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품 직접 나르는 '돌파형' □ 화물연대에 호소 '애걸형' □ 밤에 몰래 호송 '올빼미형'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아닙니까.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죠."
화물연대 파업 닷새째로 물품 운송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역 기업체들이 야적공간 부족과 원자재 수급 차질로 공장가동을 멈춰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게 되자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화물연대의 감시활동에 정면 대응해 집단 운송에 나서거나 사원들이 직접 호송작전에 나서는 '돌파형'과 화물연대측에 호소하는 '애걸형', 밤이나 새벽 시간대 몰래 나르는 '올빼미형'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처럼 지역 곳곳에서 호송작전이 벌어지자 이를 막는 화물연대 조합원들과의 마찰도 잇따랐다. 하지만 경찰 대응이 미온적이어서 화주와 운송업계들이 어쩔 수 없이 회차를 하는 상황도 발생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17일 오전 20여개 석유화학업체들이 연계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울산석유화학단지에는 물품 운송을 위한 기업체들의 집단 움직임이 전개됐다.
경찰이 단지 전체에 분산된채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방해 행위를 저지한 가운데 울산화주물류협의회에 소속된 23개 운송업체가 일제히 각 기업체의 제품을 실어나르는 집단수송 작전을 펼쳤다.
부산항으로 수출물량을 옮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SK에너지 합성수지공장은 이 작전을 통해 컨테이너 등 화물차 25대 분량을 수송했고,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도 제품반출은 물론 원료인 황산과 유황 일부를 확보했다.
온산항 정일컨테이너터미널에는 오전 내내 자동차 부품과 석유화학제품 등을 실은 컨테이너화물이 50여대 이상 터미널내 반입을 시도했지만 터미널 앞에서 버티고 있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이를 막고 나서면서 대부분의 차량이 회차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차량 소통에 나서기 보다는 화물연대와의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화주들의 불만이다.
경찰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추가 병력을 투입, 질서유지에 나섰으나 터미널 반출 차량만 몇대 빠져나왔을 뿐 터미널로 들어가려던 화물차량은 모두 회차하고 없는 상태였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화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출고장을 빠져 나오면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길에 드러누워 운송을 방해, 결국 운송을 포기하기도 했다.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효성도 직원들이 직접 호송작전에 뛰어들었다. 제품을 전국의 타이어 회사 등에 실어나르기 위해 화물차 30여대에 실은 뒤 각 차량을 수명의 직원들이 앞뒤에서 고속도로 입구까지 직접 호위하고 있으며, 제품이 도착하는 현지에서도 해당 회사의 직원들이 마중하듯 나와 호송해 가도록 하고있다.
반면 삼성석유화학은 지난 16일 오전 화물운송을 위해 화물연대 지부에 연락해 "공장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물량"이라고 호소, 컨테이너 30TEU를 운송하기도 했다.
이외 현대모비스는 16일 오후 늦게 온산항 정일컨테이너 터미널에 자동차용 부품 8TEU를 운송하는 등 몇몇 업체는 화물연대의 활동이 뜸한 새벽이나 심야시간대 운송을 강행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원료공급과 제품반출이 제 때 안돼 당장 공장가동이 중단될까 우려해 긴급 수송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이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가동차질은 물론 해외 공급선까지도 잃을 수 있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