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에게 BTS는? 시대를 함께 견디는 동반자이자 멘토"
BTS 팬덤 분석한 책 'BTS와 아미컬쳐' 출간
ARMY, '사랑스러운 청춘의 대변자' 뜻도 담겨
아미 숫자, 전 세계에 1000만 명 정도로 추산
40대 중년들도 20대 중반 BTS에게 '존경심' 느껴
비주류로 출발해 차별 뚫고 나가는 과정에 공감
계급, 성정체성 등 정치적인 메시지도 많이 던져
자선활동, 선거독려, 시위 등 직접 행동 이끌어내
여성 차별 심한 사우디에서 공연, 상징적인 결정
[CBS 시사자키 제작진]
카페회원들의 안전을 위해 iframe 태그를 제한 하였습니다.
관련공지보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지행 (문화연구자)
◇ 정관용> 방탄소년단, BTS의 'Young Forever'라고 하는 곡 함께 지금 잠깐 들으셨습니다. BTS 정말 세계적 현상이죠. 그런데 그 배경 그리고 그와 한 몸이 되어 있는 팬덤 ‘아미’ 여러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근에 바로 방탄 현상과 아미를 집중 분석한 비평서가 한 권 출간됐어요. 제목이 'BTS와 아미컬처'입니다. 이 책을 쓰신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지행>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 박사님도 아미세요?
◆ 이지행> (웃음)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미, ARMY 군대. 누가 붙인 이름이에요?
◆ 이지행> 그렇게 군대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사실은 이게 ‘Adorable RepresentativeMC for Youth’ 라는.
◇ 정관용> 무슨 뜻이에요?
◆ 이지행> ‘사랑스러운 청춘의 대변자’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 정관용> 사랑스러운 청춘의 대변자. 이게 누가 만든 말이에요?
◆ 이지행> 이 팬덤 네임은 팬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해서.
◇ 정관용> 공모했어요?
◆ 이지행> 처음에 이렇게 만들어진 거고요. 거기에 이제 아미라는 게 결국에는 방탄 조끼와 함께 간다라는 중의적 의미가 같이 포함돼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공모했을 때 팬들 속에서 이번에 우리 이름을 아미로 합시다라고 이제 누가 제안했다는 거잖아요.
◆ 이지행> 그렇죠.
◇ 정관용> 그 제안할 때는 군대라는 뜻의 아미였어요? 아니면 그 사랑스러운 청춘의 대변자라는 뜻의 아미였어요?
◆ 이지행> (웃음) 제가 그때는 팬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같이 중의적 의미를 가져가서 써보자라는 얘기가 나중에 결론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아미 내에서도 아미의 원리에 대해서 서로 논쟁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군대로 시작했다, 아니다 이런.
◆ 이지행> 그렇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의미를 다 보여줄 수 있다면 좋다 그런 식이죠.
◇ 정관용> 지금 세계적으로 몇 명쯤 되죠?
◆ 이지행> 정확한 데이터는 아마 기획사만 가지고 있을 텐데요. 유추를 해 볼 수 있는 건 트위터 같은 경우에 팔로우가 한 2100만 명 정도가 되고 또 공식 팬클럽, 팬카페의 인원은 지금 한 150만 명 정도가 되는데 사실 공식 팬카페 같은 것은 외국인 팬들이 좀 시스템 때문에 사용이 불편해서 잘 안 오기 때문에 글쎄요. 한 중간 1000만 명.
◇ 정관용> 2100만과 150만의 중간.
◆ 이지행> 한 1000만 명 정도는 되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한번 생각해 봅니다.
◇ 정관용> 지금까지 다른 가수,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팬덤 현상이 있었잖아요. 그것과 아미의 결정적 차이는 뭐라고 보세요?
◆ 이지행> 글쎄 팬이라는 게 어떤 애호의 대상이 돼서 되게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보통 거기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아미한테 방탄소년단이라는 대상이 일종의 멘토 같은 느낌으로 자리 잡은 기분이 듭니다.
◇ 정관용> 멘토?
◆ 이지행> 네. 이 친구들의 가사라든지 아니면 행보 이런 걸 통해서 긍정 혹은 삶에 대한 어떤 메시지 같은 걸 받고 이걸 더 넓은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조금 확장시키면서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그런 느낌이죠.
◇ 정관용> 방탄이 몇 명이죠?
◆ 이지행> 7명입니다.
◇ 정관용> 몇 살이죠, 평균 나이가?
