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똑같이 가르쳐” 충격>(10/21, 27번째, 김경화 기자)는 TV조선의 무리한 종북몰이가 빚어낸 보도 참사이다. 보도는 “탈북자들이 본 우리 역사 교육은 어떤지” 탈북자들에게 들어봤다면서 김일성이 지휘한 ‘보천보 전투’를 북한과 똑같이 가르쳐 탈북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의견이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과 아웅산 테러는 우리 교과서에 들어가지 않고 김일성이 한 보천보 전투는 그렇게 자세히 실어야 하는가”라는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적과 동일하다며 이를 국정화 정당화 논리로 이용하고 있다. 결국 북한과 똑같이 가르치기 때문에 북한식 교과서 체제인 국정화를 강행해야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 북한 지령’ 문화일보 단독 받은 TV조선 보도 화면 갈무리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독선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가운데, 10월 한 달 간 쏟아진 TV조선의 저급한 왜곡‧선동 보도는 국정화가 억지에 불과함을 방증한 셈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이념을 덧씌워 군부 독재를 옹호하고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종북몰이는 그 자체로 사회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있다. TV조선의 국정화 관련 보도는 전형적인 매카시즘으로서 정부의 국정화 강행보다 더 악랄한 행태를 보였다.
나쁜 신문보도, 조선일보
교과서 교사 집필진 ‘종북몰이’ 매진한 조선일보
국정화 저지 투쟁을 북한 선동으로 왜곡
문화일보는 지난 28일 <북,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 지령문>(10/28, 1면, 민병기 기자)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보도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이 국내 친북 조직 및 개인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반대 투쟁과 선동전을 전개하도록 지시하는 지령문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북한이 ‘종북세력’에게 주문한 것은 “민중총궐기 투쟁 열기를 더욱 높여 나가는 것”과 “재야 모임, 언론 매체를 적극 활용해 박정희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의 친일 행각과 사대주의를 폭로하고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판 선전 사업”을 벌여 나가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반대 기자회견, 토론회, 항의 시위” 역시 북한이 제시한 “반정부 투쟁 전술”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보도대로라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혹은 이미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행위가 ‘북한의 지령’과 일치한다. 보도에서 이런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공안당국 관계자의 발언은 결국 전형적인 ‘종북몰이’이다.

수신자도 발신자도 정보 제공자도 희미한 ‘지라시’
문화일보 보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선명한 지령문의 내용과는 달리 지령문의 존재 및 수신자와 발신자, 이를 폭로한 대북 소식통의 실체 등 신뢰성을 높일만한 정보가 극단적으로 희미하다는 점이다. 이 세세한 지령을 보낸 주체인 ‘대남공작기관’이 언제 누구에게 이를 발송했는지 문화일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밝히지 않고 있으며, 해외 친북 단체는 조총련 등으로 어설프게나마 특정되어 있으나 국내의 경우 “친북 조직 및 개인”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져 있다. “인터넷과 SNS 등에 북한 당국의 지령대로 국정화 반대 논리와 반정부 선동 글을 올리는” 사람들 역시 “일부 국내 북한 추종 세력”으로 공안당국의 이름을 빌어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연결에 대한 실질적 근거는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문화일보 민병기 기자의 해당 기사는 사실상 기사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는, ‘지라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일부 종북 세력과 북한의 국정교과서 반대 논리가 동일하다”는 발언은 문화일보 보도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제 문화일보의 이 보도는 그대로 ‘종북몰이’에 활용된다. 오마이뉴스의 <“국정화 반대는 북의 지령” 새누리당 ‘종북’ 카드 꺼냈다>(10/28) 보도를 보면,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여당 의원들은 당일 석간으로 보도된 해당 기사를 근거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북에서 지령을 내려 일부 종북 세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하며 야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 TF 의혹 논의는 증발했다. 한겨레는 <국정화 밀리자…여당, 어김없이 ‘종북몰이’>(10/29, 김진우·유정인 기자) 보도를 통해 문화일보를 필두로 시작된 이 같은 종북론 공세가 과거 유신독재 시절의 종북론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민언련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 모니터 대상 신문이 아니다. 그러나 민언련 선정위원회는 실체와 근거가 불분명한 ‘북한의 지령’을 앞세워 정부가 추진하는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국정화 반대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공격한 문화일보의 ‘북한의 국정화 투쟁 선동 지령’ 보도를 제외한 채 ‘10월의 나쁜 신문보도’를 논의하는 것이 미흡하다고 결론을 모았다.
교과서 교사 집필진 ‘종북몰이’ 매진한 조선일보
한편 선정위원회는 모니터 대상 5개 신문의 중에서 2015년 10월의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는 조선일보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과서 교사 집필진 비판 보도’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크게 교과서와 교과서 집필진, 역사 교사를 모두 ‘좌편향’으로 규정하며 국정화 반대 논리를 비판했다. 실제 교과서에 대해서는 <‘김일성 정권 수립, 남한 주민도 투표 참가’ 북 거짓 주장 버젓이>(10/14, 5면, 이선민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이미 수정된 사항을 아직도 현존하는 문제인 양 보도했으며, 교과서 집필진에 대해서는 <국정 교과서 현대사 필진, 36명 중 31명이 ‘좌파’ 성향>(10/8, 3면, 김성모 정경화 기자), <동문들 끼리끼리 만든 국사교과서>(10/9, 1면, 김성모 정경화 김지연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좌편향”, “끼리끼리” 등으로 폄훼했다.
역사 교사에 대해서는 <일부 좌파 역사교사 “우리가 갈 길은 사회주의”>(10/15, 4면, 김성모 정경화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귀를 의심케 하는 교사들의 언행”을 비롯, 일부 극단적 사례를 전반적인 현장 상황인양 확대해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선정위원회는 10월 조선일보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과서 교사 집필진 비판’ 보도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나, 단순 의혹을 부풀려 정부 여당의 기관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