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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새벽. 3시 41분경. 뉴스에서는 한 남자 아나운서가 침착한 목소리로 속보를 얘기한다.
「역대 최대의 희생자를 만들어 낸, 사형수 정윤호가 오늘 오전 2시 37분경, 수감되었었던 영송교도소에서
탈옥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사형수 정윤호는 이후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며
…」
최대. 역대 최대의 희생자들을 낳게한 살인마 정윤호가 탈옥했다. 2년 동안 잠잠했던 대한민국이 들썩이게 생겼다.
거의 모두가 잠든 새벽. 거대한 저택에서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 검은 수트 차림의 건장한 남자가 윤기나는
세단을 몰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그 날이 왔으니.
골목에서는 한 남자가 위태롭게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온 몸에 난 상처가 차가운 공기에 맞닿아서 더욱 쓰리다.
미간을 찡그리던 남자는 곧 며칠 전 온 비로 인해 만들어진 물웅덩이 위에 쓰러졌다. 얼마 후, 검정색 세단이 미끄
러지듯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쓰러진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눈을 뜨니 익숙한 방이다. 곁에선 몇몇 건장한 사내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가는 눈을 뜨는 남자를 보고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 중에는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는 눈물을 찍어대는 사내도 있었다. 피식. 변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남자가 웃었다.
"역시.제이님이십니다."
역시. 역시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참 맞는 단어인 듯 하다. 역시라는 말이 싫지는 않은 듯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남자는 몸을 일으켰다. 수하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들이키며 아. 이것이 꿈이 아니구나.라고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윤호였다. 얼마만인가. 이 곳에 온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 몇 안되지만 자신을 위해 양아치짓까지 불사하는
조직원들 중 몇몇의 이름을 거론하며 수고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푸른 색 시트를 걷어올리고 침대에서
내려섰다. 이제. 자유가 된 것이다.
"저기...밥이 다 되었...설마..제이님?!!"
처음보지만 낯설지 않은 사내의 등장에 눈쌀이 절로 찌푸려진다. 휙하고 수혁을 돌아보자, 수혁이 머뭇거리며
새로 들어온 신참인데 그 녀석 정말 착실한 새끼라고 변명을 한다. 그래도 허락없이 들어온 이 조직원이 썩 달갑지
않다. 이름, 뭔가. 하는데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만 재중이요. 김재중. 한다. 낭랑하면서도 안정적인
음성이 듣기가 편하다. 하지만, 너무 여리여리 한 것이 이 곳에는 영 맞지가 않다. 하지만... 윤호는 풀어졌던
얼굴을 다시 굳혔다.
"노크. 앞으론 해라."
"앗, 예!! 저기. 식사들 하세요!"
식탁에 앉으니까 아침치고는 꽤 근사한 식단이 눈에 들어온다. 계란말이를 입에 넣자 사르르하고 녹는 것이 매우
맛있어서는 잘 안 먹던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한 공기를 비워내고 말았다. 재중은 싱긋 웃으며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는 잘 드시네요. 한다. 그것이 또 맘에 안들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는 윤호다.
탈옥한 지 몇 일이 흘렀다. 이제 윤호의 가정부라도 되는 양 졸졸 따라다니며 챙겨대는 재중이다. 그걸 참다못한
윤호가 너! 하고 재중을 부르자 휴우. 목소리 듣기 힘드네요.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처음 오셨을 때 하신 노크
하라는 말이었어요. 모르셨죠? 한다. 이거이거. 보통내기가 아니라 생각된다. 자신 앞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덩치를 가진 사내도 말 한 번 꺼내기 힘들어 하는데, 한 방이면 가버릴 이 눈 앞의 여리여리한 놈은 잘도 자신을
주무르듯 갖고 노는 듯하다.
"말이 무지 없으시네요. 제이님. 답답하시겠다."
"말. 아껴. 쓸모없는 거니까."
피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서는 윤호의 방을 나가려는 재중을 '야'하고 부르는 윤호이다. 다시 그 축처졌던
눈이 동그랗게 되서는 귀에 달린 은색 십자가 귀걸이를 달랑대며 네? 하고 뒤돌아 보는 재중이다. 다신 이 곳에
출입하지 않도록 해. 너같은 신참이 멋대로 드나들 곳이 아니야.한다. 이 허옇게 둥둥 떠 다니는 얼굴이 풀죽은
표정으로 끄덕끄덕한다. 그 표정을 본 윤호는 조금 시원하지만서도 깔깔한 것이 영 기분이 희안한 게 안 좋다.
재중이 나가고 나서 수혁이 노크를 하더니 제이님. 수혁입니다. 한다. 그리고는 들어오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꾸만 살살 윤호의 눈치를 살핀다.
"왜."
"저...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제이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어떻게 하실 건지.."
"피를 보고싶나."
"......."
"김재중. 어디서 굴러왔어."
