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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스캔들
4.
"누나 밥 다 차렸는데 뭐해!"
"어? 아아, 미안미안"
한참을 멍하니 TV속에 담긴 남자를, 아니. 김산을 바라보던 담희.
도진은 밥을 차려놓고 거실로 나와 TV를 보는 담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입에 칫솔을 물고 서서 TV를 보고 있던 담희는 도진의 말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입안에서 칫솔을 빼고 미안하다고 말하곤 화장실로 향했다. 담희는 입을 헹구면서 머릿속에 맴도는 김산의 얼굴이 신경 쓰였다. 분명 어제 저녁 자신에게 우산 쥐어주고 간 사람이 맞는데 어째서 TV에 나오는 것인지 당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유명한 아이돌이 오지랖 넓게 남 일에 신경 쓰는 게 뭔가 우스웠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었어? 누나도 'AA'좋아해?"
"'AA'?"
"응, 누나가 아까 보고 있던 애들이 'AA'잖아. 데뷔한지 얼마 안 된 아이돌 그룹인데 여자애들이 엄청 좋아해."
"너희 학교 애들도 좋아해?"
"응, 학교에서 만날 걔네 이야기밖에 안 해."
"아아……."
담희는 도진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앉았는데, 평소와 같이 도진은 담희의 맞은편에 턱을 괴고 앉아서 이야기했다. 항상 담희가 밥을 혼자 먹게 될 때면 앞자리에 앉아서 말동무가 되어주는 도진이었기에, 담희는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도진과 이야기했다.
도진은 'AA'를 말하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이 학교에서 마음에 들어 하는 여학생 역시 'AA'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도진이 말이라도 걸어 보려 고하면 항상 피하면서 'AA'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이야기하는 그 여학생 때문에 도진은 'AA'가 무척이나 싫었다.
"여자애들은 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런 애들이 뭐가 좋다고."
"왜, 너도 여자 아이돌 그룹 좋아하잖아."
"그래도 난 그렇게 광적이지는 않다구."
"에이, 아닌거 같은데."
"아니야 진짜로! 그나저나, 평소에 아이돌에 관심 없더니 누나도 'AA'가 좋은 거야?"
"응? 아니, 아니야."
"음~ 누나야 말로 아닌거 같은데. 드디어 누나가 지원이형 이외의 남자에게 눈을 뜬것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도진의 말에 담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진은 항상 담희에게 활력소 같은 존재였다. 무슨 말을 하던 도진의 말은 다 듣기 좋았고, 마냥 귀여운 동생으로 느껴졌다. 그 덕에 담희는 퉁퉁 부은 자신의 눈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보같이 웃었다.
"아 오늘 완전 따분해."
"고삼이 따분하긴."
"공부에 찌들어 사는 내가 불쌍해. 그치 누나?"
"에, 오늘 왜 또 동정심을 사려고?"
"나 오늘만 쉬면 안 될까? 응응? 오늘 엄마아빠 늦게 들어오신 다구 했는데 나 독서실 갔다 왔다고 거짓말 쳐주라! 응?"
"음…….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공부해야지."
"제발! 응? 집에서 좀 쉬고 싶어서 그래~ 조금만 자구 일어나서 공부도 할께! 독서실 가기 싫어~"
도진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담희에게 말했다. 독서실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게 마치 어린아이 같았는데, 담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평소에 고3이라고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도진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이내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담희도 작년에 도진과 같은 생활을 해 와서 그 맘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서 그러라고 한 것이었다. 담희의 알겠다는 끄덕임에 도진은 신이 나서 싱글 벙글 이었는데, 담희는 별 것도 아닌 것에 좋아하는 도진을 보니 웃음이 터져버렸다.
항상 해맑은 도진을 볼 때면 담희는 자신도 그 점만큼은 닮고 싶었다.
"고마워 누나!"
"알았어. 좀 놔주지?"
"응응! 내가 설거지할게!"
"내가 할께 들어가서 쉬어."
깨끗이 비워진 밥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향하는 담희를 뒤에서 꼭 껴안으며 말하고는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는 도진. 좀 놔달라는 담희의 말에 곧 떨어졌지만 여전히 싱글벙글 인 도진은 설거지를 하겠다고했다. 그에, 담희는 들어가서 쉬라고 했고 도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고마워 누나! 나 조금만 자고 일어나서 공부할게!"
예쁘게 웃으며 말하고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담희는 그런 도진을 보다가 자신이 먹은 설거지를 했고 식탁도 깨끗이 정리했다.
