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교회& 본교회 성도들이 21일 함께 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관리자]

'숨죽인 스크린'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포스터

숨죽인 흐느낌. 기침 소리 하나 낼 수 없을 것 같은 극장안의 팽팽한 긴장감.

남자건 여자건 신도이건 비신도이건, 예수가 고난을 당하는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동안 그 모든 경계는 사라지고 없는 듯 보였다. 그 순간 관객들이 흘리는 눈물은 고통당하는 신의 아들을 위해 흘리는 종교적 눈물이 아니라 한 인간의 애처로움을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눈물이요 친구의 눈물이요 인간의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수 많은 격론을 뒤로 하고 2004년 최고의 화제작이 될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브레이브 하트'에 이은 배우 멜깁슨의 세 번째 연출작.

끝나지 않은 찬반 논쟁

이 영화에 반(反)유대주의가 녹아 있는지 또는 종교적인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영화를 평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2천년도 더 된 역사에는 '입김'이 섞일 수 밖에 없을 뿐더러 예수의 죽음이라는 사건 뒤에는 정치적 입장이 있었다는 걸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멜깁슨은 성서에 나온 내용 그대로 유대인 사제장들과 그에 동조하는 성난 군중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오히려 로마의 빌라도는 예수에게 자비를 베풀고 싶어하는 고뇌에 찬 위정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니콜라스 노토비치'에 의해 1887년에 티벳에서 발견된 '이사전(Issa傳)'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끝까지 이사(예수가 인도 등지에서 활약하던 때의 이름)를 살리려고 노력했으나 빌라도의 정치적 술수에 희생된 것으로 완전히 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로마가 죽였든 유대인들이 죽였든, 결국 사건의 핵심은 역사적 인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으로 귀착되며 그것은 인간 예수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무시무시한 고통이요 죽음이라는 사실이다. 완전히 종교적인 입장을 배제하고 이 영화를 관람할 수는 없겠지만-특히 기독교 신자들의 경우에는 더욱-종교적인 도그마를 걷어내고 이 영화를 본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광기와 무지, 비겁함과 외면이 어떻게 한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는지를 극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영화속 고통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영화의 시작은 예수의 운명을 미리 암시하듯 교교히 흐르는 어두운 밤하늘의 구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그맣게 흐느끼는 울음 소리....이윽고 한 남자가 나무에 한쪽팔을 댄채 고개를 숙여 기도하며 우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그의 이름은 나자렛의 목수 출신인 임마누엘 예수 그리스도. 예수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우는 장면은 신성 모독이나 실망감으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그도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는 우리같은 인간이라는 친밀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 다음부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예수의 수난이 성서 그대로 펼쳐진다. 하지만 그 비쥬얼적인 고통은 기존에 봐 왔던 예수 소재의 영화들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예수의 선교장면과 구도 장면을 다룬 것이 아니라 예수 생애의 마지막 12시간을 집중 조명하며 그가 겪는 '수난(passion)'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쇠붙이 달린 채찍이 살을 뜯어가고 피를 튀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주인공인 '짐 카비젤(Jim Cavizel)'은 특수분장만 하루에 7시간 동안 하는 '수난'을 감내해야 했으며 그 끔찍한 흉터와 핏자욱으로 인해 결국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기도 했었다.

이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종교적인 논쟁외에 또 다른 구설수에 시달린 것은 바로 이 고통의 강도에 의해서이다. 수천 마리의 붉은 지렁이가 온 몸을 기어 다니는 듯한 상처에 대한 묘사가 과연 예수의 수난을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멜깁슨 감독의 사실적인 묘사는 이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대사 모두를 그 당시의 언어인 아람어(Aramaic language)와 라틴어로 표현하는 파격을 '자행'한다. 미국인들은 자막이 들어간 영화를 보지 않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모든 제작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여 결국 자신의 사재를 전부 쏟아부어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수난'을 멜 깁슨 그 자신도 겪은 셈이다.

영화 속 배우 이야기

멜깁슨이 고생하며 찾고 또 찾은 배우라 그런지, 예수역을 맡은 '짐 카비젤'의 사실적인 연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완전히 동화시키게끔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그의 나이가 예수가 숨을 거두던 해의 나이인 33세이기에 그 우연의 일치가 자신을 더 예수의 역할에 몰입하게 만들었다는 후문.

어머니인 마리아 역은 절제된 분노와 사랑을 모두 나타내야 하는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는 역할이지만, 실제 유대인 혈통으로 로마에서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마이아 모겐스턴(Maia Morgenstern)'이 기대치 이상으로 연기 실력을 펼쳐 멜깁슨의 걱정 거리 하나를 덜어준 듯 하다. 가눌 수 없는 슬픔의 눈빛과 자애로운 미소가 압권. 영화를 찍는 와중에 임신을 하게 되어 그로 인해 모성애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예수 그리스도에게 구원을 받고 평생 헌신한 막달라 마리아 역의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는 작품 자체에서 별로 큰 역할이 없는지라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인형같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하긴...아무리 한 남자를 사랑한다 해도 그 어머니 만큼 사랑할 수 있겠냐만서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배우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배우를 지목하라면 단연 사탄 역할을 섬뜩하게 연기했던 '로잘린다 셀렌타노(Rosalinda Celentano)'일 것이다. 여자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중성적인 카리스마로 등장해, 수난을 당하고 있는 예수의 곁을 항상 음산한 미소와 함께 감도는 역할을 멋드러지게 해내고 있다. 예수의 뜻을 꺾지 못한 분노로 야수처럼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

결국은 관객의 몫

이 영화로 인해 신앙심이 더 공고히 다져지든 멀어지든, 멜 깁슨의 의도가 어찌되었든지 간에 관객들은 결국 자신이 느끼고자 하는 것만 느끼게 될 것이다. 밤하늘의 빨간 십자가가 몇 개 더 늘어난다고 해서 예수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영화가 주는 풍성한 과실을 배탈 나지 않게 빼 먹을 수 있는 현명함....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는 더 필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감독: 멜 깁슨 출연: 짐 카비젤(제임스 카비젤; 예수), 모니카 벨루치(막달라 마리아), 흐리스토 쇼포브 (Hristo Shopov; 빌라도 총독), 클로디아 게리니(Claudia Gerini ; 빌라도의 아내), 로잘린다 셀렌타노(사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