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이 끝나자마자 이 사진이 SNS에 넘쳐났다. 파리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맞대결은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선수의 재회를 상징하는 2013년 스냅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순식간에 라이벌이 된 두 선수의 대결이다.
당시 12살이었던 두 소년은 라 리가가 주최한 스페인 최고 유소년 팀의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위해 그라나다를 방문했다. 결승전을 치르고 있었는데 킥오프 몇 분 전, 두 선수는 예상치 못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촬영한 Pepe Villoslada는 회상한다. "계획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 번은 결승전 전에 아이 둘을 모아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잠깐이었지만요. 두 아이 모두 놀란 표정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들이 누군지 몰랐어요. 당연히 그 아이들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줄은 몰랐죠."
이강인과 쿠보 타케후사는 스페인 최고의 클럽에서 뛰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서로의 길이 계속 엇갈릴 줄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부터 훈련을 재개하는 이강인이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재회한 것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쿠보는 "그 사진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아름다운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입니다. 당시에는 그를 전혀 몰랐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세요."라고 말한다.
두 선수는 스페인에서 아시아 축구의 선구자라는 지위를 통해 먼 거리에서 연결되었지만 오랫동안 서로 다른 커리어를 쌓았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이름을 알렸고, 쿠보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아카데미를 거쳐 2019년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쿠보는 치열한 경쟁에 밀려 마요르카로 임대되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2021년 여름이 되어서야 두 선수는 다시 한번 임대 생활을 하던 쿠보가 마요르카와 계약한 지 몇 주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팀의 스포츠 상황으로 서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가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마르카의 후안미 산체스 기자는 회상한다. "두 선수를 동시에 영입했을 때 서로 어울리지 못할 거로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자주 함께했습니다. 두 선수는 즐거운 선수였습니다. 두 선수는 성격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쿠보는 훨씬 더 내성적이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이강인도 마찬가지였죠. 두 선수는 라커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다음 시즌 쿠보가 레알 소시에다드로 떠나면서 두 선수의 길은 다시 갈라졌다. 하지만 두 선수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고, 이강인이 쿠보한테 파리 입단 축하 메시지를 받았을 때처럼 두 선수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정기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후안미 산체스는 말한다. "이강인은 지난 10년간 마요르카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쿠보보다 더 큰 족적을 남겼죠. 마요르카를 떠난 후에도 두 선수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경기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강인이 수요일 경기의 스코어보드에 이름을 올린다면, 따뜻한 재회와 함께 불멸의 순간을 남길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진이 탄생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