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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이혼 보도가 나오기 약 3개월 전부터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 전무와 임씨가 이혼을 전제로 별거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거’라는 정보만 가지고는 기사를 쓸 수 없어 동정을 살피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재계의 한 인사로부터 “부부 사이가 심상치 않은 것은 확실하지만 사회적인 위치가 있기 때문에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론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재계에서도 어느 정도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3개월 후 이들 부부는 결별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들이기에 결별 소식은 안타깝게 다가왔다.
뜨거웠던 사랑, 빠른 이별
삼성 이재용 전무와 아내 임세령 씨가 만나게 된 것은 양가 어머니들의 친분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 전무의 어머니 홍라희 여사와 임씨의 어머니 박현주 대상 홀딩스 부회장은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교류하며 가까워진 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친해지기 전부터 홍 여사는 박현주 부회장의 장녀 세령 씨를 지켜보고 있었다. 임씨가 서문여고 재학 당시 어머니 박 부회장과 함께 이탈리안 음식점에 방문한 것을 우연히 목격하고 일찌감치 며느리 후보로 낙점했던 것이다.
이후 이 전무와 임씨는 양가 어머니의 권유로 만남을 갖게 된다. 당시 이 전무는 미국 하버드대 유학 중이었고 임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이미 호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나이 차가 아홉 살이나 됐고, 임씨가 학교를 채 마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 전무의 적극적인 결혼 의지에 따라 이들은 1998년 1월 약혼을 했고, 같은 해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세령 씨의 나이는 불과 스물둘이었다.
이들의 결혼은 ‘미풍’과 ‘미원’이라는 브랜드로 조미료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것, 영남과 호남의 대표기업 간 혼사라는 점, 임씨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 등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임씨는 그간 외부 활동 없이 내조에만 힘써왔다. 1999년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이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을 당시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는 등 시부모의 사랑이 각별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훈훈한 소문만 전하며 결혼생활을 해왔던 터라 이들 부부의 갑작스러운 이혼은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친권은 이 전무, 양육권은 번갈아 갖기로
두 사람의 파혼 과정은 매우 신속했다. 5천억 원이 넘는 역대 최다 액수의 재산분할은 물론 삼성과 대상그룹의 유일한 적자인 지호 군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양육권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혼소송을 접수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월 11일 11년간 이어진 부부의 연을 끊는 데 합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정승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조정기일에서 이 전무와 임씨측 법률대리인은 이혼조정에 합의하고 재판부에서 조정조서를 받았다. 조정조서엔 ‘친권자는 이재용 전무로 지정하지만 양육 및 양육비, 위자료, 재산분할 등에 관해선 별도 합의키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양육권은 번갈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와 임씨 중 한쪽이 먼저 양육권을 행사하다가 현재 9세인 초등학생 아들과 5세인 딸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다른 쪽으로 양육권을 넘기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양육권을 요구할 만큼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임씨가 먼저 아이들을 양육하고, 삼성의 후계구도를 감안해 이들이 성인이 될 무렵 이 전무측이 양육권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은 청구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전무 재산의 대부분이 증여에 의한 것일 뿐, 결혼 후 늘어난 재산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후 이 전무가 취득한 삼성SDS의 주식은 1천200억 원대. 따라서 결혼 전 자산에 대한 재산분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관례인 것을 감안하면 임씨는 위자료를 포함해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분할받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들의 합의이혼을 놓고 각종 루머들이 무성하게 번지고 있다. 이번 소송을 맡았던 양측의 변호인들은 구체적인 재산분할 액수, 위자료 액수, 이혼사유 등의 조정 내용을 비밀로 하고, 내용이 누설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배상 책임까지 진다는 내용의 합의서까지 교환했다는 것. 따라서 ‘절대 밝힐 수없는 비밀’에 대한 세간의 호기심도 쉽게 줄어들지 않을 듯. 또 인터넷에는 이들이 갈라선 이유에 대해 ‘성격 차이’라는 이야기부터 원색적인 억측들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합의이혼 당사자인 이 전무는 미국출장 중이고, 임씨도 당분간 외국에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은 더 이상 알려지기 어려울 듯 보인다.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이들이기에 헤어지는 과정도 편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은 이들의 이혼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들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