더니, 처음 단소네집에서 잔날 내가입었던 반바지를 꺼내 준다
약간 헐렁해 진게 근래에 살이 빠졌나 보다
" 단소 이것봐 " 하면서 반바지를 늘려 보이니 깜짝 놀라 다가 온다.
티셔츠를 올리더니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본다
단소 손이 너무 차서 그런지, 조금 닭살이 돋는다.
" 그러다 쓰러지겠어요 "
" 오바 쟁이 . 그나저나 살이 빠졌네.. 왜 빠졌지 "
" 잘 안챙겨 먹잖아요 "
" 아닌데.. "
"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 오늘 밥 두그릇 먹고가요 "
" 맛있는거 해주면.. "
" 진짜죠. 다 못먹으면 소원 들어주기에요 "
" 헐.. 왜 ? "
" 그래야 오기가 생기죠 "
" 흠..."
" 왜요? 지금 다 못먹을것 같으면서 저한테 거짓말 한거에요?"
" 치 그런거 아냐 "
" 그럼 다 먹으면 되겠네 " 하더니 씻으러 들어가 버리는 단소다
하긴 지금 아무것도 안먹었으니 4시쯤 일어나면 배가 고플것 같기도하다.
귀찮아 스킨만 대충 바르곤 침대속으로 들어갔다
단소는 혼자 살면서 왜 킹사이즈 침대를 산걸까?
뭐편하긴 하지만..
이불이 폭신 거려 따뜻하다.
하나도 안졸렸었는데, 스물스물 아지랑이처럼 졸음이밀려온다.
단소가 침대안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지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단소가 나에게 무어라 말을 한다
듣고 싶은데 들리지 않는다.
꿈인가... 싶은 순간 머리가 붕 뜨더니 머리와 베게 사이에 팔이 들어온다
아..편하다
단소가 날 끌어 당겨 안는 순간, 꿈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 선배 "
" 선배 일어나요 4시에요 "
" ........시로.. 더 잘래 "
" 지금 앙탈 부리는 거에요? "
" .. 더자고싶단말야 "
" 그럼 과외 캔슬할래요? "
" .... 아니 "
잠깐 눈을 뜨니, 커텐을 친 집안이 어두 컴컴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아까의 기억이 사실이었나 보다
내가 어떻게 하고있는지 잠깐 인지해 보니
단소의 왼팔을 베고 굼벵이처럼 웅크려 누워 있다.
단소가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져 준다
기분이 좋아 다시 슬슬 졸음이 밀려온다
한가로운 느낌이다. 오후에과외만 없다면, 이대로 더 자도좋을텐데..
최근 들어 가장 편안히 잔것같다.
부스럭 소리가 들리는 걸로보아 단소가 몸을일으키나보다 .
밥 하려나..생각이 들었지만, 목뒤로느껴지는 단소 팔이그대로라 아직이구나 생각이 든다.
" 졸리죠? " 하는 단소 목소리가 아주가까이서 들린다.
" 내가 깨워줄게요 "
하더니 오른손이 내 배를 타고 들어온다.
어라..
말릴 틈도 없이 혀로 목을 핥으며 귀까지올라온다
" 으음.. 하아..하지마아.. "
순식간에 몸이 달아오른다.
익숙하게 버클을 한손으로 풀어내곤 가슴께로 손이올라 온다.
이상황이 꿈인가 싶기도 하고, 현실인가 싶기도하다
말려야 하는데 몸이말을 듣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때 성욕이 가장 왕성하다는데, 지금이 서로 그런걸까?
어느새 티셔츠가 목까지 올라와 있다.
단소 앞에 발거벗긴 상체가 부끄럽다
아마도잔뜩 흥분해 있을 것이다.
단소도 느낄수 있을만큼..
참기힘들만큼 목과 귀를애무하던 단소의입이,
가슴으로 내려가는순간 겨우 말을 내 뱉었다
" 진짜.. 진짜 하지마 단소야..."
울음 섞인 내목소리에 단소의 몸이 일시 정지 하더니,
두손으로 내 얼굴을 잡곤 강렬히 혀를 부딪쳐온다.
너무도 익숙히 받아 들이는 내 자신이 놀랍다.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단소의 뒷 머리를 움켜잡고 오랜 시간 키스를 한다.
" 하아.. 굿모닝 키스에요 "
" 응.... "
싱긋 웃으며 티셔츠를내려주는 단소를 보니, 앞에건 뭐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지금 나를 움직이는건, 이성일까 감성일까..
아까 나는 단소를 원했을까 원하지 않았을까..
" 샤워해야 하지 않겠어요? " 라고단소가 물어보니 얼굴이 화끈 거린다
" 어... "
" 거기 서랍 열면 새 속옷 있을 꺼에요. 국 끓이고있을테니까 씻고 나와요 "
씻는 동안 머리가 욱신 거린다
끝끝내 생각치 않으려고 했던, 단소의 과도한 친절이 자꾸 날 혼란 스럽게 한다
아냐.. 단소는 외국에서 왔으니깐.
외국은 좀 성문화가 개방 적이잖아 ?
그래 그런 걸꺼야..
조금 말도안된다고 생각 하지만, 변명할 구실을 찾으니, 마음이 개운하다.
나가서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하면 된다.
