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단편] 숲속에서─

[모나미붓펜]

숲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빛, 어둠, 바람, 꽃, 산새, 노루, 부엉이, 아무것도 없는 그냥 숲이다. 그 사이를 걷다가 뻐근한 목을 톡톡 두드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람쥐라도 있다면 그것을 따라갈 수도 있을텐데. 이 나무만 빽빽한 숲은 재미없고 낯설고 조용하고 그저 쌀쌀하기만 하다.
땅을 밟아도 밟지 않는 느낌이다. 그냥 허공을 휘적거리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앞으로 걸어나간다.
목이 뻐근하다. 또 톡톡 두드린다. 저 멀리 새가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그곳으로 걸어간다. 더 추워진 듯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온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깜작인다.
새가 보인다. 분명 진짜 새였는데 지금 보니 작은 새모양 머리핀이다. 한참 고민하다 핀을 집어들었다. 푸른 새가 기분 나쁘게 빛난다.
그 빛에 곧 깨달았다. 난 파랑새 핀을 꽂은, 나무모양의 벽지를 바른 방에서, 목을 맨 한 소녀였다는 것을.


─2006. 9. 12. 火 모나미붓펜

[[백호교]이젠 내가 하늘을 만들겠어]

상당히 짧은 글인데 그대로 전율했습니다. 여전히 멋진 글이군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또 다시 죽음이란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 때로는 죽음과는 관련이 없는 글도 보고싶습니다만 건방진 리퀘스트일까요. 글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준후 조강지처]

진정한 단편입니다~ 단편의 의미를 잘 살리고 계시네요 어쩜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대단할뿐입니다 저도 배우고싶어요^ㅡ^

[사쿠_yuki]

짧은글임에 당황했지만 정말 더 당황스러웠던건 내용이었습니다.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