사실 놀토인지라 늦잠을 자도 될 법한 도진이었는데, 아침 일찍 독서실에 가라고 깨운 엄마 덕에 일어났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나간 뒤에, 독서실에 가지 않고 TV를 보다가 담희를 깨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도진이 독서실을 가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집에 있으니까 하루만 푹 쉬고 싶은 생각에 담희에게 애교를 부리며 졸랐다. 그리고 그 애교는 정확히 통했고.
"아, 눈 아파."
부엌 정리를 다 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다가 다시 바르게 묶으며 중얼거리는 담희.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서 두 눈을 매만지다가 TV를 키고 볼만한 것이 있나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TV에서는 담희가 평소에 별로 즐겨 보지 않는 드라마들만 했고, 볼 만한 것이 없는 담희는 TV를 끄고 소파에 편히 누웠다.
문을 열어놔서인지, 빗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담희는 그 빗소리와 함께 눈을 감은 채 다시 잠에 빠졌다.
**
"♪♬"
담희가 잠에 빠진지 4시간 정도 지났을 때 쯤. 초인종 소리가 담희의 잠을 깨웠다. 담희는 대충 잡상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귀찮아서 일어나지 않고 초인종 소리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잠잠해지기는커녕 끊임없이 울렸다. 그 덕에 결국 소파에서 일어났고, 누군지 확인하려고 인터폰을 들려고 하는 순간 현관문에서부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담희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원이었다. 담희는 지난 삼년간 들어온 목소리기에 지원인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평소와 같은 그 목소리이기에. 다만, 평소와 다른 것은 담희의 마음이었다. 지원을 마주하기 싫었다. 그냥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도진에게 대신 나가서 잠자고 있다고 말해달라고 하려했는데, 도진의 방문을 여니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도진이 눈에 들어왔다. 차마 깨울 수 없게 만드는 그 모습에 담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담희야! 집에 있는 거 알아."
말없이 가만히 현관문 앞에 서있던 담희의 귓가에 계속 들려오는 지원의 목소리. 집에 있는 것을 안다는 지원의 말에, 담희는 또 지은이 쓸데없는 말을 한 것을 느꼈다.
사실 어제 전화통화 이후로 연락이 안됐던 담희가 걱정됐던 지원이었는데, 오늘 담희가 핸드폰을 꺼놓은 것을 알고 지은에게 무슨 일이 있나 물어봤다. 물론 지원이 탐탁지 않은 지은은 지원과의 통화에서도 쌀쌀 맞았고 담희에게 무슨 일이 있냐는 말에, 왜 전화기를 꺼놨냐는 물음에 '너 때문이야. 걱정되면 집이라도 찾아가던지.'라는 말만 하고 끊었다. 그 말에 지원은 지은과 전화를 끊자마자 담희의 집으로 향했는데, 담희가 왜 자신 때문에 그런지 전혀 몰랐다.
"아 ……."
담희는 멍하니 현관문 앞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지금은 정말 보기 싫은 지원인데, 문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또 마음을 약해지게 만들었다. 분명 아직도 어제 봤던 그 모습들이 생생한데, 지워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담희의 손을 현관문을 열었다.
"여기까지 웬일로……."
"담희야."
담희가 현관문을 열고 '여기까지 웬일로 왔냐고' 채 다 묻기 전에 지원이 담희의 손을 잡아당겨 꼭 껴안으며 나지막이 담희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나 익숙한 그 따뜻한 품에 모든 서러움과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듣기 좋은 그 목소리 또한,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지난 3년간 무슨 일이 있든 간에 항상 담희의 이름을 불러주며 꼭 껴안아주던 지원이었는데 담희는 그런 지원이 너무나 좋았다. 그 포근한 품은 항상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무슨 일 있어? 연락 안돼서 걱정했어."
지원의 부드러운 그 목소리에 담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제 다른 여자와 있던 것을 봤다고 차마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담희는 지원의 앞에만 서면, 이렇게 지원의 품에 안겨 있을 때면, 하려던 말을 모두 잊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응? 지은이 말로는 나 때문이라던데. 무슨 일이야?"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그냥 피곤해서 집에서 쉬었어."
"정말?"
"응, 정말."
"어디 아픈 건 아니고?"
"응, 아니야."
지원의 걱정 가득한 그 목소리엔 진심이 묻어나왔다. 거짓말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을 만큼.