◆ 이지행> 평균 나이가 한 스물 대여섯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아미들은 나이대도 많잖아요.
◆ 이지행> 보통 이 아이돌 팬덤이라고 하면 10대 소녀들이 위주가 되는데 방탄소년단에 와서 팬덤의 인구 통계학적인 분포가 굉장히 넓어졌다고 느낌이 들어서요.
◇ 정관용> 넓어졌죠, 그렇죠.
◆ 이지행> 포털의 방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시면 거의 40대 여성이 1위일 정도로 중장년층 여성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많고 또 남성팬이 유독 많다는 특징도 있고요.
◇ 정관용> 중장년층 여성 그리고 남성들이 20대 중반의 이들을 멘토로 섬긴다. 이게 특징이로군요.
◆ 이지행> 제 개인적인 경험을 되돌이켜 봐도 저도 이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약간 존경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 정관용> 이 박사님이? 40대이시죠?
◆ 이지행> 그렇죠. (웃음) 존경은 사실 나이와 관계없이 뭔가 자기에게 흩뿌려지는 어떤 거니까요.
◇ 정관용> 그러니까 뭔가 그냥 단지 노래나 춤이 멋지다, 외모가 예쁘다가 아니라 뭐가 있다 이거군요.
◆ 이지행> 그렇죠.
◇ 정관용> 뭔가 깊은 공감대. 그 뭐가 뭐죠?
◆ 이지행> 사실 전 세계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어떤 가치가 뭐냐고 물으면 아미들이 대답하는 게 방탄소년단의 언더독(underdog)성에 대해서 얘기를 해요. 언더독이라는 게 사실은 권력이나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고 경쟁구도에서 좀 아래에 자리한 그런 사람을 뜻하잖아요.
◇ 정관용> 세계 1등인데 무슨 아래에 자리했다는 거예요?
◆ 이지행> 그렇게 출발했죠.
◇ 정관용> 출발은 그랬죠.
◆ 이지행> 일단 출발을 그렇게 했고 지금까지도 해외에서는 여전히 서구 중심적인 헤게모니에서 보이 밴드다. 그리고 아시안이다, 비영어권이다. 그리고 이들의 남성성이 주류의 어떤 남성성과는 좀 차이가 있다. 이런 것들로 굉장히 차별과 어떤 그런 대우들을 많이 받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이들이 이 언더독을 뚫고 나가는 것에 대한 공감이 있는 거죠.
지난 4월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가수 방탄소년단(BTS)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soul: Persona)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앞에 세계 각국의 팬들이 모여 있다. (사진=이한형기자)
◇ 정관용> 빌보드 1등 막 이런 걸 하는데도 아직도 차별을 당해요?
◆ 이지행> 최근에도 굉장히 유명한 시상식에서 이들이 충분히 메인 부문의 수상 후보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들에게 그 후보를 주지 않으려고 케이팝이라는 카테고리를 아예 새로 만들어버린 일이 있었어요, 최근에. 그런 걸 전 세계 팬들이 분노하면서 이게 지금 서구 언론에 굉장히 크게 대서특필이 되고 있죠.
◇ 정관용> 어떤 상인데요?
◆ 이지행> MTV에서 하는 비디오뮤직 어워즈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거기에 없던 케이팝 부분을 만들었다고요?
◆ 이지행> 새로 만들었습니다.
◇ 정관용> 아직 철회 안 됐어요?
◆ 이지행> 네.
◇ 정관용> 그냥 밀고 계속 가고 있어요?
◆ 이지행> 글쎄 철회가 되면 좋겠지만 지금은 굉장히 공격을 받고 있죠,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 정관용> 그러면 이걸 철회하고 메인 분야에 BTS 1등 이렇게 줘야 하는 게 옳은데 케이팝 분야 1등 주면 BTS가 거부하나요, 어떻게 되나요?
◆ 이지행> 글쎄 거부야 하겠습니까마는 왜냐하면 메인 부문에 오른 후보들과 올해 BTS가 이룬 어떤 성과들이 거의 BTS가 더 월등한 수준들이 많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지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팝은 우리의 메인에 들어올 수 없다라는 아직 그러한 어떤 헤게모니적 인식이 있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 차별이 있군요, 아직도.
◆ 이지행> 굉장히 많습니다.
◇ 정관용> 아직도.
◆ 이지행> 그래서 팬들이 사실 그런 차별에 대한 어떤 반대 담론 같은 걸 만들면서 미디어와 싸우고 있는 중이죠.
