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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의 하늘
 
 
 
카페 게시글
…………*트램안에서* 스크랩 *멜번생활* 참치캔 캔들
백만볼트™ 추천 3 조회 981 13.11.18 07:08 댓글 37
게시글 본문내용

1990년 7월 

난생 처음 외국 호주땅에 도착.

멜번은 추웠지만 반팔로만 한동안 지냈어요.


뭐야 ... 호주 겨울은 이거 그냥 선선한게 견딜만 하네!


하지만 일주일후 지독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추위를 잘 견디는 편에다 호주 겨울이 안 추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실은 처음 외국의 초긴장상태에서 

감각기능의 일시적 장애였던 이유.


임시숙소의 며칠후 

아주 힘들게 손짓 발짓 콩글리쉬로 운좋게 

작은 원베드룸 플랫을 구했습니다.

부동산에서 싸인을 마치고 키를 받아 집에 들어가니

물은 나왔지만 전기가 없고 더운 물도 안 나왔습니다. 

당연히 전화도 안되었고.


다시 먼길을 걸어서 부동산에 갔더니 해당 주소와 전번 리스트 주었습니다.

전화도 없고 지리도 모르니 일일히 물어물어 찾아다니며

연결신청을 했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분주히 헤메다니던 며칠 후,

기차안에서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식은 땀을 흘리며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풀썩 주져앉고 말았습니다. 

어느 친절한 아주머니가 불쌍한 눈으로 자리를 양보해주었습니다. 

지극히 나이드신 분이 한 젊은 20대 남자애가 참 측은해 보였나 봅니다.

한동안 어지럽고 속이 약간 메스껍기까지 했습니다.


아무의 도움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호주에서 맞는 첫 주말에 

슈퍼마켓이 주말에 문을 닫는지 몰랐습니다. (당시는 그랬음)

운좋게 사놓은 식빵 한 줄과 참치캔이 있어서

그나마 굶지않고 주말 이틀을

전기도 더운물도 없었지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전기와 개스는 그 다음주 평일에 들어왔습니다)


낮이야 그런대로 견딜만 했지만 

칠흙같은 깜깜한 밤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초저녁이라 잠도 안오고 ... 많이 추웠고 배는 고프고...

(겨울이라 해가 빨리 졌음)


문득 ... !

참치캔 기름이면 불을 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통에서 기름이 아직 들어있는 캔을 집어들고는...

심지할 것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같은데서 보면 명주실같은 것이었던 것 같은데...


아~

순간 생각났습니다. 수건에서 보푸라기를 뜯어내어 비비면

드라마 사극에 나온 것 처럼 가능할 듯 했습니다.


어두운데서 더듬더듬... 행여 기름을 쏟을까 조마조마...

불을 붙여보았습니다.


ㅎㅎㅎ 불이 붙네요.


그때 정말 환한게 살 맛났던 그 기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혼자서 디게 좋아하면서 박수치며 

'난 똑똑해~~!' 큰소리로 외치며 ㅋ

좋아서 강아지처럼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침대도 책상도 의자 하나 없는 

아무것도 없는 덩그란히 집안에서

카펫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참치캔 캔들 아래에서 

한 사람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 . .






오늘 그때 일이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20 여 년만에 다시 만들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하하하


백만볼트의 호주사는 얘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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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11.18 07:18

    첫댓글 훌륭하십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13.11.18 08:35

    요즘참치는 염수나 생수에도 담겨 나오는디 ㅋㅋㅋ 그나저나 로맨틱한 면이 있으시군요

  • 작성자 13.11.18 08:41

    똘순아빠님 ryanlover님 ㅡ 감사합니다 ㅋ
    봉봉님 ㅡ 기억으론 냄새는 거의 없었어요 ㅋ
    소똥님 ㅡ 20세기 마지막 로멘티스트로 불러 주세요 ㅋ 집사람이 내편지를 한가방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꺼내보면 과도한 닭살로 사망할 수도 ㅋㅋㅋ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13.11.18 11:41

