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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대충 차려입은 소년은 카인의 저녁식사 제의에 애써 거부를 했지만 카인의 그 반강제적인 행동으로 인해 떠밀리다 시피 모텔문을 나섰다. "저.. 마스터 저는 그냥 어디 편의점이라도 가서...요기를 할테니..." "나와같이 식사하기가 싫단말이냐?" 카인이 목소리를 내리깔고 흘기자 결국 고개를 떨군뒤 카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아무리 치료를 했다하지만 그래도 피를 너무 많이흘렸다. 잘먹어야 잘 낫는다. 알겠느냐?" 둘은 모텔에서 조금 떨어진 레스토랑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소년은 입구에서 기겁을 하며 내빼었다. "저,저는 이런곳 음식 먹을줄 몰라요! 아휴..." 다행히 그렇게 번화가가 아니어서 지나가는사람들은 적었지만 그래도 소년은 꽤나 소란을 피며 잡아뗐다. "따라오너라." 카인은 손목을 낚아채어 질질끌고 레스토랑안으로 들어섰다.
소년은 나이프와 포크질이 서툴러 간간히 카인에게 부스러기가 튀어버렸다. 물론 소년은 목이 빠져라 고개를 숙여가며 용서를 빌었지만 카인은 재밌다는듯 살짝 입꼬리를 올린채 소년을 불렀다. "자 그렇게 하는것이 아니다, 처음이라 조금 서툴지 모르겠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카인은 천천히 차근차근 소년에게 식기 다루는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두 소년은 천천히 식사를 해나갔다. "아직... 참 물어보지 않은것이 있구나." "예?" 음식을 입안 가득넣고 조금은 게걸스럽게 먹던 소년이 되물었다. "너의 이름말이다." "이름이요? 제 이름은 연이라고 합니다." "성은?" "없어요. 그냥 조금 돌봐주셨던 아주머니가 연이라고 불러주셨어요" 연은 떠진 왼쪽눈만 끔뻑끔뻑거리며 카인을 바라보았다. "부르기 편하군... 연이라..." 카인은 입으로 되뇌이며 음료를 들이켰다. "어떻느냐 음식맛은?" 어느새 식사를 마친 카인은 음료를 들이마시며 넌지시 연에게 물었다. "먹어본것중 제일이네요 헤헤.." 배가불러 기분이 좋은지 죽은뒤 웃지않던 연도 해맑게 웃었고 그런 연의 미소를 본 카인은 자꾸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떠올리고싶지않은 자신의 과거가...... '그래....너도 저애 처럼 ...웃던 때가 있었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잔을 비운 카인은 다정한 눈으로 연을 바라보았다. 그런 카인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연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카인은 피식 하며 "그래, 입이나 좀 닦거라." 그러면서 얼굴을 굳히며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그래도 연에게는 마스터로서의 위화감을 줘야했기에 곧 차가운표정으로 돌아와버렸다. 왜일까, 저놈을 독하게 다뤄야겠다고 마음먹고 살려냈건만 동생의 얼굴이 아른거려 차마 그렇게는 못할것 같았다. 몇번 손찌검을 했지만 그때마다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불쌍한녀석인데...... '아니 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그 사이 연은 입을닦고 일어나 나갈채비를 하고있었다. "아직.. 더 드실껀가요 마스터?" 골똘히 생각에 잠긴채 앉아있던 카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그제야 정신이 든 카인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로 온 소년은 눈이 둥그렇게 떠져버렸다. 자신의 한달 식비가 한끼식사로 지출되어버렸다. 카인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여유있게 지불하곤 문을 나섰지만 연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않은지 어벙벙하게 카인 뒤를 따랐다.