담희는 지원의 품에 살짝 떨어지며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항상 변함없는 얼굴. 지원의 얼굴은 담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분명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던 것이 지원 때문이었는데 어째서 얼굴을 마주하면 이렇게 모든 것이다 풀려버리는지 담희는 알 수 없었다.
"다행이다."
지원이 예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담희는 한동안 말없이 지원을 바라보았는데, 언제 봐도 보기 좋은 지원의 미소는 담희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정말 바보같이 그 미소하나로, 그 따뜻한 품 하나로 미웠던 그 마음 모두가 사라졌다.
사실 담희는 지원이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들었을 때도, 당연히 지원의 여자 친구인지라 기분이 나빴지만 애써 티내지 않았다. 아니, 담희는 그냥 그렇게 화내지 않고, 자신이 참고 기다리면 지원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원은 지난 3년 동안 셀 수 없이 담희를 힘들게 했다. 담희를 힘들게 한 것이 지원이라고 해도, 힘들 때마다 와서 또 웃어 보이며 꼭 안아주는 것 또한 지원이었다. 그 때문에 담희는 지원을 쉽게 밀어내지 못했다. 정이 많은 성격 탓도 있지만, 담희는 지원과 만큼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관계였다.
"서 있지 말구 들어와."
지원을 바라보던 담희가 집으로 들어오라며 말했다. 그리고 익숙한 듯, 지원이 신발을 벗고 담희를 따라 집에 들어섰다. 지원은 담희의 집에 꽤나 자주 놀러오고는 해서 도진과 친할 뿐만 아니라, 담희의 부모님과도 잘 지내는 사이였다. 특히 부모님에게 잘 대하는 지원의 모습은 담희를 기분 좋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녁 먹었어?"
"아니, 아직~ 담희 너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었어. 담희 너는 먹었어?"
"아니, 피곤해서 계속 잤어."
"잘 됐다. 그럼 우리 맛있는 거 해 먹자."
보기 좋은 미소를 띠며 말하는 지원. 그런 지원의 말에 담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담희의 집에 와서 밥을 먹을 때면 담희의 옆에 꼭 붙어서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지원인데, 오늘 역시 담희의 옆에 꼭 붙어서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원은 담희가 느끼는 섭섭함과 서운함을 절대 말 할 수 없게 만드는 그 예쁜 미소를 지으며,
"담희 네가 먹고 싶은 거 말해봐. 오늘은 내가 해줄게."
아찔한 스캔들
5.
"형, 잘 먹었어~"
도진이 볼록 나온 배를 매만지며 지원에게 말했다. 정말 맛있었는지 입가에는 한가득 미소가 지어져있는 도진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원이 담희와 도진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세상모르고 잠자던 도진은 지원이 음식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일어나서 부엌으로 나왔는데, 지원이 자주 집에 놀러온 덕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고 하품을 크게 하곤 배고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덕에, 지원은 담희의 밥 뿐만 이아니라 도진의 밥 까지 함께 만들었고, 도진은 지원표 오므라이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밥그릇을 깨끗이 다 비웠다.
"응, 공부는 잘 되가?"
"그냥 그렇지 뭐~ 근데 형 오랜만에 온 거 같아!"
"학교 다니느냐고 바빠서 담희랑도 잘 못 만났었어."
"에에~ 그럼 이제 종강했으니까 자주 오겠네."
지원과 도진이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동안 별 말없이 오므라이스를 먹는 담희. 예전부터 도진은 지원을 잘 따랐는데, 지원과 담희가 대학에 간 후로부터 자주 못 봐서 서운했는지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지원의 말대로 1학기 내내 과제에 치이느냐고 담희와 자주 보지는 못했었다. 본다고 해도 늦은 저녁 잠시 보고 지원이 담희의 집 앞에 데려다주는 정도. 사실, 지원이 꼭 과제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담희를 못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담희는 그냥 '과제 때문에'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자주 못 보는 것에 대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야지. 방학했으니까 담희도 자주 보고."
"응응~ 그럼 자주 와서 나 공부 좀 알려줘! 형이 과외해주면 진짜 머릿속에 잘 들어와."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도진은 미소지으며 말했고, 그에 지원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담희는 그런 둘을 보고 있자니 참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사실 담희는 지원을 처음 본 날 부터 그의 미소가 도진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관심이 갔고 편하게 느껴졌었다. 어렸을 적부터 도진과 별 문제없이 잘 지내던 담희였기에, 동생에 대한 애정이 컸는데 어찌 보면 그 애정이 지원에게도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도진과 지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음은 달랐지만, 확실한건 둘이 닮았다는 것이었고 담희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아아, 진짜 배부르다! 에? 누나는 아직도 먹어?"
