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휴일도 제가 살고있는 홍제동의 인왕초등학교 출신으로 현재 몽골에 가있는 이시백 작가의 글을 모셔왔습니다.
"음식 가지고 그러면 못 쓴다 "
지금의 어른들이라면 어려서 한번쯤은 겪었을 일입니다. 어느 날, 기르던 개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사건은 유년기의 흉터처럼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아이들은 다행입니다. 적어도 기르던 개를 잡아먹는 일은 없어졌으니까요. 요즘도 으슥한 골목의 보신탕집이나, 물 좋은 개천가에 숨어서 잡아먹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식용견과 애완견은 다르다는 논리를 둘러대면서......
어릴 때 우리집에서는 누렁이라는 황구를 길렀습니다. 수캐였는데 의젓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었지요. 개를 풀어놓고 기르던 시절이라 누렁이는 온 동네를 돌어다녔지요. 어느 날, 누렁이가 눈빛이 파랗게 되어 돌아왔습니다. 누렁이는 몹시 괴로운 듯 마루밑에 기어들어가 낑낑거렸습니다. 어른들이 누렁이를 불러내어 비눗물을 먹였지만, 얼마지 않아 몸부림치다가 누렁이는 죽고 말았습니다.
동네 배추밭 주인이 개들이 밭을 뛰어다닌다며 놓은 쥐약을 먹은 것이었지요. 누렁이를 인왕산 기슭에 묻어주었습니다. 나는 누렁이를 묻은 곳을 잊을까봐 큰 돌을 주워다가 눌러놓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눈뜨기 무섭게 누렁이를 찾아갔습니다. 나리꽃을 꺾어든 동생과 갔을 때, 돌은 저만치 뒹굴고 구덩이는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새 누렁이를 파간 것입니다. 서식고도°棲息高度에 따라 가난이 비례하던 시절에 우리집보다 더 높은 인왕산 산비탈에 움막을 짓고 살던 이들이 파묻은 누렁이를 꺼내다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열두 살 무렵, 또 벤이라는 개를 길렀습니다. 믹스견인 벤은 ‘플란다스의 개’ 파트라슈를 닮았지요. 날마다 벤을 데리고 인왕산이 반질거리도록 오르내렸지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바빠져서 산에 데리고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온종일 줄에 묶여있는 벤은 울어댔습니다. 이웃들이 하나같이 개가 울면 집이 망한다고 수군거렸습니다.
어느날, 학교를 다녀오니 벤이 안 보입니다. 비어 있는 개집 위에는 벤의 목에 걸려 있던 목도리와 줄만 덩그마니 걸려 있었습니다. 낡은 가죽 목도리는 벗어놓은 신발처럼 스산하고 섬뜩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으니, 개가 하도 울어서 이웃집에 팔았다고 합니다. 전부터 벤을 볼 때마다 된장을 바르자며 침을 흘리던 이웃 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아예 집에서 기르던 개가 밥상에 올라온 것을 본 사람들도 있다 합니다. 밥상에 올라온 강아지를 보고 눈물짓는 아이에게 그집의 아버지가 점잖게 타일렀다 합니다. “음식 앞에 놓고 그러면 못쓴다.”
왜 어른들은 개를 보면 침을 흘리고,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그러던 아이들도 왜 어른이 되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누군가가 기른 개를 침을 흘리며 먹는 것일까요? 맛을 들인 탓일 것입니다. 고백하건대, 몇 차례 ‘영양탕’이니 ‘사철탕’이라 불리는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들깨와 깻잎에 버무러져 굳이 먹지못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음식에 담긴 기억들을 목구멍 안으로 삼키는 짓은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요.
지금 그런 부모는 없겠지만, 편식없이 먹어야 한다며 아이에게 개고기를 도시락으로 싸주지 말아야 합니다. 몸이 약하다고 보신탕을 먹이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고기도 안 먹으면 좋겠지만 우선 개나 고양이부터 먹이지 말아야 합니다. '남자는 아무거나 먹어야돼'라며 밥상 앞에서 이런 성차별적 의식과, 몰차별적 식습관을 심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남자 아이라고 밥상에 올라온 자기 강아지를 보고 슬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첫댓글 항상 유익한 글 고마워!!!언제나 멋진 래철 친구님!!!
난 친구가 개고기 좋다고 사조서 두번먹고 정말 개고생을 했다우~
우리학교 동창중에 진식이라는 경찰출신 친구가 있는데 개고기를 먹고나서 말을하면 멍멍 개소리가 나서 몇일후에 또 먹었더니 또 개소리가나서 다시는 개고기를 안먹는다고 하더만.
중국요리에 뻔데기 굼뱅이 지렁이 지네 구더기 뱀 악어 독거미 별아별 곤충 살아있는 동물거의다 해먹는것을 유튜브로 보았는데 개고기만 먹으면 안된다는것도 좀 그렇고~
이시백 작가와 술한잔 하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