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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골목길에 수상한 트럭이... 저녁 준비를 할까 하던 오후 라인이 한 통 날라왔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카카오톡 보다 라인을 많이 사용한다) 이웃사촌인 나까무라상이다 우리 옆집의 오까야스상을 불러서 함께 자기집 주차장으로 오란다 무슨 일인지 모른체 옆집 오까야스 상 불러서 나가 보니 나까무라상 주차장에 트럭이 한 대 떡하니 서 있다 마에지아상네 트럭인데... 마을 원로인 마에지마 할아버지의 며느리인 에리꼬상이 자기집 트럭을 몰고 와 있다 에리꼬상은 이 지역 원로인 마에지마상의 종가집 며느리다 오래 전부터 살아오던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물론 비싼 땅을 많이 많이 가진(이 부분은 정말 부럽다...) 트럭에 다가가 보니 금방 밭에서 캐고 따온 야채들이 한가득이다 트럭으로 몰려온 사람들은 정말 정말 친하게 지내는 나까무라상 오까야스상 그리고 하따상과 나 트럭 주인인 에리꼬상 여자 다섯이 몰렸다 트럭에 있는 야채 맘껏 가져가란다 야채 파는 트럭이 아니라 공짜 야채 트럭이다 트럭 주변에 모인 여자 넷은 에리꼬상과도 친하게 지내지만 에리꼬상의 시아버지인 마에지마 할아버지와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마메지마 할아버지는 동네 원로라 마을 일에 깊이 관여하고 계시고 한 골목 사는 여자 넷은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지만 마을 어린이회 임원을 했던지라(외국인인 나도 임원을 했다) 마쯔리와 동네 일로 일 년을 함께 마을 일을 해서 동네 원로인 마에지마 할아버지와는 잘 지내고 또 친하게 지내는 터였다 타지에서 온 외지인이지만 마을 일에 열심히 하는 젊은 아줌마들을 동네 원로들은 귀여워 해 주신다 며느리인 에리꼬상은 자기는 시아버지 심부름 온거고 시아버지가 우리들에게 나눠 주라시며 밭에서 금방 따 오셨다고 한다 마에지마네 야채들은 금방 따서 신선하기도 하지만 무농약으로 할아버지가 키워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꼬불꼬불 이름 모르는 야채 속에서 생명체 몇 개가 꿈틀꿈틀 거리고 있다 잎이 달린 무우 일본 슈퍼에서 잎 달린 무루를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쁘게 이쁘게 정리되어 잎은 다 싹뚝 잘라서 무우를 파는 일본 슈퍼에서는 볼수도 맛 볼수도 없는 귀한 무우잎이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슈퍼에서 파는 것의 두 배는 더 큰 것 같다 양배추에 양상치에 이름도 모를 꼬불 꼬불 파마한 듯한 저 야채들... 네명의 여자가 한아름씩 안아다 집으로 나르고 또 한 번 한아름 안고도 트럭 위엔 야채가 남아있다 우린 식구가 적어서 하나씩만 가져왔는데 에리꼬상이 있을 때 가져가라며 또 한아름 안겨준다 우리 집으로 가져온 야채들이다 냉장고에도 다 안 들어갈 것 같고 얘네들을 어찌 처리 해야할 지 양상치는 볶음밥에 듬뿍 넣어서 먹을까? 무우는 뭘 하지... 없어도 고민이고 많아도 고민이다 야채를 집으로 날라다 놓고 에리꼬상 포함 여자 다섯이 다시 트럭 주변에 몰려 트럭을 에워싸고 수다가 시작되었다 한국 아줌마들 수다도 대단하지만 일본 아줌마 수다도 절대 지지 않는다 일본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조용조용하고 여성스러울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목소리도 크고 수다도 장난이 아니다 국적 불문하고 아줌마들은 다 통하는 것 같다 곧 저녁시간인데 트럭을 둘러 싼 여자들의 수다가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결국 가까운 시일내 런치라도 하자며 트럭을 둘러 싼 여자들의 모임이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니 테이블 가득 쌓인 야채들이 나를 기다린다 얘네들을 어찌할꼬..... |
원문 출처 : 미짱의 나여기에...
첫댓글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에 참 행복해지는 아침입니다
작은 선행과 작은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작은 노력의 결과가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도 우리의 삶속에서 작은 배려를 베풀다보면 결국 그 배려는
큰 기쁨으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ㅎㅎㅎ 한시간 이상을 수다 떨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런치하며 하자는 결론으로 ....
근데 사람들 정말 따뜻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