"이봐 밴터, 정말 협조하지 않을생각인가?" 어딘지 모를 어두운 지하홀에서 뱀파이어 마스터 7인의 원탁회의가 소집됐다. "다시 한번 우리 클랜의 입장을 밝히도록하지...... 나는 로얄블러드나 그분에게 관심이 없네" 밴터는 깔끔한 외모에 걸맞게 똑부러지게 말을 끊었다. "흥! 겁이 나나보지?" 밴터 바로옆자리에 앉았던 요염한 붉은눈의 여인이 콧웃음을 치며 조롱했지만 밴터는 신경도 쓰지않았다. "이봐 자네가 클랜의 안정을 위한다는건 우리 모두다 잘 아는일이야, 하지만 이건 동족 전체의 일 아닌가?" 맞은편에 앉아있던 노신사가 달래듯 말을 했다. "동족의 일이 아니라 여기계신 여섯분의 욕심을 위한일 아니던가요?" 밴터는 일어나서 원탁의 빈 가운데로 나갔다. "솔직히 말하죠. 여섯분께서 표면적으로 내세운건 동족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것. 잘압니다. 당신들은 오직 그분의 힘과 피를 얻으려 하는것뿐이지요, 물론 그분의 목표가 우리 일족의 파괴라고는 하지만 아직 너무나도 힘이 미약합니다. 이제 막 깨어나서 무얼 어찌하겠다는거지요? 전 인류중에 10%가 넘는 우리세력을 어찌할세력은 없다고 봅니다만... 저는 그분이 우리 일족에게 피해는 주겠지만 정말로 멸절시킬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때 기분나쁘게 쿡쿡거리며 괴상한 차림새의 중년남자가 대꾸했다. "킥킥 혁명때 같이 뒤통수를 깐주제에 이제와서 손을 씻으시겠다고?" "말씀이.. 조금 지나치시군요" 밴터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킥키킥...지나쳐? 내말이? 이봐 밴터! 그때 에녹의 목을 딴건 바로 자네 아니었나?" "그만하시오 아퀼라! 그렇게 따지면 당신은 얼마나 많은 원로들을 베어넘겼소?" "훗... 웃기시는군 그때는 적극동참하더니... 이젠 자신의 입맛에 맞질않으니 너희들이나 놀아라... 지금 그소리인가? 아쉽지만 그렇게는 안되겠어 밴터 자네의 세력에서도 병력과 자금을 차출해야겠네.. 원탁회의의 권한으로 말이야" "맞소! 당신혼자만 빠진다는건 말이 안되오!" 아퀼라의 한마디에 5인의 마스터가 모두일어나 밴터를 지탄하고 야유했다. "맘대로들 생각하시오!! 하지만 절대! 우리 빈디카레 클랜에 위해되는짓을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값을 치러야할꺼요!" 밴터는 자리를 박차고 거칠게 회의장을 떠났다. 아퀼라는 가소롭다는듯 타오르는 초록눈을 빛내고있었다.
자정이 다되어 가는 시간, 카인도 연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카인은 먼저 침대에 누워 가지고온 책을 훑어보고있었지만 연은 침대 맡에서 쭈뼛쭈뼛거리며 어찌할줄 몰라하고있었다. "뭘 하느냐? 눕질않고" "저..그게 마스터랑 어떻게 한침대에서..."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 내가 널 어찌할까봐서?" "그게아니라 제가 냄새가 나서..." "말끔히 씻질않았느냐? 샴푸향기까지 나는데......" "그래도......" 연은 고개를 떨군채 그대로 서있었다. 카인은 그런 연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내가 그렇게 어렵느냐?" "......" 연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내가 너를 심하게 대한것은...... 다시 살아난것에 대한 경거망동을 막기 위한것이었느니 네가 미운것은 아니다. 조금은 편히 대해도 좋다." 연은 말없이 카인의 옆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고개는 여전히 반대편으로 돌린채 무심한 숨소리를 낼뿐이었다. 카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앞으론 낮에 자야할것이다. 해가 질때까지 말이다. 나는 태양빛에 아무런 해가 없지만, 너는 이제 태양을 볼수 없다. 태양이란것은 그분의 힘의 상징... 내 죄스런 피를 물려받은 너희같은 존재는 더 이상 당당히 그 빛을 쐴수 없다. 그 정순한 기운에 죄많은 너의 몸은 재하나 남기지 않고 타버리겠지......" "모르겠어요......" 연이 조금은 슬픈듯한 목소리로 카인에게 말했다. "내가... 왜이렇게 살아야하고... 또 왜그렇게 비참하게 살아왔는지..." 연의 눈에 눈물이 전등빛을 받아 반짝였다. "난 태어났을때부터 고아였어요, 다른 애들이 걸음마를 하고 유치원을 갈때... 저는 쓰레기장을 전전하며 먹을것을 찾았어요... 