"도진이 네가 빨리 먹는 거야. 넌 항상 빨리 먹잖아."
"그런가?"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도진을 보고 있자니 담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보같이 웃고 있지 말고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오늘 계속 잤잖아."
"아, 맞다! 잠만 잤구나. 나 오늘."
"바보."
"흠, 그럼 나 공부할게! 형, 오므라이스 진짜 맛있었어."
"응, 열심히 해."
공부를 하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제야 알았다는 듯 실없이 웃던 도진. 도진은 식탁에서 일어나서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고 지원에게 오른손으로 엄지를 세워들며 말했고,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지으며 열심히 하라고 했다.
도진이 방에 들어간 뒤, 담희는 여전히 느리게 밥을 먹고 있었는데 지원은 그 앞에 턱을 괸 체 빤히 담희를 바라보았다. 평소 다른 사람이면 말없이 빤히 바라보는 것에 대해 당황할 만도 한데, 담희는 가끔 그렇게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지원에 익숙한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었다.
"담희야."
"응?"
"너 눈 부은 거 같아. 울었어?"
"어? 아니. 너무 자서 그래."
담희를 바라보던 지원이 울었냐고 물었고, 그에 담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담희는 그저 평소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지원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자신의 부은 눈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그래서 당황했는지, 밥을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눈을 매만졌다. 손의 느낌으로도 눈이 많이 부은 것이 느껴졌는데, 자신이 어제 얼마큼 울었는지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지난 몇 년간 울었던 것은 비교도 안 되게 서럽게 울던 자신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그렇게 눈이 부어?"
"응, 어제부터 계속 잠만 잤으니까 이러지 뭐."
담희는 한숨이나 오려는 것을 애써 막고 대답했다. 어제 울던 원인이 모두 지원 때문이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하지만 담희에겐 지원에게 모진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담희는 항상 지원의 옆에 있고 싶었기에, 그 어떠한 작은 불평도 하지 않았다. 담희는 지원이 자신에게 어떤 상처를 주던 그가 좋았다.
"잠자서 부은 눈치고는 너무 많이 부었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에이,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걱정돼서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말해야 돼. 꼭."
"당연하지. 내가 지원이 너한테 안 말하는 게 어디 있어."
담희의 말에 지원이 예쁘게 미소 지었다. 지원은 자신에게 화 한번 제대로 못내는 담희이지만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담희가 좋았다.
"다음부터는 울지 마."
"응? 안 울었다니……."
"자, 이거 대고 좀 있어."
안 울었다고 담희가 미쳐 말하기 전, 지원이 냉장고에서 차가운 얼음주머니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사실 지원은 집에 왔을 때부터 담희의 부은 눈을 처음부터 주시했다. 담희의 눈은 울지 않았다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부어있었기 때문에, 지원은 걱정이 되었었고, 음식을 만들 기전 담희 몰래 냉동실에 얼음주머니를 넣어놨었다.
담희는 지원이 건넨 얼음주머니를 받아들고 말없이 지원을 바라보았다. 그에, 지원은 빙긋 웃으며
"왜 그렇게 봐. 아까부터 너 눈 부은 거 걱정돼서 몰래 넣어놨었어."
지원의 말에 담희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얼마나 눈이 부었기에' 하는 생각과 '누구 때문에 울었는데'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눈을 붓게 만든 장본인이 주는 얼음주머니를 받아든 담희는 기분이 묘했다.
"고마워."
"다음부터는 울지 마. 예쁜 눈 붓잖아."
담희는 지원이 건네준 얼음주머니를 눈에 가져다 대며 고맙다고 말했고, 그에 지원은 여전히 그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절대 당해낼 수 없는 그미소를 보니 담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담희가 왜 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 보기 좋은 그 미소를 짓고 담희를 보는 지원을 보니 담희는 자신이 지원을 절대 미워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담희는 지난 3년 동안 참고, 기다려왔던 것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았다. 아니, 자신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담희는 자신이 운 것이 지원 때문이면서, 아닌 척 하며 말했다. 지원의 그 미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응, 안 울께. 안 울께 지원아."
