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선의 력사를 말할 때에, 조선의 력사를 접하면서, 조선 사람이 쓴 책보다 외국사람이 쓴 것을 더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더 믿는 것 같다. 이 말은 몇번이나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도 같다.
여기서 조선의 마지막까지의 력사, 즉 조선의 멸망의 과정을 적은 력사책이 곧 <The Passing of Korea>(New York: Doubleday, Page and Company, 1906)이다. 이 책을 헐버트 [Homer Bezaleel Hulbert: 1863∼1949]가 지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서구사람들이 "조선의 력사 책"을 많이 간행했다. 조선사람들보다도 훨씬 많다. 처음부터 조선사람은 조선의 력사에 무관심하고, 서양사람들은 조선의 력사에 그토록 관심이 많았는가? 조선 사람보다도 훨씬 조선의 력사에 조예가 깊은 것 같다.
력사를 모르는 것이나, 력사가 없는 것은 서로 같지는 않지만, 별반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이 헐버트에 대해 <백과사전>에 소개된 내용을 보자.
그는 미국 버몬트주 뉴헤이븐 출생했으며, 선교사·언어학자·사학자인데, 한국이름으로 흘법(紇法)/할보(轄甫)라고 한다. 1886년(고종 23) D.A. 벙커 등과 함께 조선에 와서 육영공원(育英公院)의 외국어 교사로 1891년까지 재직하였다. 1905년 10월 15일에 고종황제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 워싱톤으로 갔다. 1906년 7월에 한국에 돌아와서, 1907년 9월에는 고종황제의 밀서를 가지고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되었다. 1909년에 조선에 일시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해방이 되자, 1949년 7월 29일에 리승만 대통령의 국빈초대로 한국에 인천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으며, 8월 5일에 청량리 위생병원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는 1950년에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태극장이 추서되었다. 그가 지은 <History of Korea> 2 vols., (Seoul, 1905)은 위의 1906년에 지은 것과 마찬가지로 간행한 곳이 중국대륙 조선이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은 1930년대에 한반도의 조선의 것으로 각색된 것이라 본다. 물론 그 근거는 충분하다. 그것은 그가 쓴 책에서 보면 표기법(문법)과 그 내용의 흐름이다. 헐버트가 쓸 수 없는 용어나, 표기법을 썼다는 것을 찾아보자.
첫째, 두음법칙의 문제다. "Yi dynasty(이조)/Yi family(이가)/Yi Il(이일)/Sil Yip(실입)" 등인데, 이것은 "李朝/李家/李鎰/申笠"이며, 이를 정확히 발음하자면, "리조/리가/리일/신립"이다. 1896년의 <독닙신문>에도 "李"는 "리/니"로 표기했으며, "이"로는 쓰기 않았으며, 이보다 5년 일찍이 존 로스가 지은 <History of Corea>(조선의 력사)(London: 1891)에는 "l(ㄹ)"은 "n(ㄴ)"으로 소리낸다고 했다.
그리고 1919년 <매일신보(每日申報)>(大正八年)에 표기된 사례를 보면, "리태왕/리왕직/례복/금전랑비/유화기(劉化基)/로옥근(盧玉根)" 등으로 되어있어 "劉"를 제외하고는 모두 "ㄹ"의 두음법칙을 적용치 않았다.
두음법칙이 적용된 것은 조선어학회에서 1932년에 "한글맞춤법통일(안)"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헐버트의 저술은 1930년대에 재구성되었으며, 그가 1949년에 한반도 대한민국에 초빙된 것도 바로 이런 력사의 지리적 문제를 인정해주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둘째, 헐버트는 <조선의 멸망>(The Passing of Korea)에서 철저하게 조선(대한민국)이 한반도임을 언급했다. 즉 원문 p.22에 "Near the eastern coast of Asia"(아시아의 동쪽 해안에 가까운)이라든가, "White Head Mountain: ... the backbone of the Korean peninsula"(백두산:.... 한반도의 척추) 등은 누가 봐도 한반도이다.
