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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공사 서울역 역무원 출신 입니다.
뭐 공사 계열사 소속이었죠.
물론 처음 신입 때는 실수도 많이 했죠.
처음 교대 근무 때 3조 2교대 입니다.
철야 근무 때는 새벽 1시에 숙직실에서 선배님이 처음으로 족발에 소주 사줘서
처음으로 선배님이 따라주시는 잔을 거절할 수 없어서 몇잔 마셨는데
새벽 3시 타임으로 첫번째로 창구로 나가서 아침 표 예약하러 오시는 고객님들 맞이해야 했는데
창구에서 술냄새 풍겨서(양치질 여러번해도 해결이 안되었음 ㅠㅠ) 결국 소장님한테 혼나면서
남여 휴게실 청소. ㅋㅋㅋ
소장님이 누구랑 마셨냐는데 차마 신입으로 선배 누가 술 따라줘서
어쩔 수 없이 마셨다고 선배 이름 팔아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끝까지 혼자 마셨다고 주장하다가
찍히기도 했었고, 뭐 결국 나중에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장님하고도 완전 친해지고 그랬었지만
여튼간 신입 때는 그런 실수도 있었지만 좋은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고객님들과의 추억 말입니다.
창구 앞에서 가지 않고 몇살이냐는 등.
사적인 질문을 퍼부으시던 여성 고객.
차마 가라고 할 수 없어서 그냥 질문 다 받아주니
뒤에 아저씨 고객 기다리다 지쳐서 지금 둘이 선보는거야! 뭐야! 왜케 오래걸려!
라고 해서 역내에 있던 직원이며 고객들 다 같이 웃었던 적도 있고,
옆에 여직원들도 많은데 꼭 올 때마다 나한테만 와서 표를 구입해 갔던 조폭 고객님들.
인상 쓰면서 칼자국도 있고 덩치크고 문신 있는 남자 셋이서 반말 찍찍하면서 표 달라고...
아무리 단골이 좋아도 반갑지 않던 단골도 있기 마련. ㅋ
보통 여성 고객들 고개 숙일 때 손으로 가슴 한손으로 다 가리고 그랬거든요.
당시 뭔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다고
얼핏 듣기론 그런데 진짜 고개 숙여도 보이지도 않을 일반 티셔츠 입고
오신 여성 고객들도 당시에는 고개 숙이며 인사하면서
다 가슴에 손대고 그랬다는. 근데 한번은 가슴이 다 파인 글래머스런 미모의 20대 여성 고객이 오더니
그 여성고객은 정작 손으로 가려야 될 고객인데 그냥 대놓고 저기요~ 라며 고개 푹! 숙여서 깜짝 놀라서
도대체 눈을 어따둬야 될지 몰라 당황했던 적도 있었고 ㅋㅋㅋ,
고객서비스에 감동했다며 천안아산 당시 11400원 표 구입해가시며
내가 당신한테만 벌써 다섯번 표 구입하는 거 알아? 라고 하시며
앞에 맥도널드에서 6700원 빅테이스티 햄버거 세트메뉴를 사다주셨던 고객님.
이분이 첫 단골 고객님으로 매주마다 햄버거 사다주고 가셨던...
한번은 표값의 배나 되는 돈을 쓰면서 직원들이랑 먹으라고 햄버거 세트 메뉴를 세개씩 사다주고 가셨던
고마우신 고객님도 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죠. 처음으로 단골이 되어 주셨던 고객님이시니...
환갑이 다 되셔서 백발이 되셨는데 젊으시다고 하니 그 말이 좋아서 단골이 되신 고객님.
오실 때마다 이쁜 젊은 누님 오셨어요! 라고 하니 많이 좋아하셨죠...
여대생 고객들 다여섯명이 와서 오빠!!! 정동진요!!!
그래서 진짜 여직원들한테는 언니 그러지만 남자직원들한테는
거의 다 아저씨라 부르는데 오빠 소리 들으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웃기기도 하고, 내가 좋아서 웃는 모습을 보니 한 여대생이 저희가 오빠라고 하니까 기분 좋죠?