**
"어디야? 너 삼십분이나 늦었어!"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담희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지은의 커다란 목소리. 담희는 자신의 귀에 울리는 그 목소리가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재빨리 대답을 했다. 저번에 지원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뒤로 지은을 만나는 건 약 일주일 만이었다. 눈이 팅팅 부은 날 지원이 찾아와서 밥을 해주고 얼음주머니를 건네준 후에도, 괜스레 우울한 기분에 집밖에 잘 나오지 않던 담희였는데 지은이 억지로 담희를 불러냈다.
"조금이 어딘데? 앙?"
지은과 약속 한 장소에 거의 다다른 담희인데, 아직도 핸드폰 너머에선 지은이 어디냐고 닦달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은의 목소리를 듣던 담희의 눈에 보이는 지은. 지은은 핸드폰을 들고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날씨가 꽤 더웠는데, 하필 지은이 제일 싫어하는 게 더위였다.
"조금이 어디긴. 여기지."
"어? 야! 너 진짜 약속 시간 이렇게 안 지킬래?"
"미안 미안. 지하철이 막혀서."
"그런 개그 지금 안 통해. 너 또 늦장 부렸지? 진짜 좀 고치라니까? 항상 늦어요 항상."
통화를 끊고 지은의 바로 앞에 와서 말을 거는 담희. 담희의 '지하철이 막혀서'라는 말에 지은은 콧방귀를 끼며 팔짱을 낀 체 담희를 나무랐다. 담희의 성격이 워낙 느긋해서 준비하는 것도 별로 없는데 외출하기 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항상 약속시간을 조금 넘겼는데, 오늘은 그 것 때문에 뿔이 난 것 같았다.
"에이, 그만하구 더운데 어디 들어가자."
담희가 지은을 끌어당기며 말했고, 지은은 못이기는 척 팔짱을 풀고는 담희가 이끄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게, 일주일 만에 연락이 돼?"
"계속 집에 있었어. 기분 별로 안 좋아서."
"지원이랑은?"
"응?"
"지원이랑 만났어?"
"응, 그 다음날 집에 찾아왔었어."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얼씨구, 그렇게 울더니 아직도 사귀나보네."
담희와 나란히 걷던 지은이 인상을 쓰며 말했고, 담희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지은은 담희의 그 웃음에 속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정말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은이었는데, 담희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 다른 말없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진짜 얼마나 좋아하면 그런 걸 다 용서해?"
"그러게."
"그러게? 진짜 넌 못 말린다."
"에이 왜 또 그래. 잘 풀렸으면 된 거지."
"그게 잘 풀린 거야? 너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는 거면서."
"그런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아 지금은."
"'지금은'이겠지. 바보야. 아휴 진짜."
지은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지만 담희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웃어보였다.
담희가 지원을 만난 3년 내내 담희도 아닌 자신이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지은은 매번 이렇게 한숨만 나왔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지원의 옆을 지키는 담희가 정말 바보 같았다. 분명 자신이 담희였으면 당장 지원을 찾아가서 마음이 풀릴 때 까지 때리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모든 것을 다 참고 혼자 끙끙 앓는 담희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데?"
"뭐 또 촬영 같은 거 하나보지."
"뭐 찍는 거지? 드라만가?"
담희가 별 생각 없이 걷고 있을 때, 지은이 앞에 잔뜩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 촬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담희의 말에 지은은 두 눈을 번뜩이며 궁금하다는 듯 말했고, 담희는 왠지 좋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TV프로그램이란 프로그램은 다 꿰차고 있는 지은은 평소에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항상 우연히 지나가다가 무엇인가 촬영하는 것을 볼 때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꼭 가서 확인하고 구경해야 직성이 풀려했다. 담희는 왠지 오늘도 지은의 손에 이끌려 별로 보기도 싫은 것을 한참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더운 날에.
"가보자! 응??"
"아, 그냥 가면 안 돼? 너무 더워."
"에이~조금만 보고 가자!"
"싫어, 너무 더워."
"그럼 연예인 누구인지만 보자!"
"더워서 싫다니……."