생글생글 항상 웃는 녀석이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 왜 있어. 하얗고 예쁜 손에 총 한 번 쥐어보지 못했을 아이가.
그 하얀 웃음이 자꾸 머릿 속을 조여온다. 정신을 헤집어 놓아. '그 새끼, 정체가 뭐야.' 윤호는 끊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수혁이 머뭇대다가는, 몸을 굴리던 녀석이라 말한다. 인상이 찡그려진다. 반도 다 안 태운 담배를
비벼 끄고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몸을 굴린 더러운 몸으로 나를 속이고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깨끗한 몸이라 직접적으로 말하지도 않았고 물어본 적도 없었지만 왠지 속은 기분이 들어 기분이 더럽다.
실내용 슬리퍼를 지익- 지익- 끌어 부엌으로가 냉장고에서 주스통을 꺼내 통째로 꿀꺽꿀꺽 들이킨다.
달고 신 액체가 몸을 시원하게 마비시킨다. 김재중 호출. 중저음의 목소리가 거실을 울린다. 수혁을 내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급히 온 듯한 재중이 헥헥대며 이마의 땀을 닦더니 샐쭉 웃는다. 저 미소. 마치 자기는 깨끗
하다는 양. 목이 조이는 느낌이 든다. 타이를 풀러서 던지고 재중의 멱살을 잡았다. 하얀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게
더욱 화가 나서 더 세게 쥐었다. 켁켁대며 버둥대는 것이 심기를 더욱 건드린다. 거실 위로 세게 내팽겨치자
으윽,하고 재중이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키려한다. 윤호는 무표정으로 다시 재중을 넘어뜨린 뒤 그 위로 올라탔다.
"제이. 제이님! 윽.. 도대체 뭐, 뭐하시는 거에요!"
아무런 대답도 않고 상의를 거칠게 찢어내자, 붉은 입술이 쉴 새 없이 빠르게 움직여 윤호를 제지하려 한다.
그것이 또 마음에 안 든 윤호가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살살 간지르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윽...하.....읏...제..제이님!"
공포에 질린 눈으로 윤호를 부른다. 한껏 색스러운 목소리로. 윤호는 개의치 않고 재중의 바지버클로 손을 가져갔다.
싫어! 하지마! 라는 재중의 음성에 그만 재중의 뺨을 내리쳐버렸다. 입가에 피가 배어나온다. 재중이 눈을 꼭
감고 윤호를 있는 힘껏 밀어낸다. 윤호가 쉽게 밀려나자 찢어진 옷가지로 상체를 가리고는 상처를 받은 눈길로
카펫을 응시하다가 몸을 일으키고 다물린 붉은 입술을 떼었다.
"제이님....도...제가..그렇게..보이시나요."
"...씨발."
"......."
"더러운 년."
"....적어도, 제이님은 그렇지 않으셨음...했는데."
"네가 해왔던 일을 시켜줬을 뿐이야. 더럽다. 꺼져."
재중이 고개를 수그리더니 옷가지를 챙기고 나가버렸다. 씨발. 욕이 절로 뱉어진다. 생각했던 것만큼 시원해지지
않는다. 아니. 더 무거워졌다. 그 작고 하얀 아이가. 그런 짓을 할 아이라고 생각되지 않지만. 수혁의 말이 머릿
속을 휘저어놓는다. 아무래도. 슬슬 활동을 시작해야겠다. 해이해져서 하찮은 것에도 눈이 가는 것일테니.
소파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았다.
.
.
.
"예.예."
"전갈 쪽부터 시작한다. 잘 들어. 모두 우리가 섭렵한다. 이것만을 명심해야 한다. 전갈만 잘 쑤시면 굳이
많은 시간과 피를 낭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은 금방 복구할 수 있다. 보안 철저하게 유지해. 쓸데없는
낭비는 곧 죽음이다. 아, 그리고."
"네."
"내 일은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 믿는다. 작전은 원래대로 한다. 이 모든 일들은 5일 내로 끝낸다. 대한민국
경찰. 우리한테는 별 것 아니잖아. 안 그런가?"
"맞습니다!!"
조직원들은 몸을 푸는 척하면서 웃는다. 오랜만이다. 이 세계는 곧 제이의 수중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 것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사실이다. 윤호도, 수혁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윤호의 눈에 두어 명이
안 보인다. 그리고, 구석에서 이야기를 듣던 하얀 아이도. 윤호의 표정이 굳는다. 갑자기 회의실 안이 숙연해진다.
너무도 조용한 침묵에 귀가 먹먹해져 온다.
".....안 보이는. 애들이 있다."
"금방 찾아오겠습니다."
"내가 한다. 너흰 여기 있어."
