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자주 소주를 마셨다. 저녁밥을 먹으며 반주를 즐겼던 것. 한 번에 반 병씩만 마셨다. 그러니 집 냉장고에는 늘 열지 않은 소주가 있거나 반 정도 남은 소주가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남은 소주를 잘 보관하는 데에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처음 따개로 병뚜껑을 열 때 최대한 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다시 꼭 닫아둘 수 있으니까. 소주 맛을 알기도 전에 나는 이 기술 아닌 기술을 먼저 터득했다. 하지만 그날은 어쩐지 아버지가 소주 한 병을 빠르게 비웠다. 아직 냉기가 남아 있는 소주병의 겉면에는 눈물 같은 물방울이 미끄러져 내렸다.
〈박준 시인〉
Bagatelle No.3: Dreaming Tears in a Crystal Cage · Ezio Bo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