지원의 이야기를 할 때 답답해하며 짜증냈던 지은은 어디로간건지, 해맑게 웃으며 가자고 말하는 지은. 담희는 더워서 싫다고 했지만, 이내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은의 손에 이끌려 가기 시작했다. 지은의 손아귀 힘은 절대로 못 당해 내는 담희이기에, 질질 끌려서 그 많이 모인 사람들 속을 헤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자신의 손을 붙들고 사람들을 헤집고들 어가는 지은에게 뭐라고 말 하려는 담희였지만, 지은이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이 뻔 하기에 말하려던 것을 멈췄다. 어찌나 그렇게 빈틈 사이로 쏙쏙 잘 지나가는지, 어느덧 지은과 담희는 구경하는 사람들의 맨 앞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담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몇 대의 카메라들과 TV에서 자주 봤던 여럿 연예인들. 예능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 것인지, 자주 보던 MC가 담희의 눈에 들어왔다. 지은은 신이 났는지 연신 싱글 벙글 웃으며 구경했는데, 담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누군지 봤지? 그럼 그냥 가자."
"어? 뭐라고?"
"봤으니까 가자구."
"아~ 안 들려. 뭐라구?"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 있었는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지 지은은 담희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담희 역시 시끄러운 소리에 한쪽 귀를 막고 지은에게 말했는데, 지은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아 진짜 시끄러워서 귀 아파."
담희가 혼잣말을 중얼 거릴 때, 지은이 신이 나서 촬영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을 때, 담희의 귓가에 들려오는 MC목소리.
"오늘은 최고의 신인 그룹 'AA'를 모셨습니다."
'AA'라는 말에 신이 난 지은만 바라보던 담희가 시선을 옮겨 촬영하는 곳을 보았다. 조금 전에 보았던 MC의 옆에 서있는 남자 다섯이 보였는데, 그중에 담희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일주일전 자신에게 우산을 쥐어주고 간 산이였다. 담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와 다른 머리스타일에, 다른 옷이었는데 분명히 우산을 쥐어주고 간 사람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담희는 뚫어지게 산을 바라보았는데, 그렇게 펑펑 울던 자신이 떠올라서 민망해 얼굴이 달아올랐다.
"'AA'와 하는 길거리 스피드퀴즈! 기대되시죠?"
멍 하니 담희가 그를 바라보았을 때. 하필 자리도 김산과의 정면인 그 자리에서 그를 보았을 때, MC의 말은 담희의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마냥 시간이 멈춰버린 것 만 같았다. 지난 주 비 오던 그 날이 머릿속을 괴롭혔고, 보라색 우산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살짝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과 눈이 마주쳤기에.
아찔한 스캔들
6.
"에에 구담희~ 그냥 가자고하더니 완전 넋 놓고 보네."
지은이 담희를 놀리듯 말했다. 하지만 담희는 그런 지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그저 멍하니 김산을 바라보았다. 아니, 김산과 시선을 마주했다.
"누굴 그렇게 보는 거야?"
"지은아."
"응? 왜?"
"쟤네가 그렇게 유명해?"
"누구, 'AA'?"
"응, 쟤네."
"유명하지, 데뷔한지는 얼마 안됐는데 음악 프로그램 1위는 쟤네가 싹쓸이 해가잖아."
촬영을 위해 조용히 해달라는 제작진들의 말 때문에 그나마 조금 잠잠해진 틈에, 담희가 지은에게 물었고, 지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김산이 속해있는 'AA'의 그룹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이었다.
요즘 아이돌과는 다르게 멤버 하나하나 모두가 가창력이 뛰어났고, 개성 또한 남달랐다. 물론, 그들의 외모 또한 큰 한 몫을 했지만…….
"아아……."
담희는 지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김산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흥미롭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을 보자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지난 번 자신이 그 앞에서 울던 것이 창피했을 뿐더러, 지금 그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민망했다. 다시는 마주칠 일 없을 것 같던 산이였는데, TV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던 산이었는데, 담희는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보이는 그를 마주하니 한숨이 새어나왔다.
"대체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
"응? 뭐라고?"
"아니, 아니야. 다 봤으면 가자."
"안 돼, 지금 스피드 퀴즈한단말야."
"스피드퀴즈?"
"응응, 그거 있잖아. 연예인들이 시민들하고 짝 지어서 퀴즈 빨리 맞추는 거!"
신이난 지은과 달리 담희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았다. 지금 담희가 신경 쓰이는 것은, 왜 산이 자신을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냐는 것이었다.
"자, 그럼 시민들과 하는 스피드퀴즈! 오늘 'AA'분들을 모셨는데요, 함께 퀴즈를 맞히고 싶은 분을 한분씩 모시고 와주세요!"
mc의 말에 담희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담희는 사람들이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손을 내미는지 이해 할 수 없었는데, 이내 곧 상황을 파악 할 수 있었다. 게임 룰은 'AA'는 한명씩 길거리에 있는 시민을 데려와서 함께 짝을 이뤄서 퀴즈를 맞히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AA'의 멤버가 자신을 뽑기를 바랐다.