◇ 정관용> 그런 여러 의미에서의 비주류를 극복하고 톱까지 갔는데도 여전히 그런 차별을 받는. 그런 그 성장 서사 자체가 매우 정치적, 사회적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거네요.
◆ 이지행> 그렇죠.
◇ 정관용> 그걸 팬들, 아미들은 다 읽고 있는 거고 그것 때문에 좋아하는 거고.
◆ 이지행> 그것이 더 많은 감동을 주는 포인트라고 할 수가 있고 또 특히 그런 어떤 차별 내지는 배제에 시달리면서도 이들이 뭔가 본질을 잃지 않는 굉장히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감동으로 팬들에게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른바 소셜테이너가 우리나라도 여럿 있지만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는 굉장히 많았고 지금도 많잖아요.
◆ 이지행> 그렇죠.
◇ 정관용> 역사도 오래됐고. 그런데 그들처럼 BTS가 정치, 사회적 발언을 막 한 건 아니잖아요.
◆ 이지행> 이 정치를 뭔가 현실 정치라는 좁은 영역 너머에 있는 것들은 뭔가 자기의 삶을 규정하는 조건이라든지 구조 그런 것에 대해서 좀 변혁하고 싶다라는 의지를 개인들이 가져내는 게 또 일종의 정치라고 보면 방탄소년단을 비정치적이라고만 볼 수가 없는 게 그들의 많은 메시지와 가사들이 굉장히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 정관용> 예를 들면 어떤 거죠?
◆ 이지행> 초창기에 학교 시리즈나 청춘 시리즈 같은 노래들의 어떤 가사를 보면 이를테면 쩔어'라는 노래에서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리를 싹 주식처럼 매도해’라는 매도라는 게 여기에서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죠. 주식을 매도하는 것처럼. 그리고 '뱁새'라는 노래에서는 나는 뱁새다리고 너는 황새다리고 애초에 출발이 다른데 똑같은 초원임은 괜찮다고 어떻게 같이 경쟁을 하려고 하느냐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 정관용> 금수저, 흙수저 얘기 이미 다 깔고.
◆ 이지행> 그렇죠. 또 어떤 노래에서는 21세기 계급은 있는 자와 없는 자 딱 반, 딱 2개로 나뉜다 이런 얘기를 되게 직설적으로 뿜어내는 가사를 쓰기도 했고요.
◇ 정관용> 즉 발언이 아니라 노래와 메시지 속에 이미 그런 게 다 들어가 있다.
◆ 이지행> 그렇죠. 그 노래와 메시지가 또 이들의 평소의 발언으로 더 강화가 되는 측면도 있고요.
◇ 정관용> 평소 발언도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나요?
◆ 이지행> 그런 어떤 현실 정치 영역에서 바로 통용될 만한 이야기들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면 예전에 빌보드에서 한번 이 친구들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뭔가 LGBTQ 커뮤니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 정관용> 그게 뭐죠?
◆ 이지행> 동성애라든지 아니면 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그런 커뮤니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을 때 굉장히 그 멤버들이 사랑은 그리고 사람은 다 같은 것이다. 차별할 이유가 없다라는 얘기들을 사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아이돌이 입에 바로 담기에는 조금 어려운 수준의 이야기들을 굉장히 당당하게 말하고 있기도 하죠.
◇ 정관용> 그런 대목에서는 좀 과감히 진보적이군요.
◆ 이지행> 그렇죠. 그런 면들을 또 외국 팬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방탄이 사는 걸 보면 나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을 하는 팬들이 그렇게 많다면서요.
◆ 이지행> 네, 그러니까 이런 말들을 해요. 가만히 앉아 있던 나를 일어서게 하고 뭔가 활동하게 하고 뭔가 나뿐만 아니라 내 이웃 그리고 세계를 위해서 혹은 내 외부를 위해서 뭔가 좀 더 노력하고 싶게 만든다. 부끄럽게 만든다라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팬들이.
◇ 정관용> 거의 의식화의 주범인데요, BTS가. 그렇죠?
◆ 이지행> (웃음) 그런 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영향을 받고 가만히 거기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거기에서 출발해서 뭔가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에서 일종의 정동이랄까요. 그러니까 정서를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움직이게 만드는 힘. 그래서 무브먼트라는 표현을 합니다.
◇ 정관용> 그래서 실제로 그런 행동으로 옮겨진 사례가 있나요?
◆ 이지행> 팬들이 자발적으로 굉장히 상시적으로 하는 자선활동들이 있고.