그런데 다음의 글을 보자. 원문 p.34에 "We may say that topographically Korea lies with her face forward China and her back toward Japan."(조선은 지형적으로 중국의 앞쪽[남쪽]에, 일본의 뒤쪽[북쪽]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의 지리적으로 국가들을 보자. 한국과 일본은 바다건너 떨어져 있으며, 중국대륙의 동쪽 끝에 있기 때문에, face(정면/앞쪽/남쪽)이니, back(배면/후면/뒷쪽/북쪽)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셋째, 동물/식물/곤충들에 대한 생태학적 생존의 문제다. 원문 p.34에, "Korea produces no sheep. The entire absence of this animal, except as import!ed for sacrificial purposes confirm!s the supposition that the Koreans have never been a pastoral people. Foreigners have often wondered why they do not keep sheep and let them grage on the uncultivable hillsides which form such a large portion of the area of the country. The answer is manifold. Tigers, wolves and bears would decimate the flocks."라 했다.
이를 번역하면, "조선에는 羊이 없다. 제물로 수입하는 이외에는 전혀 양을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은 조선에 유목시대가 없었다는 추측을 확실하게 해준다. 조선에는 그렇게도 많은 비농경의 들판이 많으면서도 왜 양을 방목하지 않나 하고 외국인들은 종종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조선에는 법, 늑대, 곰들이 득실거려 양들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옳은 말인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전혀 틀린 말이다. 양이 없는 까닭이 범/늑대/곰들이 잡아먹어서 없다면, 그 범/늑대/곰도 함께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 대한민국에는 그런 것들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없어졌다는 말은 없다. 결국 본디 조선에는 양들을 포함한 동물들이 많이 살았다는 것이며, 지난날 소개한 바가 있지만, 조선은 "동물의 왕국"이다. 그렇다면 없는 동물이 없는 나라라는 말이다. 앞 뒹 모순되는 설명이 참으로 우스꼬앙스럽다.
넷째, 조선의 기후대와 조선사람들의 기질 문제다. 원문 p.49에, "The temperament of the Korean lies midway between the two, even as his country lies between Japan and China."(조선[=대한민국] 사람은 그 나라가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기질도 두 나라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조선이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다는 자체는 위의 둘째의 문제제기와는 맥락을 같이 하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다섯째, 원문 p.51에, "Intrinsically and potentially the Koean is a man of high intellectual possibilities, but he is, superficially, what he is by virtue of his training and education. Take him out of this environment, and give him a chance to develop independently and naturally, and you would have as good a brain as the Far East has to offer."(본성으로나 능력면에서 볼 때에, 조선(한반도)사람은 고도의 지적인 능력이 있는 민족이지만, 천박하게도 남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가르치면 가르쳐주는대로 행동한다. 만약 조선이 그와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서 독립하여 순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우리(=미국)는 극동에서 필요로 하는 두뇌력을 이곳 한곳에서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지적은 분명 한반도와 그 사람들의 특성을 말한 것이다. 이 표현은 한반도 사람들은 순진하며 오히려 바보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기질/특성을 가진 사람이기에 무엇을 가르쳐주어도, 글을 써도 열심히 외워서 아는 것 같이는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듯을 알아먹지를 못한다고도 할 수 있다. 바보/축구/천치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회하여 한 말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학자들/일반 사람들은 이런 글을 읽고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헐버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써도 대한민국사람들은 모른다고 했을 것이다.
여섯째, 원문 p.28에, "The great enemies of rice are drought, flood, worms, locusts, bright and wind."(벼농사에 대한 가장 해로운 것은 가뭄, 홍수, 병충해 누리(황충), 도열병 및 태풍이다.)고 했다.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 말인지, 대한민국사람은 모른다는 말, 여기서 "locust"이다. 이것은 기존의 번역에는 "메뚜기"라고 했지만, 이것은 영어로 "grasshopper"이다. 미국에 살면서, 조선에서 오래도록 살았으면서, 그것도 영어를 쓰는 사람이 "locust"와 "grasshopper"를 분간하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고 글을 썼을까?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르다. "locust"는 중국대륙/아프리카 사막지대에도 사는 잡식성 곤충이고, 구름떼 같이 하늘 높이 날아 이동하는 곤충이다. 노벨상을 받은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농민들이 공포에 질려 어쩔줄 몰라하는 그 곤충 "누리"이다.
이러니, 헐버트가 한 말을 새겨 들도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바보소리 듣기 싫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