    어머. 슝슝님 젊은 피 셨네요?! 전 아조씨인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

  • 13.11.18 11:53

    하하 저도 그런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핏줄이네요~~

  • 13.11.20 16:23

    헐 저보단 더 있으실줄 알았는데 저보다도 젊으시군요 제가 90년에 국민학교 1학년이었으니 ㅠㅠ..
    (저도 많은건 아니지만 뭐^^;;ㅋㅋ)

    슝슝님 호주 정보나 생활상식에 하도 박식하시길래 ㅡ.ㅡ;; 저보다 한참 연배 있으신분일줄 알았는데 ㅋ
    그 연륜은 다 어디서 나오는겁니까..ㅎㅎㅎ 여튼 새로운 사실을 알았군여 ㅎㅎ

  • 내용이 정말 절절합니다.. 이민 1세대만이 가질수 있는 추억 아픔 웃음 애환 이라고 할까요..

  • 13.11.18 11:19

    정말 멋지세요 지니어스이신듯 ^^

  • 13.11.18 11:42

    신기하네요. 참치캔 열면 기름먼저 따라버리는 습관이 있는데 ㅋㅋㅋㅋㅋ 그러시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 작성자 13.11.18 12:31

    집사람은 마우스님대로 합니다.
    참치캔에대해 저는 좀 추억이 있습니다.

    81년 고1때 반에 참치캔 제조업을 하는 준재벌의 귀공자 아드님이 반에 있었습니다 ㅋ
    당시엔 테레비 광고는 물론 시중에 유통되는 단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귀공자님은 매일 매일 상표가 없는 참치캔을 가져와서 점심시간에 혼자 먹곤 했는데
    그 고소한 냄새의 캔은 수많은 젓가락의 공격을 받아야 했지요.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얻어먹기위해 참으로 비굴해야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저에겐 요즘에도 참치캔을 따서 기름을 보면 참 버리기 아깝다 생각이 들곤 해요 ㅋ

    윗글의 당시에는 먹지 못해도 감히 버릴 수가 없었던 거 같습니다 ㅋ

  • 13.11.20 08:53

    전 기름 상당히 맛있던데..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상한건가 ㅠㅠ 전 기름 안버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마셔요 ㅋㅋㅋㅋㅋ

  • 작성자 13.11.20 22:42

    구준표님 기름 마시는 거 사실입니까?????

  • 작성자 13.11.18 12:34

    슝슝님 - 이거 첨으로 태클없는 댓글이라 적응이 안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해요.
    아프다님, 써니데이님, 레인보우님 - 좋은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13.11.18 13:17

    ㅋㅋ 낭만적이시네용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3.11.18 18:58

    머리는 나쁜 편은 아닌데 서로 좋다고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나중에 내가 더 좋다는 걸 증명해서 이기긴 이겼던 싸움 헤헤헤
    아들은 엄말 닮고 딸은 절 닮았습니다. 아주 하는 짓이 똑같아요 ㅋ.
    참치캔 이야기는 결혼하고도 한참 뒤에 해주었어요. ㅋ

  • 13.11.18 15:05

    오오오 까리함!!

  • 13.11.18 16:50

    90년이면 전 국민학교때 ㅋㅋ 몇년전에 첨 와서 차이니즈숍 같은데 몰랐을때 콜스 문닫으면 엄청 깝깝했죠 첫째 낳고 기저귀 밤에 하나 남았는데 다음날 아침엔 콜스 닫는날 우리에게 주유소 편의점이 있었네요 궁하면 통한다고 전기가 들어왔으면 생각지도 않았을 참치캔 조명 아래 편지 참 낭만적이긴 한데 제가 편지질과 말빨에 넘어가 결혼하고 맨날 사네 못사네 쌈질인 관계로 연래편지에 관대해 지지가 않아요 ㅋㅋ 낭만적인건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 연애편지 같은거 ㅋㅋ

  • 작성자 13.11.18 18:59

    남자가 구애할때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게 정상이고 ㅋ 쿨럭쿨럭..
    또 수단과 방법을 안가려야 그만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는... 쿨럭쿨럭... ㅋ
    편지가 낭만적이긴 해요.