일어나려는 몇몇을 손짓으로 제지하고 회의실의 문을 나섰다. 15개의 문이 있다. 약간은 불안도 하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차례차례 열어제낀다. 차라리 눈에 띄지 말아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8번째 문을
열었을 때, 달뜬 숨소리와 더운 열기가 공간을 메운 것을 느꼈다. 조용히 들어선다. 살짝 보이는 방 안에,
하얗고 작은 몸뚱아리가 시커멓고 육중한 몸에 깔려서는 달콤하고 야한 소리를 내뱉으며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씨발.
"헉..헉.헉..오빠..라고 해봐..하악..읍..이쁜아."
"오...오빠...하윽.....악!...하..."
"아, 형님. 얼른. 얼른 끝내요. 미치겠응께."
뚝. 인내의 한계까지 도달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일을 치루고 있는 녀석의 목을 꽉 쥐고 들어올려 침대
모서리로 던져버렸다. 녀석의 머리가 모서리에 찧어서는 순식간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핏물이 줄줄 흐른다.
아무런 표정없이 침대에 누워서 붉은 흔적들을 달고 있는 하얀 놈을 일으켜 뺨을 세게 때리고 벌벌 떨고 있는
다른 놈을 들어 엎어쳤다. 하얀 놈은 전혀 두려워하고 있는 기색조차 보이질 않는다. 나체상태에서 두 까만 보석을
동그랗게 뜨고 덤덤히 윤호를 본다. 텅 비어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뺨을 다시 한 번 더 때린다.
짝 소리와 함께 빨갛게 부어오른 뺨이다. 그 뺨을 감싸쥐고 공허한 눈으로 올려다 본다.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보고싶었는데. 우는 거.
"옷. 입어."
"...왜 왔어요."
"입어."
"제이님이..나..그런 놈..취급했으니까..난 제 역할..한 것 뿐인데. 왜.. 저 사람들 저렇게..만들어요."
".....뭐?"
"제이님은, 뭐든지 원하는 대로 다하고 살아서 모르시겠지만, 나. 나...좋아서 몸 굴리고 다닌 거 아니에요.
그건 내 죄가 아니라구요. 근데 왜 당신은 절 죄인 취급하는 거에요? 당신이 여기 수장이면 수장이었지
왜 조직원 과거까지 들먹이면서 더럽다 뭐다 욕하는 거냐구요!!"
"미쳤냐.너."
"나랑 자고 싶어요?"
"입 다물어. 죽여버리기 전에. 옷 입고 나와."
8번 방을 나와 회의실로 향했다. 경직된 표정의 수혁과 조직원들이 윤호를 모두 바라본다. 가운데 자리에 앉고,
좌중을 훑더니 8번. 김재중 말고 두 새끼 끌고 와. 한다. 끄트머리에 앉은 두 명이 나가더니 얼마 후 그 둘을
끌고 온다.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윤호의 앞에서 무릎이 꿇린 둘의 몸이 벌벌 떨린다. 윤호의 입술이 열리고
낮은 목소리가 조용한 회의실에 울린다. 맛. 좋던가.
"제..제이님! 제발..용서해주십쇼!..살려주십쇼!!"
"어떻게, 된 일이지."
"고,고 년이! 저희를 꼬셨습니다! 잘해주겠다면서!..살려주십쇼!..제이님!...제..제이님!"
"하.아꼈는데."
"제이님!!!"
"왼쪽 엄지. 새끼 손가락. 오른쪽 검지 발가락."
"....제이님!!! 아..안됩니다! 제발!"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몰랐나."
"제이님!!!!!"
"시끄럽다.데려가."
가차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표본을 삼기 위해서라도 대가를 치뤄야한다.
하얀 놈은 더러운 몸이지만 자신의 수하이므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미간을 찡그린 채 유리컵에
있는 미지근한 물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쓰다. 맛이. 뭔지 모를 감정에 휩싸여서는 이 터져나오는 분노를
누르기가 버겁다. 거칠게 움켜잡은 컵을 벽에 던져버렸다. 그래도 억제되지 않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욕설을 작게 내뱉다가는 가죽의자에 걸쳐놓은 마이를 가지고 회의실을 나선다. 그 녀석.
그 녀석이 보고싶다.
안녕하세요~ 새얀입니다아,
'너도 웃어줄래' 어른이 되고 난 이후의 이야기는 원하시는 분이
다섯 분 이상 계시면 연재하도록 하고,
우선은 예전에 글을 써두었던 지독한, 때로는 달달한. 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ㅇ^
많은 격려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꺄!!!! 동픽이다!! 윤재!!! +ㅁ+ 업쪽부탁드립니다!!!
앗,넹^^! 코멘트감사합니다~~ 성실연재하겠습니다♡
아 진짜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업쪽요>_<
코멘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ㅠㅠㅠㅠ역시 윤재!!ㅠㅠㅠㅠ좋아요!
하핫, 윤재유수진리지요!! 코멘트 감사드려요^^
팬픽소설도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