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사과가 맛있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는 것은 몰래 먹을 수 있기에 더 맛있다는 것이 아닐는지.
아직 사과를 훔쳐서 먹어 보지 않았었기에 제 맛은 모르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듯,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나왔으리라.
자오쉼터를 건축하며 참 많은 나무들을 심었었다.
은행나무, 개나리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산수유나무, 매실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향나무, 꽃이 예쁜 개복숭아, 대나무까지 아직도 파악되지 않는 나무들까지 합하면 제법 된다. 언젠간 풍성한 열매를 바라보며 넉넉한 마음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겸하며 살아왔다.
봄이 되면 여러 가지 나무에서 싹이 자라고 잎으로 무성해지면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우리 자오쉼터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은 노란 산수유다. 그 다음이 노란 개나리, 진달래, 철쭉 등 이런 저런 꽃들이 피어난다. 매실나무는 참 많은데 아직 어려서인지 꽃이 피는 걸 보지 못했다.
사과나무가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우스갯소리로 개나리는 노란 꽃을 피우고, 진달래는 분홍 꽃을 피우고, 복숭아나무는 분홍 꽃을 피우는데 사과나무는 무슨 꽃을 피우느냐는 질문을 하면서 붉은 꽃이라고 대답했던 지인의 말을 믿고 살아왔었는데, 세상에나 사과 꽃은 배꽃처럼 하얗게 피어 있었다. 보지 않고 믿는 믿음이 크다고 했지만 하얀 사과 꽃이 언제 붉게 피었었는지 다음에 지인을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꽃이 많이 피어 있는 곳은 솎아 줘야 한다기에 듬성듬성 손을 봐 줬었다. 그러면서 진짜로 사과가 열릴까? 처음 핀 꽃인데 첫 열매가 열리면 기분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과나무에는 열 댓 개의 사과가 자라고 있었다. 약을 치지 않아도 잘 자라주었고, 어느 날 가까이서 봤더니 벌써 아이들 주먹만큼 커져 있었다. 첫 열매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행복이었다. 첫 열매, 첫 것, 처음……. 언제나 처음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하찮은 조직이라도 첫 리더는 기록에 남아서 행사 때마다 동행하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사과가 중학생인 준열이의 주먹만큼 커졌을 때, 잘 익으면 우리 자오쉼터에 봉사오신 분들과 함께 조촐한 행복 잔치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를 타려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사과나무를 보니 허전하다. 뭔가 이상했다. 사과나무에 가보니 자리에 서서 따기 좋은 장소에 열려 있던 사과가 모두 없어져 버렸다. 경사진 곳에서 따기 힘든 사과 몇 개만 남겨 놓고 누군가 잠시의 풍요를 누렸는가 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서운하고 화도 나고 그랬다. 따 가려면 사과가 잘 익었을 때 따 가면 먹기도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따가서 풋내만 난다고 버리지는 않았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어릴 때가 생각난다. 마을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집이 있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먹을 만하게 자라면 친구들과 감서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주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감나무 하나에 500개 이상 열렸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을까? 그 때 난 서리한 감을 어떻게 했었지? 훔친 감이 맛있었든가? 내 기억으론 주인에게 들켜서 친구들이랑 발가벗고 손들고 있다가 떫은 감을 억지로 먹었던 것만 생각난다.
훔친 사과가 맛있을까? 남의 손에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내 것이 아니기에 더 그러지 않을까? 내 속에 있는 욕심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암직도하고 먹음직도 한 이 세상의 선악과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선악과에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나에게 좋은 편을 택하라는 격려를 보낸다.
2006. 8. 28
양미동(나눔)
첫댓글 감동 글 감사합니다.
감동과 교훈 글 감사합니다.
감동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교훈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