물론 고아원같은곳도 가봤어요... 하지만 도저히 그곳에서 주는 핍박을 견딜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거기있는 아이들은 부모라도 알았지만... 전 제 부모가 누군지도 몰라요, 쓰레기장에서 버려져 뒹굴던 나를 고아원 원장이 데려와서 키웠나봐요.. 헷...그래서 몸에서 냄새가 그렇게 나나봐요... 고아원에서 도망치고나서... 7살때였나.. 가정집 쓰레기통을 좀 뒤지고 있었는데 그집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발견하고는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어요. 한... 2년쯤..이던가.. 절 매우 따스하게 돌봐주셨죠. 하지만 거기도 있을곳은 못되더군요, 주위사람들의 따가운시선이 언제나 저를 향해 날아들었지요, 아주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역시 아주머니에게도 저는 부담이었어요 같이 살던 남편분도 저를 퍽 불편하게 생각하셨구요. 그래서 밤에 몰래 도망을 쳤죠... 그리곤 얼마전까지 이 도시 저도시... 옮겨다니면서 어떻게든 버텼어요. 먹을것을 구하지 못한날은 염치불구하고 빵가게나 편의점에 가서 남은 음식도 구걸해봤지만 거지한테 줄것은 없다고 욕만 먹고 나오는게 십상이었죠. 사람이 얼어죽는것도 봤어요. 지하철에 머물던때인데 옆자리에서 지내시던 할아버지께서 그만 겨울을 못넘기시고 동사하고 마셨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본체만체 하더군요, 결국 공무원아저씨들이 와서 치우긴했지만 그 아저씨들도 좋은사람들은 아니었어요 별 욕을 다해가며 시체를 물건마냥 성의없이 치웠죠......" 그때 기억이 났는지 연의 발그레한 뺨을 타고 눈물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얘기를 이어나갔다. "겨울은 정말 추워요... 먹을것도 적고.. 씻을만한 곳도 없고....구걸도 하기 힘들었어요 날이 추우니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도 운좋은날은 컵라면을 사먹을수있는 돈푼을 좀 모으긴 했지만...... 거의 매일 노숙자아저씨들과 함께 무료배식소나 음식점을 기웃거려야했죠..... 그리고 바로 몇일전에 큰식당 밑 지하창고로 아저씨 셋이 뭔가를 들고 들어가는걸 봤어요, 전 그게 음식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다 먹고나면 혹시 남는게 있을까 해서.. 몰래 숨어들어갔는데... 믿을수가 없었어요.." "뭘봤지?" 묵묵히 듣고있던 카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혀,혈액팩속에 있는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히히덕 대더군요.. 피로 범벅이된 아저씨들 입을 보고 놀라서 자빠졌죠... 결국 들켜서 도망을 치다가 외딴곳에 몰려서... 칼에 찔렸지만...." 아직도 고통을 잊을수없는지 배를 만지작거렸다. 카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 내 죄다. 외로움에 못이겨 그만 인류에 돌이킬수없는 암적 존재들을 만들고 말았다..." 후회와 회한이 밀려왔다. 자신도 셀수없는 까마득한 과거에 실수가 지금은 자신의 형제의 후손들의 피와 생명을 빨아가며 떳떳히 밤을 걷고있었다. 카인이 돌아봤을때 이미 연은 새근새근 곯아떨어져있었다. 뺨에는 아직도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조심스레 카인은 눈물을 닦아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잠든 얼굴을 조심스레 보던 카인의 뇌리에는... 몇만년전... 자신의 가족이 살던 움막집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곧잘 동생은 자신의 팔을 베고 자곤 했는데...... 머리가 아파오고 쑤셔온다. "윽!" 카인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쥐었다. 왼쪽얼굴이 살아있는듯 꿈틀대다가 괴이한 문양이 빛을내며 튀어나왔다. 바로 신이내린 영생의 표이자, 누구도 건드릴수없다는 경고의 낙인이었다. |
첫댓글 아아...카인은 어떤 사람?!!
연이는 여자 =ㅁ=??
남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