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징계 리스크’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징계 타당성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세력들과 보이지 않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이재명 의원의 사법리스크는 비(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선거 패배 책임론과 함께 전당대회 불출마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성 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 결과가 7월로 넘어가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민주당에선 이재명 의원을 향한 수시기관의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는데다, 8월 전당대회 출마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여야 모두 ‘이·이(李·李) 리스크’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 자체가 허위인 만큼 인멸할 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고 증거인멸을 교사할 일도 없기 때문에 윤리위의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 처분인 경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리위가 증거인멸 논란에 휘말린 이 대표의 측근을 상대로 별도 징계절차를 개시하기로 하자, 당 안팎에선 사상 초유의 여당 대표에 대한 징계를 감행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궁극적으로는 이 대표를 징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리위가 다음달 7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이 대표의 소명절차를 거쳐 징계 여부를 의결하기로 하면서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여부 논란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권 경쟁과 맞물려 이 대표의 징계 결과와 맞닿아 있는 여당 내부의 갈등도 7월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놓고 당 내 비판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팬덤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고 사실상 이 대표를 저격헀다.
여권 내부에선 이 대표가 경고 이상의 징계 처분만 받아도 리더십이 훼손되는 만큼 물밑에 머물러 있던 당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올라 과거 계파갈등 양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반(反)이준석’ 진영의 견제도 늘고 있다. 친윤(親尹) 성향인 배현진 의원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 관련 설전을 벌인 데이어 20일에도 비공개 회의 발언 유출을 두고 설전을 주고받았고, 23일에도 먼저 청한 악수를 이 대표가 받지 않자, 공개석상에서 당대표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면서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논란과 혁신위 내홍을 두고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인가”라며 공개적으로 이 대표에 날을 세웠다.
이에 이 대표는 장 의원을 겨냥해 “디코이(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하네요. 이제 다음주 내내 간장 한사발 할 거 같습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간장’을 두고 ‘간철수(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의 줄임말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그러자 안철수 의원 측은 이 대표를 겨냥해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던진 미끼를 안 물었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고 받아쳤다.
이준석계에서도 반격에 나섰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 “징계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법적인 판단이 들어가야 된다”며 “수사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윤리위가 징계를 검토하는 것이 맞지 않고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도 다른 라디오에서 “징계 절차 개시 사유나 원인, 시작을 판단해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 윤리위가 개최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성급하게 시작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의 당권 도전 여부도 내홍이 휩싸인 민주당의 향방과 맞물려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친문(親文) 좌장격인 전해철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이재명의 당권도전을 집단 반대하는 등 당내에서 이재명의 전대 출마에 제동을 걸기 위한 압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민주당의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김혜경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운영’,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 이재명의 각종 의혹을 열거하며 대선 이후 가라앉았던 ‘이재명 공세’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선 이재명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당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여전히 당내 비주류에 속한 대선 후보였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는 만큼 대선, 지선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재명을 향한 검찰, 경찰의 수사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점도 이재명으로서는 당권을 절실히 필요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의원 신분 보다는 제1야당의 당대표라는 신분이 동시다발적으로 압박해고 있는 수사기관의 칼날에 맞서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수사 대상으로 오르게 되면 제1 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이 되는 만큼 장기간 여당의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이재명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를 경우 이재명은 민주당의 계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 이재명이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에서 대선 후보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러 리스크로 결국 대권을 거머쥐는데는 실패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재명의 전대 출마 자체를 만류하는 당내 기류가 상당하다. 민주당의 유력 당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홍영표는 “당이 지금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데 그런 것을 다 무시하고 ‘내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게 당에 과연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얘기를 (이재명에게) 전했다”면서 전대 불출마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이재명의 8·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는 친문·비이재명계(비명)의 성토장을 방불케했지만 “이재명은 지금 계속 108번뇌 중”이라며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원 구성을 비롯한 주요 현안마다 통 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꽉 막힌 정국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배경에는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양당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당권 싸움이 조기 점화됐고,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에서도 친명 대 반명으로 갈려 계파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징계 리스크를 털어내고 당 주도권을 다시 잡더라도 이재명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당내 갈등 뿐만 아니라 정국에도 영향을 미쳐 여야 협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