라고 해서 다 같이 웃었던 적도 있고,
지갑 분실한 여대생 고객이 울고 있어서 위로 하고 청소년 할인카드 재발급 수수료 4백원 대신 내주니
고객소리게시판에 친절 칭찬 글 올려주고 담날 활짝 웃으며 음료수 사들고 오더니
수줍은 소녀처럼 창구 앞에 음료수 놓고 얼굴 빨개져서 막 뛰어갔던 적도 있고,
그밖에도 친하게 지냈던 경찰 아저씨, 보안요원 아저씨, 편의점 주인 아저씨, 아줍마, 롯데리아 누나,
지게차 운전하던 아저씨 등. 근무회사는 달라도 다들 친하게 지내서
다른 직원들은 모르더라구요. 저만 알고, 본래 제가 사람 만나고 사귀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근무회사는 달라도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참 많았던 듯 싶습니다.
정말 퇴사 이후에도 많이 그리웠던 것 같습니다.
그 만큼 내 적성에 맞는 일도 없다라고 느껴져서 그 일과 비슷한 일자리를 찾다가
07년 우리은행 공개채용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떨어지고,
그 후 편의점 슈퍼바이저 등도 떨어지고 결국 적성에도 생각 없던 사무직 입사 했다가 또 퇴사하고,
결국 이리저리 방황을 참 많이 했던 듯 싶습니다.
그러다 일반 회사에서 근무 좀 하다가 이번에 인턴공고가 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근데 저랑 같은 철도자회사 역무원 출신들도 서류에서 많이 떨어졌더라구요.
인턴에 경력직이라서 그런가? ㅡㅡ;;;
근데 참 제가 바보 같은게 뭐냐면 저는 아직 서류 합격 여부도 확인 조차 안했다는 겁니다. ㅋㅋㅋ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확인 못하겠는 거 있죠? ㅋ
저랑 같은 역무원 출신도 떨어졌다는데 저라고 붙었을리가 있나?
그 분은 나보다 토익도 스팩도 더 좋은 듯 하던데...
그 분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난 보나마나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휴... 그래서 내일쯤 친구들이랑 한잔하고 확인해보려구요. ㅋㅋㅋㅋㅋㅋ
저 참 바보 같죠? 남자가 떨어졌으면 그만이지.
뭐 그런 거 가지고, 근데 그 만큼 적성에 맞았고, 그립던 곳이 철도라서... 휴...
여튼간 이번 인턴 합격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역무원 매표로 가던 뭘로 가던 다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만약 매표로 가신다면 돈 계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중에 마감하고 나면 돈이 꼭 몇만원씩 비거든요. 그럼 본인 실수로 빈 것이니 본인이 갚아야 합니다.
고객들 몰릴 때는 정신 없이 표 팔다보면 내가 저 고객한테 돈 받았나? 싶을 때도 있구요. ㅋㅋㅋ
그래서 하루에 돈 10만원 이상. 이건 동반석 표 입니다. ㅋ 비는 직원들도 많이 봤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여튼간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적응되고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하면 일은 재미 있을 겁니다.
참고로 고객님들한테 기분 좋은 한마디씩 건내주시면 고객님들 좋아하시고
바로 그런 고객님들이 단골이 되는 겁니다. 여튼간 이번 철공 인턴 취뽀에서 합격하신 분들
어느 직무로 가시든 다들 화이팅 하시길 바라며 긴 글 줄입니다.
ps: 참고로 역무직(매표) 로 가시는 분들은 참고 하세요.
역무(매표)업무에서는 고객친절서비스가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제 본명은 권한울 입니다. 누가 합격하실지 모르나 합격하시는 분들께서는
고객을 항상 가족과 같이 생각하며 친절한 마인드로 일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고객들이 엄청 많다. 할 때는 무조건 빨리 처리하고 보내드리는게 가장 큰 친절임을 잊지 마세요.
밑에 자료는 근무 당시 친절 민원 내용입니다. 매표로 가시는 분들 참고하시고
고객 한분 한분에게 친절히 대해드리세요.
첫댓글 글 잘읽고 갑니당, ^^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래여,,
인적성검사는 어떻게 보는거에요?
와 이분이 꼭 붙어야대는 분이내여.. 마인드가 어쩜..그리멋있으신지.. 꼭 붙었을겁니다..화이팅입니다.
아..감동입니다요 ㅠ_ㅠ;; 정말 마인드 마인드가 눈물이나네요 ㅠㅠ 흑흑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와... 좋은 결과 있으셨길 ^^
민원인은 남자셨나요? 여자셨나요?ㅋㅋㅋ
나이 어린 여대생이었는데요? 왜용? ㅋㅋㅋ 눈물 범벅이 되서
창구 앞에 오셨었죠. 깜짝 놀랐었다는 ㅋㅋㅋ 사정을 듣고 나니 딱해서...
근데 남자분이었어도 그랬을 겁니다. 진짜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