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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 CNS)
(신디 우든,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이 아프거나 너무 노쇠해서 교황직을 제대로 수행하기에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사퇴서를 써 놓았다고 공개하자 세계 각국에서 큰 뉴스가 됐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 신문 <ABC>와 한 이 인터뷰에서 과거 바오로 6세 교황(1963-78)도 비슷하게 사퇴서를 써 놓았었다고 밝혔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의 시성 청원인인 슬라보미르 오데르 몬시뇰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9년과 1994년에 자신이 불치병에 걸리거나 다른 여건 때문에 교황 직무를 완수할 수 없을 경우 사임한다는 사퇴서를 추기경단에 제출하려고 준비했던 편지들을 2010년에 출간했다.
바오로 6세나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럼에도 자신이 죽는 그날까지 교황직을 수행했으므로, 추기경단이나 교회법 학자들이 그러한 사퇴서의 조항을 누가 언제 어떻게 발동하는지 따져 봐야 할 상황은 오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퇴서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다만 그는 지난 12월 18일 자로 나온 <ABC> 인터뷰에서 그 사퇴서는 지난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 2013년에 당시 교황청 국무원총리이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퇴서는 지금은 베르토네 추기경 후임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게 인계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법에는 교황이 사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교황의 사퇴는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만 유효한데, 그 교황이 이미 (질병 등으로) 무능력한 상태에 처해 있다면 (그때 사퇴서를 쓰면) 그런 조건을 채운다고 확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에 거의 600년 만에 처음으로 교황직을 사퇴했을 때는 그러한 무능력 상태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가 사퇴를 발표하자 많은 신자가 마음속으로 궁금해 하고 의문을 품기는 했어도 말이다.
교회법에서는 그런 발표를 하는 절차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저 “혹시라도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 요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한테서도 수리될 필요는 없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교회법 332조 2항)
하지만 과거의 전례는 장차 어떤 교황이 온전히 건강한 상태에서 사퇴하고자 할 때 베네딕토 교황이 사퇴하면서 밝힌 이유와 비슷한 표현을 하게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들이 공식적으로 모인 자리에서 라틴어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행위의 중대성을 잘 인지하면서, 제가 지난 2005년 4월 19일에 (교황 선거에서) 추기경들에 의해 제게 맡겨진바 성 베드로의 계승자, 로마의 주교로서의 직무를 그만둠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2013년 2월 28일 20시부터 베드로좌, 로마주교좌는 공석이 되며,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교황 선거)가 소집 자격이 있는 이들에 의해 소집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자신의 개인 주치의인 레나토 부초네티 박사, 그리고 당시 교황청 국무원총리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과 바티칸 정원을 걷고 있다. 이 사진은 1999년 이전에 찍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자신이 불능 상태에 빠져 교황직 의무를 다할 수 없을 경우에 쓰일 사퇴서를 미리 써 둔 여러 교황 가운데 한 명이다. (사진 출처 = CNS)
또한, 요한 바오로 2세는 5년 사이를 두고 작성한 2개의 사퇴서에서 바오로 6세가 1965년 5월 2일 자로 작성했던 사퇴서를 언급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은 그 사퇴서에서 이렇게 썼다. “하느님 앞에 선 우리의 책임을 지각하고 존경심과 자비심을 온전히 느끼면서, 이는 우리를 성 가톨릭교회와 하나 되게 하는바, 세상에 복음을 실천할 우리의 사명을 잊지 않은 상태에서”.
“불치이거나 장기에 걸칠 것으로 믿어지는 쇠약 상태가 돼 우리가 우리의 사도적 직무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또는 또 다른 중대하고 장기에 걸친 장애 상태가 될 경우”. 바오로 6세는 자신이 “성스러운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는 물론 로마의 주교 자리 둘 다”의 직무를 그만둔다고 썼다.
요한 바오로 2세의 1994년 사퇴서는 오데르 몬시뇰이 낸 책에 실려 있다. 여기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어떤 교황이 자신이 (교회법상 주교의 은퇴 연령인) 75살 생일을 맞게 될 때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하고 기도했었다면서, 교황은 (75살이 되면) 자신이 “치유 불가능한 병에 걸리거나 장애 상태가 되어 베드로 계승자로서의 임무를 다할 수 없는” 때에 대비한 규정들을 만드는 것까지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1992년에 장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자기가 무능 상태가 되기 전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 종양 문제를 손수 해결해 주시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 종양은 양성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그 사퇴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저의 전임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저는 이미 치유 불가능한 것으로 상정되고 교황 직무의 기능을 수행함을 저해하는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성스럽고 교회법에 따른 로마 교황직을 그만두려는 저의 의지를 이미 서면으로 밝혀 놓았습니다.”
“이러한 여건들이 아니라면, 저는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저를 불러 맡긴 임무를, 그분의 섭리라는 신비한 계획안에서, 그분이 원하시는 한, 계속해서 완수해야 한다는 양심의 크나큰 의무감을 느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지난 2018년에 바오로 6세 교황의 사퇴서가 공개됐을 때 그가 보인 반응을 보면 그 또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만 하느님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사퇴서가 담긴 책에 직접 쓴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오로 6세 교황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대한 겸손하고도 예언자적인 증거함”을 보면서 “경외심”에 찼다고.
“바오로 6세는 자신에게 맡겨진 거대한 사명 앞에서, 수많은 항의에 마주하면서, 어지럽게 변하는 사회에 처해, 자신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교회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큰 병에 걸려 장애 상태가 된 교황은 교황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었다.”
기사 원문: https://catholicnews.com/a-modern-tradition-papal-letters-of-resignation-in-case-of-impair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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