◇ 정관용> 자선.
◆ 이지행> 자선활동들이 있고.
◇ 정관용>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어떤?
◆ 이지행> 정기 자선단체가 있어요, 아미에는. 그러니까 이 자선단체 이름이 One InAn Army 라고 우리는 모두 아미들 중의 한 명이다. 그래서 이들의 슬로건이 'BigFandom, Big Difference'예요. 팬덤이 크기 때문에 우리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이제 매달 되게 작은 나라들의 작은 단체들을 찾아서 자선을 하고 있는데요.
◇ 정관용> 기부금을 내는 거예요?
◆ 이지행> 그렇죠. 전 세계 아미들을 대상으로 그 단체에 직접 기부를 하도록 유도를 하고.
◇ 정관용> 그런데 그 단체가 작은 나라의 작은 단체?
◆ 이지행> 많은 어떤 모금을 모으는 그런 단체가 아니라 그리고 과거에 보고서라든지 이런 걸 쭉 살펴보고 믿을 만한 곳을 고르는 거죠. 아무래도 아미의 돈이 들어가는 거니까. 그리고 또 어떤 경우가 있었냐 하면 방탄이 하는 말 중에 ‘Speak Yourself’ 라는 너 자신을 말하라, UN에서 했던 연설 중의 한 대목이기도 한데요. 그것을 이용해서 미국 같은 경우에 선거 때 선거에 참여하는 걸 독려하는 것으로 아미 팬덤 내에서 SpeakYourself를 이용했던 적도 있고요. 그리고 재미있는 얘기지만 반정부시위, 해외에서 내지는 환경시위를 할 때 방탄의 슬로건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Not Today'같은 노래에서 세계의 모든 언더독들은 일어나서 오늘 싸워라. 이런 어떤 메시지들이 슬로건으로 분명하기도 하죠.
이지행 문화연구자/도서 <BTS와 아미컬처> 저자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네네... 놀라운데요. 저는 BTS와 방탄소년단이 세계 주류로 우뚝 서는 그 스토리 자체를 보면서 이, 우리 한국의 케이팝이라고 하는 것이 그냥 어떤 하나의 케이팝만의 어떤 장점. 이게 아니라 진짜 전 세계 모든 주류 음악을 석권할 수도 있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면에서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완전히 넘어서는데요, 지금 분석해 주신 팬덤 현상은.
◆ 이지행> 그렇죠. 대부분 한국의 팬들이나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문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케이팝이고 우리 것이 세계에서 1위를 하다니. 이런 것에 굉장히 감흥하시지만 사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팬덤을 모은 것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정서 같은 것들이 세계의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작용하는 지점이 되게 넓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 지점이 특히나 내용적으로 훌륭하다는 겁니다.
◆ 이지행> 그렇죠.
◇ 정관용> 비주류, 소외받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고 행동을 해서 평등을 향해서 나아가도록 하자.
◆ 이지행> 그렇죠. 그리고 지금 그 자체로도 괜찮으니 이 경쟁 사회에서 너무 숨도 못 쉬고 풍경도 목적지도 없이 그렇게 흘러갈 필요 없다라고 다독이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열광하는 거죠.
◇ 정관용>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콘서트를 연다고요, 곧?
◆ 이지행> 10월에 콘서트가 있습니다.
◇ 정관용>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자들이 이런 공연 보러 못 오는 나라 아니에요?
◆ 이지행>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스타디움의 입장이, 여성 입장이 불가했다라고 제가 알고 있는데 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합니다. 7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인데요. 굉장히 저는 개인적으로 감동을 했던 게 정말 남성 동반자 없이는 외출도 자유롭지 않을 만큼 보수적인 나라.
◇ 정관용> 얼마 전까지는 여자는 운전도 못했잖아요.
◆ 이지행> 그렇죠. 그것도 불과 작년에 그렇게 바뀐 건데 수많은 정말 방탄 팬들이 있거든요. 그 여성들이 이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서 굉장히 결단을 내리고 결심을 하고 집을 나서는 거잖아요. 남자 동반자 없이. 그러니까 그 수고와 결단이 되게 감동적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방탄의 모든 장벽이나 경계를 넘어서 너 자체로 괜찮으니까 용기를 내라라는 메시지의 약간 ‘현현’(Epiphany) 같은 느낌도 있어요.
◇ 정관용> BTS도 그런 걸 의도해서 사우디아라비아 공연을 정한 거 아닐까요?