" 다음 과외는 어디에요? "
" 응? 한남동.. "
" 별로 안머네요. 두그릇 먹고 갈시간 충분하겠다 " 하며 씨익 웃는다
단소의 시원한 웃음에 심장이 또 조금 욱신 거린다.
단소가 끓여준 된장 찌개에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농담인줄 알았는데 정말 또 가득히 한그릇을 퍼준다
" 야아.. 두번째인데 너무많잖아 "
" 그건 내맘이죠 훗 "
" 치.."
꾸역 꾸역 밥을 먹자니, 장에서 오랜만에 시원하게 욕소리가 들려온다
" 못먹겠죠?"
끄덕끄덕
" 그럼 소원 들어 줘요 "
" ... 뭐 말할껀데? "
" 그건 생각해보고요.."
하더니 그릇을 치워 버린다.
설겆이를 하려고 일어서니, "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제가 할게요 "하는 단소 목소리가 들려 온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벌써 5시 반이다
" 여기서 한남동 얼마나 걸려? "
" 안 막히면 15분이면가요 걱정 하지마요 " 하며 칫솔을 가져다 준다
양치를 하고, 서둘러 출발하니, 다행히 5분 전에 도착 했다.
" 조심히 가 알았지 ? "
" 가서 소원 생각 하고 있을께요 하하 "
" 치.. 언능 들어가 안녕 "
소리는 성적이 많이 좋아졌다.
아직 중간 고사는 보지못했지만, 학교에서 보는 쪽지 시험에서 결과가 많이 좋아졌다고 어머님이 흐뭇해 하신다
소리도 기분이 좋은지, 과외비 올려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떤다
마음이 잘 맞는 학생과는 시간이 금방 간다.
숙제를 내주고 계단을 내려오니, 데려다 준다며 소리가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오더니 손을 잡는다.
" 버스 정류장 까지 데려다줄게요 "
소리의 순수한 눈동자가 참 예쁘다 생각이 들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돌아가는 소리에게 손을 흔들어준 후, 버스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벨소리가 울린다..
이건 성미벨인데..
" 응 성미야 . 어? 끝났지. 아.. 어어 지금 집앞이야.. 응 알았어 "
성미가 데리러 온다고 하니, 급하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번도 데리러 온적이 없었는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미안 했던건가.." 혼자서 추측을 해본다.
빠른 걸음으로 소리 집으로 돌아가니, 익숙한 은색 세단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앞문에서 성미가 내리더니, " 타 " 한다.
왠지 쌀쌀한 냄새가 난다.
안전 벨트를 멜 겨를도 없이 급 출발을 하는 성미가 걱정되 바라보자니, 약간 술기운이 있는듯 하다.
아직도 안깬건가?
뒷자석에 가방을 내려 놓으며 냄새를 맡으니, 집에 진열해놓은 바카디 냄새가 확 올라온다.
일어나자 마자 마셨나..
" 성미야.."
" 걔 만나지마 "
" 어? "
" 단손지 윤현인지 만나지 말라구 "
차가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인 틈을 타 말을 걸으니, 차가운 대답이 돌아온다.
" 걔는 그냥..
" 여튼 싫어 만나지마 "
" 하아..."
" 왜 싫어? 내 말은 다 들어준다면서 ? 왜 나보다 걔가 소중해? "
" 성미야 그런게 아니잖아.. "
" 뭐가 아닌데!! "
성미가 갑자기 빽 소리를 지른다.
하아.. 한숨이 새어나온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조용히 심장에게 단소를 안만나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 성미야.. "
" 왜 싫어? 싫으면 다그만둬 "
" 너 뭐라..
신호가 떨어졌는지, 신경질 적으로 차를 출발 시킨다.
어어.. 황색 불인데..
기어코 통과하려는지 속도계가 120까지 올라간다.
걱정 스런 마음에 창밖을 보니, 내게 다가오는 택시와, 기사의 겁에 질린 얼굴이 성큼 다가온다.
시간이 멈춘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무수히 많은 생각이 든다.
성미가 술을 마셨는데.. 하필 사고가 나서 어떻하지 ?
혹시 감옥 같은데 들어가는걸까?
다치진 않았을까?
고개를 돌려 보고 싶지만, 온몸에 감각이 없다
머리에서 무언가 끈적 한것이 흐른다.
혹시 이렇게 죽는 걸까?
단소는.. 단소는 어떻하지..
단소는.. 날 좋아하는데..
아무리 듣지 않으려고 해도, 보지 않으려고 해도,
곧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던 단소는..
날 좋아하는데..
내가 이렇게 죽어 버리면, 우리단소는 어떻하지?
눈에서도 뜨거운 것이 흘러 내린다.
단소가 보고 싶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못이기는척 받아주는 건데
나도 네가 좋노라고,
시간이 어긋나지만 않았어도, 널 선택 했을거라고,
널보면 가슴이 뛴다고 얘기해 주는건데
단소야...
단소야.....
- To be continued -
첫댓글 결국... 크흑... ㅠ..
흙 ㅠ 성미는 다음편에 꼭 행복하게만들어 드릴게요 !
후회는 언제해도 늦나봐요..!
빠른 후회란 없죠.
단소랑 되는건 아니겠죠? 과거는 과거일뿐!!!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