담희는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에 서서 양쪽 귀를 틀어막고 잔뜩 인상을 썼다. 지은 역시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당체 이해가 안 갔다. 이정도로 저 사람들이 좋은가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아 진짜……."
담희가 양쪽 귀를 틀어막고 인상을 쓴 체 뭐라 말을 끝내기 전. 미처 '짜증나네.'라고 말을 꺼낼 수 없게 만든 한 사람. 조금 전 mc의 말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담희에게로 걸어온 한 사람.
김산은 담희의 앞에 서서 그 어떠한 말도 없이 가만히 담희를 바라보았다. 그 덕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더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담희는 여전히 귀를 막은 체 빤히 김산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그 모습과 같았다. 담희의 손에 우산을 쥐어줬던 그날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 시원스럽게 생긴 얼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뭐해?"
"네?"
산은 담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손을 내밀었는데, 담희는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주변의 고함 소리에 귀를 틀어막은 체. 그에 산은, 손을 내민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담희의 귀를 막은 손을 내려주며 말했다. 그에, 담희는 뭐냐는 듯 대답했고, 여전히 한 손을 내밀고 있는 산은 잠시 또 말없이 담희를 바라보다가,
"안 잡아? 내가 지금 짝 해 달라는 거잖아."
비오는 날 뻔뻔하게 담희에게 반말을 하며 말하던 그때 그 모습그대로 산이 말했고, 담희는 그저 벙 져서 산을 바라 볼 뿐이었다.
"바보네 진짜."
"어? 뭐하는 거예요 지금?"
자신을 바라보기만하는 담희의 손을 낚아채며 성큼성큼 촬영하는 곳으로 걸가는 산. 담희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고, 산은 그에 또 한 번 뻔뻔하게,
"뭐하는 거긴, 내 짝 해서 퀴즈 맞춰 달라는 거지."
**
"저 보러 그쪽이랑 저걸 하라는 거예요?"
담희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옆에 서있는 산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TV에서 보던 '스피드퀴즈'라는 것을 하는 상황을 보니 한숨이 푹푹 나왔다. 벌써 촬영은 시작되었고, 'AA"의 멤버 중 한명이 시민과 스피드퀴즈를 하는 것을 바라보던 담희는 대체 왜 산이 자신을 끌고 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응."
"왜 저에요?"
"뭐가?"
"왜 저냐구요."
"그냥. 왜 같은 건 없는데?"
산이 담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요."
"당연한 건데."
담희는 산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왜 그게 당연한 건지 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다. 이해하려면 할수록 자신만 머리 아파지는 것 같았다. 산에게 무슨 말을 하던, 뻔뻔하게 당연하다는 듯 말할 것이 뻔 하기에 담희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촬영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산과 담희는 마지막 이었는데, 지금 막 네 번째 'AA'의 멤버가 시민과 퀴즈를 맞추고 있었다.
"컴퓨터 말구요, 컴퓨터랑 비슷한 거!"
"노트북?"
"아니아니, 노트북 말구요!"
"넷북!"
네 번째 'AA'의 멤버가 시민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보니 담희는 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자신이 어째서 저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고, 더군다나 산과 호흡을 맞추는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산과는 아무것도 맞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자, 다섯 문제 맞췄네요! 그럼 마지막 순서는 '김산' 군!"
멍 하니 퀴즈를 맞히는 것을 바라보던 담희는 정신을 놓고 있었는데 mc의 말에 산이 담희의 팔을 이끌고 앞으로 나갔다.
"진짜 해야 돼요? 이거? 꼭?"
"응. 진짜 해야지. 이거 꼭."
산에게 진심이냐는 듯 묻는 담희. 그리고 그런 담희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대답하는 산. 담희는 더 이상 산에게 무엇인가 말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란 것을 깨달았고, 스태프들이 시키는 곳에 앉아서 산과 눈을 마주했다. 산은 담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었는데 담희는 과연 자신이 산이 설명하는 것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안 떨릴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할게요!"
mc의 말과 함께 담희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래도 담희는 한번 하는 것 잘 해봐야지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고 앞에 보이는 산을 주시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거요. 들고 다니면서 전화되는 거."
산이 입을 떼고 말했고, 담희는 자신에게 갑자기 존댓말을 하는 것에 살짝 놀라서 잠시 멈칫 했다.
