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사
복음 : 루카 복음 12장 32-48절
오늘 복음에 나오는 ‘집사’라는 용어는 복음서 저자들 가운데에서 오직 루카만이 사용하는 것으로서,
같은 루카 복음 안의 ‘약은 집사의 비유’(루카 16,1-8)에서 다시 언급됩니다.
이 집사의 특징은 그 일을 영리하게 처리하고(루카 16,8) 주인께 충실하고 슬기롭다는 것입니다(루카 12,42).
사실 복음에 앞서 읽게 되는 오늘의 제1독서는 구약 성경의 지혜서입니다.
구약의 지혜문학에서 강조하는 지혜는 다름 아닌 ‘주님을 경외함’(집회 1,11-21) 이지요.
그런데 일반 세상에서 말하는 집사의 주업무인 ‘관리’라는 말도 슬기, 지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관리를 뜻하는 ‘management’는 인간man이 나이age 들수록 만들어지는 것ment입니다.
결국 인간이 나이 들어 생기는 것이 슬기, 지혜인데 이것이 올바른 것이 되려면
‘하느님 계심을 알고 이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바오로 사도는 이 지혜로움, 슬기로움을 간직한 집사를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1코린 4,1)이라 하고,
그런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실함”(1코린 4,2)이라고 강조합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었던 선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입추立秋가 며칠 전이었습니다.
내일이 비록 말복末伏이지만 성실히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슬기로운 집사로서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영리하게 처리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힘차게 일어나 갑시다(요한 14,31).
박기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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