  • 작성자 13.11.18 21:38

    구애할때는 오골거리지 않으면 구애하는게 아니지요 ㅋ
    그래도 세월이 지나보면 그때 그럴때가 인생의 최고 즐거운 시절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편지는 세월이 가도 오래 간직되는 추억이 되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여친에게 받은 편지는 보는 앞에서 불태워야 하는 살벌함도 있지요 크크크

  • 13.11.18 17:48

    오오오...백만님에게는 힘겨운 시간이었겠지만 읽는 제 눈에는 낭만스러움이 느껴지네요. 멋진글입니다.

  • 작성자 13.11.18 19:03

    음.... 배고픔의 한계점 직전이었던 것 같아요ㅋ
    조금만 더 배고팠으면 편지지를 먹고 있었을 듯 해요 ㅋㅋㅋ

  • 13.11.18 18:13

    갑자기 울컥하네요 ㅎㅎ 넘 감동이에요~~

  • 작성자 13.11.18 19:01

    귀욤이뿌우님, 라이엘님, 포렉스님 - 좋은 코멘트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3.11.18 21:44

    음... 세대가 다르면 구애하는 방법도 달라지겠지요.
    괜히 로멘티스트라는 단어를 썼나봅니다. 전 속물에 가깝습니다. ㅋ
    난 너무 솔직해서 탈 ㅋㅋㅋ

  • 13.11.18 21:19

    멋지십니다.

  • 작성자 13.11.18 21:44

    감사해요.

  • 13.11.18 22:40

    멋지네요. 그래서 와이프나 제 주변 여자들이 이런것좀 안봤음 해요 ㅎㅎ. 이런건 그냥 드라마에서나 나와야 저건 드라마니까.. 라고 핑계를 댈수있거든요 ㅋ

  • 작성자 13.11.19 05:30

    ㅋㅋ 아이쿠 이거 본의아니게 민폐끼쳐 죄송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3.11.19 08:36

    ㅋ 일단 쌀이 없어서 밥은 없었습니다. 식빵 하나로 이틀을 버텼어요 . 그때의 어둠은 솔직히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난방까지 없어 추웠고요. 궁상맞는건 사실입니다만 당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로멘틱 절대하지않아요. 단지 그런 상황에 편지 쓴 걸 좋은 시각으로 말씀들 하신 것 같습니다 ㅋㅋ
    건데 왜 이걸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 작성자 13.11.19 10:00

    이때가 난생처음으로 배고픔의 고통을 살짝 느껴 본 때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경험을 한 듯 해요. 나중에 정착할때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숱한 이야기들이 있긴 있습니다 ㅋㅋㅋ 돈이 없어서 바나나 1불어치로 매일 점심으로 한 적도 있고 ㅋㅋㅋ 아이구 맨정신에서 별소리 다 나오네요 ㅋ

  • 13.11.20 08:51

    으아ㅋ 소름돋았어요.. 완전 멋지시다.. 진짜 만능 맥가이버 같으셔요.. ㅋ 로맨틱의 끝판왕이시면서도.. ㅋ
    사모님 너무 행복하시겠습니다^^ 또 그런모습을 보고 자라온 자녀분들도 분명 행복하겠죠? 글 넘 잘읽고 갑니당 ㅋ (근데 미용실 안들리시네여ㅠ 같은 동네시라면서..ㅋㅋ)

  • 작성자 13.11.20 09:09

    레츠밥은 자주가는데 바로옆에 있는 수아는 부끄러워서 못가겠더라고요 ㅋㅋ
    좀 덜 부끄러워지면 커팅하러갈께요 ㅋㅋㅋ

  • 13.11.20 09:10

    꼭 오셔요 ㅋㅋㅋㅋㅋㅋ 기다릴게용 ㅋㅋㅋ

  • 작성자 13.11.20 09:16

    제가 사실 부끄러움을 잘 안타는 편인데 (오히려 뻔뻔한 편) 왠지 수아앞에만가면 ㅋ 부끄러워요.
    어쩌면 두상이 못나서 그런가? ㅋㅋㅋ 아들녀석은 커팅을 마음에 들어했었습니다. 감사했었어요.
    한번 갈께요!

  • 13.11.20 09:29

    @백만볼트™ 흐흐흐 감사해여 오시면 엄청 맛있는건 아니지만 커피라두 한잔 하구 가세여 ㅋㅋ
    그럼 기다려보겠습니다~ 아드님 맘에 드셨다니 정말 좋네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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