TV에 나오는 촬영인지라, 게다가 산과 담희는 전혀 처음 보는 사람으로 설정 되어있는 탓에 산은 존댓말을 했고 담희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질문에 대답하기위해 입을 뗐다.
"핸드폰?"
"음악 들을 때 필요한 거요. mp3말고."
"이어폰?'
"4년마다 한 번씩 하는 거요."
"월드컵!"
"과일인데 속이 초록 색인 거요. 맛있는 거."
"키위!"
이상하리만큼, 산의 질문에 술술 잘 대답하는 담희. 죽이 척척 맞게 대답하는 둘이 사람들은 신기해할 만큼 잘 맞췄고, 담희는 처음엔 자신이 이걸 왜 해야 되는지 그다지 달갑지 않았는데 하나하나 맞출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분명 산이 설명을 잘해서가아니라 자신이 잘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 했다.
"더울 때 필요한 거요. 선풍기, 에어컨말구."
"부채!"
"내가 준거요."
"우산!"
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내가 준 것'이라고 말하는 산. 사람들은 산의 말에 의아해했지만 담희는 당연하다는 듯 재빨리 대답했고 그에 주변이 술렁였다. '내가 준 것'에 너무나 당연하게 대답하는 담희의 모습에. 하지만 산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어서 설명했다.
"그 우산 색깔."
"보라색!"
또 다시 너무나 당연하게 대답한 담희의 말로 인해 수군거리는 사람들. 담희는 그때까지도 퀴즈를 맞히는 것에 집중해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여태껏 한 것을 모두 맞췄다는 것에 마냥 신이 나있었다.
사람들은 '둘이 아는 사이냐'며 수군거렸는데, 담희의 귀에 들려올 리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그만했으면 어떻게 핑계라도 댈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만났던 장소."
"홍대!"
담희와 산은 둘이 만났던 사이인 것을 빼도 박도 못할 직격탄을 날렸다.
업뎃 쪽지 원하시는 분들은 댓글 앞에 '아찔한' 이라고 남겨주세요~
첫댓글 아찔한/ ㅋㅋㅋ 아대박 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여 ㅋㅋㅋㅋ 오해의 소지가 있는 퀴즈 ㅋㅋㅋ 으헝 ㅋㅋㅋ 아귀엽다 ㅋㅋㅋ 전 산이에게 한표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찔한/대박!!!!진짜 대박!!!차라리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찔한 와 정말 오랜만에 덧글달아보네요ㅜㅠ진차 재밋을것같은기분ㅋㅋㅋ기대되요 담희 너무 기엽다ㅜㅜ산이도 좋아요가캐넘잘어울리는듯ㅎ
재밌어요~~!!ㅋㅋ앞으로 성실한연재 부탁드립니다~~~~~
아찔한. 재밋어요~~~산이랑 잘됏으면 돟겟냉ㅇ ㅠㅠㅠ 담희 넘 귀여우ㅕㅇ
ㅋㅋㅋ넘재밌어요 ㅋㅋㅋㅋ아웃겨 홍대!!
아찔한
헐ㅋㅋ진짜재밋어요
아찔한/완전 재밌어요ㅋㅋㅋㅋㅋ
아찔한...앞으로 담희가 지원이와 산이랑 어떤 갈등을 하게 될까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성실연재해서 함께 완결까지 달려봐아요~^^
ㅋㅋㅋ재밋어요 다음편이기대되용~^^
정말 아찔한데요ㅋㅋ스피드퀴즈중에 저러다니! 산군때문에 담희 테러당할듯한데요ㅋㅋ재미나네요 산군 독특한데요....지원이 그럼안된다구! 흐음 졸리네요ㅋ그럼 다음편기대만만요ㅋ
잘 보고 가요
와~ 잼따~!ㅋㅋㅋㅋ
아찔한/내용이 신선한고 재미있을거 같아요!
아찔한. 정말 빼도박도못하게됐네요 ㅎㅎ 둘이 아주 찰떡궁합이네요~ 재미재미재미있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아찔한 정답이 어떻게 연결되게ㅋㅋ사람들이 오해하기 충분한데요?ㅋㅋ산이 뻔뻔한 태도 웃겨요ㅋㅋ얼른 다음 편 보고싶네요~
아찔한/재미있어요~
아찔한 캬캬 넘 재밌는데요?ㅎㅎㅎㅎ
예전에 밧엇떠염!!!!!!!!!!!!!!!!!!
아찔한 ㅋㅋㅋ 아 대박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