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쯤인 거 같다
지하철 전도를 처음 시작한 2002년 7월 31일
전도 코스는 까치산역에서 신도림역
그리고 목적지였던 신도림역에서부터 제물포역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무척 긴장되고 떨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오죽하면 소주라도 한병 마시고 할까를 생각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교회 한 번 제대로 다녀 본 적 없었던 내가
광신도들이나 하는
지하철 전도를 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하철로 들어가라
열차가 출발하기 위해 문이 닫히는 순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듣기 싫어도 네가 하는 말을 듣게 된다
...
6개월만 네 몸을 빌리자
그러면 목발 없이 똑바로 걷게 해 주겠다
이 음성을 들은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생 목발을 짚고 사느니 6개월만 쪽팔리면
목발 없이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은 해 볼 만한 도전이었다
당시 지하철 전도를 도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객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죽을 때까지 다시는 볼 일이 없는데
그들에게 내가 예수님을 만나 45일 만에 살았다는 것을
각인시킨다면 이보다 확실한 전도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제는 전도를 언제 하느냐였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던 나에게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수감된 것도... 사건이 벌어졌고
아버지의 징역살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식 된 도리로써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하철 전도가
오늘로써 23년째에 접어들게 된다니 감격과 감사뿐이다
내 안에서 찬양이 흘러나왔다
오늘 숨을 쉬는 것 감사 나를 구원하신 것 감사
내 뜻대로 안 돼도 주가 인도하신 것
모든 것 감사
내게 주신 모든 것 감사 때론 가져가심도 감사
내게 고난 주셔서 주 뜻 알게 하신 것
모든 것 감사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은혜입니다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나를 사랑하신 주 사랑 감사합니다(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은혜입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삶은 그대로 표현한 고백이었다
열차도 사람도
그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최신식이라 객실 내 소음이 줄어 좋아졌긴 했지만
중간 통로 문 없는 열차가 많아 더 큰 소리를 내야 하고
객실마다 CCTV가 있어 현장에서 적발되는 위험도 커졌다
무엇보다 세상이 주는
맛있는 것들과 빛난 것들에 취해
주님이 살아계신다는 메시지는 광신자의 소란에 불과했다
저 많은 사람 중 전도지 한 장 안 받는 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취급을 겪다 보니 나도 많이 단련되어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게 되었고
그럴수록 더 소리 내 전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하철 전도를 통해 알게 된 분께서
오늘 집으로 간식 상자를 보내 주셨다
23년을 축하하는 마중물처럼 느껴져 감동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