◆ 이지행> 글쎄요. 제가 그 기획사의 마인드까지는 모르겠는데요. (웃음)
◇ 정관용> 아니, 지금 BTS를 전 세계에서 다 초청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하필 굳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지금 이 시점에 공연을 하느냐.
◆ 이지행> 일단 중동에 한 번도 공연이 없었고요, BTS가. 그런데 중동 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유럽 공연을 가보면 중동 팬들이 굉장히 많이 와요. 왜냐하면 공연을 안 하니까. 그래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단 움직인 거겠죠.
◇ 정관용> 그리고 이왕 그렇게 할 바에는 사우디 같은 곳에서 하면 상징성도 크겠다, 이런 것도 생겼겠군요.
◆ 이지행> 그렇겠죠. 부수적으로 그런 가치가 생겨났겠죠.
◇ 정관용> 지금 쭉 말씀해 주신 정치적, 사회적 의미 맥락에 그 아미 문화가 국내 팬들도 똑같습니까, 해외랑?
◆ 이지행> 국내 팬들도 글로벌 팬덤과 같은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 국내 팬덤에도 굉장히 장년 팬들이 많이 들어오고 인구 통계학적으로 굉장히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과거의 케이팝 팬덤과 똑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죠.
◇ 정관용> 이 책의 말미에 “유대가 상실된 시대에 혼자 감당해야 했던 불안과 우울을 아미들과 함께 견디고 있다는 동질감” 이런 표현이 있네요. 아주 기가 막힌 표현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이 팬덤 현상에 이런 게 들어 있다 이 말인 거죠?
도서 <BTS와 아미컬처> 이지행 지음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 이지행> 공연장에 가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그 공연장 안에 비단 방탄소년단과 자신, 개인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안에 모인 몇만 명의 사람들을 관통하는 어떤 ‘기’ 같은 걸 느꼈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공감대인 것 같은데 잠시 언어와 문화의 모든 장벽이 걷어진 것 같고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데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 정관용> 그런데 과거에 대중 연예인의 팬덤은 다른 팬그룹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고 풍선 색깔 가지고 난리를 치기도 하고 막 그랬잖아요. 그런데 이 아미는 그게 아니라 유대감이 없는 시대에 불안과 고통을 우리 아미와 함께한다. 우리 아미만 좋다가 아니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웃을 향해 세계를 향해 나의 외부를 향해 행동하게 만든다? 이건 정말 놀랍다는 거죠.
◆ 이지행>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BTS 그 7명이 갖고 있나요? 20대 중반의 그 청년들이?
◆ 이지행> 나이와 관계없이 제가 지켜본 바로는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아미라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웃음)
◆ 이지행> (웃음) 약간 그런 것도 없지 않습니다마는 객관적으로 봐도 이 친구들이 굉장히 자질이 남다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진짜요?
◆ 이지행> 네. 일단 굉장히 겸손하고 스스로를 성찰할 줄 아는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자기를 성찰하도록 내적 성숙의 공부 시간들을 좀 주고 있나요? 지금 세계적으로 너무 바빠서.
◆ 이지행> 저는 그것은 일종에 타고난다는 생각이 좀 있습니다. 타고나는 거고 그다음에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게 주변의 힘들도 있었겠죠.
◇ 정관용> 이런 우리 이 박사님 같은 그런 적극적 의미 부여와 해석이 또한 이들을 더 바르게 가도록 만들 수도 있겠죠.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 이지행> 그렇죠. 아미가 느끼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다시 방탄소년단에 투사되는 이런 상호 작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아니, 노파심에 그냥 거친 표현을 쓰면 아, 제발 이 친구들 사고 치지 말아야 할 텐데 이런 마음이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
◆ 이지행> 사고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저희의 어떤 상상을 뛰어넘는 그런 어떤 비사회적인 일로 입에 오르내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그래야죠. 이 사회에 더 선한 영향력 많이 끼치는 그러면서도 또 음악적 예술성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그런 현상으로 계속 발전해 갔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이러다 저도 아미가 되는 거 아닌가... (웃음)
◆ 이지행> 같이 하시죠. (웃음)
◇ 정관용> 'BTS와 아미컬처' 쓰신 문화연구자 이지행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지행> 감사합니다.
▶ 확 달라진 노컷뉴스
첫댓글 이런 내용들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팬이 되는 겁니다
오로지 금전과 물질적인 힘으로가 아닌 선한 세력들의 확장 ... 아주 바람직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