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호 월간조선
아웅산 폭발 테러 희생자 金在益 당시 경제수석비서관 부인의 심경
17명의 人材를 앗아간 테러사건은 가짜 金正日이 일으켰단 말인가.
金大中은 노벨상을 받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正義와 명예를 잃었다
李淳子(숙명여대 정보문헌학과 교수)
金正日을 본다는 이 고통…
1983년 10월9일, 내 남편 金在益(김재익․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全斗煥 대통령의 아세안 국가 순방에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중 미얀마(舊버마) 양곤(舊랑군)에서 북한이 획책한 테러사건인 아웅산 묘소에서의 폭발로 순직했다.
테러를 지시한 북한의 金正日은 지난 6월13일부터 15일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金大中과 수행원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사흘 내내 우리 언론가 방송으로부터 ‘인간적인’, ‘자상한’, ‘정중한’, ‘합리적인’, ‘겸손한’, ‘세련된’ 등의 修辭를 받았으며, ‘드디어 진짜모습’을 보게 됐다고 흥분하는 全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내 남편을 포함한 열일곱 분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은 ‘가짜’ 金正日에 의해 이루어진 사건이며, 그 5년 뒤 대한항공 858기의 폭파도 眞犯 없는 사건이 되어버린 셈인가.
남편을 잃고 슬픔과 증오를 감내하며 살아왔지만 내가 살아가는 사회가 방송과 언론에 휘둘리며 金正日을 ‘보기’ 시작하는 것만큼 참기 어려운 고통도 없을 성싶다.
23년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이들이 단 한순간 매스컴에 홀려 國家의 정체성도 잊어버린 채 인공기까지 내거는 모습에 교육자로서 자괴감을 피할 길이 없었다. 우리가 젊은이들을 이렇게 교육시켰나. 체제에 대한 분별력을 텔레비전 화면보다 약하게 심어 주었나….
남북관계란, 설사 나와 내 아이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근본적으로 한민족임을 부정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분단 기간만 55년이다. 그간 300만이 넘는 동족상잔과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던 武裝 도발의 主體가, 우리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체제를 유지하는 집단이, 더구나 단 한번도 우리를 國家로 인정하지 않은 채 ‘해방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아온 그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플라스틱 꽃다발을 흔들며 아무리 우리 대통령을 환호하더라도 작금의 변화는 너무나 갑작스럽다.
금붕어가 사는 어항 속 물을 바꾸어 줄 때에도 급작스런 변화는 금물인 법이다. 하물며 55년 동안 敵으로 살아왔고 실제 그 틈바귀에서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거나 납치당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며,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금 내며 토끼처럼 살아왔는데 남과 북 상호간의 차이를 완충과정 하나 없이 이럴 수도 있는 것일까.
金大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국회의원 선거 사흘 전에 불쑥 발표하더니 무엇을 어떻게 합의하고 오겠다는 對국민 합의조차 거치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올라갔다. 그리고 연 사흘 동안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전체 주민의 10%도 안되는 핵심계층-그들끼리만 모여 사는 성곽 같은 평양에서 세트처럼 지어진 궁전과 기네스북에 오를 3000만 권이 소장된 金日成대학 도서관과 이해하기 힘든 컴퓨터 신기술에 홀려야 했다. 金正日이 金대통령을 上席에 앉도록 배려했다며 ‘감격스럽다’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손님이 上席인 것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예의이지 그게 왜 감격할 일인가.
도대체 우리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북한당국에 무엇을 빚지고 애걸했기에 金正日은 “염려 마시오. 잘 해드릴 테니”라고 하는 것일까. 한술 더 떠 전직 대통령들은 이를 보며 부러워만 한다.
是와 非를 분별하지 못하는 언론과 지도자가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방어에 실패할 것이다
가슴이 떨리는 걸 주체할 수가 없다.
西獨도 통일을 위해 몇 십 년씩 국민들을 단련시키며 준비했고 그럼에도 통일 후에 그 고생을 했는데, 우린 사흘간 頂上회담을 하면서 준비 대신 선동으로 남북통일을 다 해버렸다. 감정적으로만.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을 어떻게 막아줄 것인가. 절대적인 기준과 특수 상황에서의 事情을 구별할 능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反共은 ‘나쁜 것’, ‘反통일적인 것’으로, ‘金正日은 좋은 사람’으로 인식시켜 주는 우리 어른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북 頂上이 모여 ‘자주적’으로 통일을 하자고 발표를 했다. 일반론적으로는 이 말이 지극히 당연하지만, 우리는 특수상황임을 분별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곳곳에서 분별력이 약한 학생들이 목청을 모아 ‘미군 척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언론들은 분별력을 잃었다. 개인이 분별력이 없으면 자기 방어를 못한다.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是와 非를 분별하지 못하는 언론과 지도자가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방어에 실패할 것이다.
金대통령 개인의 소원은 성취했을지 몰라도…
평소에 나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개방적인 사고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단 한번도 나 자신이 보수적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요즘 언론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이제 保守요, 極右가 되어 버렸다.
가족도, 집단도, 국가도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경륜을 많이 쌓은 노인이, 기성세대가, 保守 세력이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나라를 보면 이 시대의 노인들은 시대를 뒤쫓는다고 젊은이들과 함께 놀아난다. 이 흔들리는 시대의 중심을 잡아 줄 保守t 세력은 어디로 간 것일까.
金大中 대통령은 남달리 고난을 많이 겪으며 평생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한 분이다. 金대툥령은 이번 정상회담이란 도박에서 노벨 평화상을 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 국민의 資産중 祖國, 反共, 愛國, 忠誠, 名譽, 正義, 勇氣, 自由를 잃고 돌아온 것은 아닐까.
金大中 대통령 개인의 소원은 성취했을지 몰라도 우린 그만큼 불행한 국민이 될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내 주위 교직에 몸담고 있는 동료들은 더 이상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大韓民國, 네 나라를 위해 훌륭한 사람이 돼 달라고 말할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당한 사람은, 본질을 아는 사람은 “그게 아닌데…”라고 말하고 싶지만, 大衆이 眞理라고 우기면 眞理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후국 보훈의 달, 동작동 국립묘지에 누워 있는 내 남편의 묘 앞에서 이제 나는 희망은 보이지 않고 분노감에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됐다.
첫댓글 가슴 밑바닥의 피절규에서 나온 --17명의 人材를 앗아간 테러사건은 가짜 金正日이 일으켰단 말인가. 金大中은 노벨상을 받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正義와 명예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